- 인천대 교육대학원 교육학 전공 학술세미나 자료(2018-12-11)
Ⅰ. 들어가는 말
국내 학생 10명 중 4명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하고, 그 이유는 ‘학업성적 스트레스’(41.8%), ‘재미없는 학교생활’(22.1%) 등 대부분 공부 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이 결과는 2011년 7월 교육부가 주관하여 전국의 초․중․고 500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인성교육 관련 설문조사에서 학생 3만 1천364명이 응답한 것으로 여러 측면에서 신뢰도가 높은 통계라고 볼 수 있다.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지 않더라도 학교는 학생들에게 지식과 인성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곳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고,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하여 학교가 학생 개개인들이 하고 싶은 활동에만 참여시킬 수는 없다. 학생들은 공부하기 위해, 더 잘 배우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인성과 자질을 키우고 싶어서 학교에 오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학생들과의 상담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동시에 교사들은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어서 공부 스트레스를 받는다기보다는 공부는 하고 싶지만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는 수업내용 때문에 공부 재미를 느낄 수 없어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것을 재미있게 배우도록 도울 수 있을까?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 과정은 기본적으로 교사와 학생 간의 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며 반응과 행동을 이끌어내서 학습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며, 학생들은 언어적 반응을 통해 개념을 습득하고 인지를 발달시키게 된다. 따라서 교사, 교과서, 학생 간의 의사소통과 언어 이해 정도가 교실수업의 성패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이 교과 관련 주요 개념이 아닌 기본적인 어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수업을 하기 어렵고 학업성취도도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즉, 교사들은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쉬운 어휘들의 경우 학생들이 당연히 알 것으로 전제하고 수업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그 뜻을 물어 당황하기도 하고 심지어 수업이 이미 지나가고 난 다음에야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교실 상황에서 볼 때 학생들의 학력수준은 이렇듯 기초 어휘력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교육과정이나 수업 방법에 관한 정책들은 지식보다는 역량을 가르쳐야 하고, 교사가 지도하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프로젝트 형식의 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의 학생들이 직업생활을 하게 될 미래사회를 대비하여 지식과 정보의 단순 축적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다.
본 글은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지만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점차 증가하고, 국제적인 학력평가 지표까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력과 직결되는 학생들의 수업용어 이해 부족에 대하여 그 원인과 대책을 찾아보고자 한 것이다.
Ⅱ. 교육과정 수준과 어휘력 수준의 불일치 현상
1. 교육과정 측면의 학업성취 관련 요인
듀이의 관점에 따르면 학교교육의 3요소는 주체인 교사, 객체인 학생, 매개체인 교과서로 구분된다. 오늘날 주체는 자기주도학습이 강조되면서 학생으로 바뀌었고, 매개체는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교과서를 탈피하고 있다. 또한 교사는 교수내용의 전달보다 학습을 설계하고 학생을 멘토하는 역할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일상적인 교육현장에서 교사 주도의 수업과 학생의 참여에 의한 학습 그리고 교육과정 체계에 따라 개발된 교과서의 내용 전달이 학교교육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의 3요소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학교교육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모든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을 통해 교과서 내용을 잘 이해한다면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교육의 성취수준에 모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과서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비판이 많고, 수업내용을 알아듣지 못해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또한 교사들은 교육과정에 따라 소정의 수업시수로 소정의 교과진도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뒤쳐지는 학생을 위해 충분히 보충해 줄 시간이 없다.
실제로, 거의 모든 교과에서 교과서 내용을 설명한 후 수업받은 내용을 확인하거나, 시험을 치른 후 결과 분석을 하면서 교사들은 상당수 학생들이 기본적인 어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기본적인 용어를 이해하고 문맥을 파악하기만 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성적 결과는 교사가 예상한 수준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서 국어 기본을 습득하는 단계인 초등학교에서 국어 기초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하며, 중․고교의 일반 교과 담당교사들은 국어교사들이 어휘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습용어 이해 부진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 중등학교 국어교사, 심지어 학부모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교육의 객체인 학생 측면에서의 선수학습 부진이다. 본래부터 우수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아무리 가르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여기는 교사들의 견해는 이러한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학생 측면보다는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교육전문가들이 만든 매개체인 교과서 측면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더 교육적이다. 학교교육의 내부적인 요인들인 교과서 자체 또는 교사의 학습지도 방법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없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즉, 교과서의 내용이나 사용된 용어들이 학생의 지역적, 문화적 특수성과 관련이 적을 경우 또는 교사-학생 간에 사용되는 용어에 있어서 수준의 차이가 클 경우, 대부분 언어를 통해 매개되는 지식교육의 효과는 기대보다 낮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2. 학습용어 이해 수준 분석
학생들의 어휘력 저하 문제가 가끔 보도되면서 우리의 국어교육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 일간신문에 보도되었던 ‘말이 안 되는 우리 국어실력’(조선일보, 2008.7.3) 기사는 이러한 걱정스러운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반에서 10등 안에 드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문외한(門外漢 : 어떤 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을 ‘무뇌한’이라고 쓰기에 ‘대체 너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나 썼니?’라고 했더니, ‘무뇌아처럼 뇌가 없는 사람이란 거 아니에요’라고 되묻더란 이야기다.
교과관련 어휘의 이해 수준에 관한 연구에서도 학생들의 낮은 어휘력 문제가 학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정우 외(2007)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사회교과서 일반사회 영역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20개를 추출하여 학생들의 어휘 이해도를 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어떤 단어를 자주 들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스스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정우 외(2007)는 교과서를 펼쳐 든 학생이 등장하는 어휘의 상당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기도 전에 학습의욕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을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하였다.
정진우 외(2007)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과학(지구과학) 용어들이 대부분 한자나 영어로 기술되어 있어 학생들이 학습용어의 개념은 물론 용어 자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과학 학습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들은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이다’라는 문장을 제시했을 때 [상온]을 [평상시 온도]로 해석한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34.8%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높은 온도]라고 답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학생들이 과학용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 한자의 음과 훈을 알려 주는 것도 한 가지 해결 방법으로 제시했다.
2년 전 주간조선(2404호, 2016.04.25. http://me2.do/GIcnuS2U)은 커버스토리로 ‘빈어증(貧語症)’을 다뤘다. 부제는 <어휘력 부족이 사고력 부족으로, 고교 교실서도 “관행이 무슨 뜻이에요?”>로 되어 있다.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해당 글의 전반부 일부를 그대로 싣는다.
서울의 한 자사고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하는 40대 여교사 전 모 씨는 수업을 진행하기가 힘들다. 영어가 아니라 국어가 문제다. ‘offset’의 뜻을 ‘상쇄하다’로 해석해줬더니, 학생 대부분이 ‘상쇄’의 뜻을 몰랐기 때문이다. 전 씨는 ‘상쇄하다’의 뜻을 한참 동안 설명해야 했다. 같은 학교 국어교사도 비슷한 상황. 영어교사가 수업 진행의 애로점을 털어놓자 국어교사는 “‘주옥같은 글’에서 ‘주옥’의 뜻을 대부분 몰라서 한참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전 씨는 “사자성어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어휘를 몰라 난감할 때가 많다”며 “영어시간에 국어 단어의 뜻을 설명하느라 상당 시간을 할애한다”라고 했다.
일반고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울 성북구의 A고등학교 영어교사의 말이다. “고3 영어 지문에는 깊이 있는 내용이 꽤 나온다. 생각하면서 영어 읽기를 해야 하는데, 생각하며 읽기는커녕 단어에 해당하는 우리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 지문을 해석해줬는데도 이해를 못 하는 거다. ‘기인한다’ ‘본질적’ ‘관행’ ‘임의의’를 모르는 학생도 상당수다. 아이들이 거침없이 ‘그게 뭔 소리예요?’라고 물으면 숨이 턱 막힌다. 이런 기본적인 어휘를 모르니 수업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기 힘들다.”
서울 마포구 B고등학교의 과학교사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과학책에는 한자어가 많기 때문에 단어 설명에 애를 먹는다. 물질의 상태변화 하나만 해도 ‘승화’ ‘기화’ ‘액화’ ‘용해’ ‘용융’ ‘융해’등 한자어를 기본으로 하는 단어 투성이다. 입시 위주의 공부를 하느라 학생들이 책을 잘 읽지 않은 데다 영어와 수학 공부에만 매달려 국어 공부를 소홀히 하다 보니 전 과목에 걸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은 당연히 학력부진, 특히 기초․기본 학력 부진과 직결된다. 더욱이 초등학교 때부터 어휘 수준을 점검하여 지속적으로 보완해 주지 않으면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 보완해 주기 어렵게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6학년 시기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2013년 완전 폐지되었고, 학교에서도 지필평가는 실시하지 않는다. 학력실태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지필평가 없이 교사별 수시 수행평가로만 실시되기 때문에 학부모, 학교장, 그리고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에서 초등학생들의 학력실태 분석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대상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도 2017년 6월 시행 직전에 전집평가에서 3% 표집평가로 바뀌어 학생 개인별, 학교별 객관적인 학력 자료 확보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학력 미달 학생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여 제대로 된 지원대책을 수립할 수 없게 되었다(김승호, 2018.12.06.). 이와 관련하여 다음에 발췌 제시한 동아일보 칼럼(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2018.12.07. 수능국어 31번보다 먼저 사과해야 할 것)을 통해 우리 교육의 기초학력 위기 현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앞뒤가 참 어색한 사과와 위로의 현장을 보며 교육당국이 진짜 사과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의 끝엔 이렇게 냉엄한 입시의 현실이 존재하는데, 어린 학생들에게 딱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꿈과 끼만 좇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처럼 미혹했던 것 말이다.
... 초1부터 중1까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일제고사가 없다. ... 일부 진보 성향 교육감은 시험은 물론이고 '숙제 없는 학교'도 역점 사업으로 운영한다. ... 중2 때 인생 첫 ㅇㅇ고사를 보고 아이들은 충격에 빠진다. 뒤늦게 공부를 하려해도 기초 개념을 잡았어야 할 7년이 지난 상태라 좀처럼 쉽지 않다. 형편상 기댈 곳이 학교뿐인 아이들은 더 힘들다.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기초학력 미달'이라는 이름의 집단으로 남는다. 학교가 덜 가르치도록 장려하는 교육시스템 속에서 학부모들은 '학교가 안시키면 내가 시킨다'란 마음으로 사교육을 시킨다. ...
... 가진 자들은 학교가 덜 가르쳐도 상관없다. 어차피 학교만 믿고 가지 않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바빠 입시제도가 어떤지 몰랐던, 학교만 믿었던 서민들만 뒤통수를 맞는다. 그런 면에서 교육당국이 진짜 사과해야 할 건 현실에 눈 감고 이상만으로 공교육을 놓아 버린 것이다. '수능 국어 31번' 사과보다 그게 먼저다.
Ⅲ. 교수-학습과정의 어휘력 증진 대책
1. 교육과정 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
모든 교과의 교실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주로 언어를 통해 상호작용한다. 국어과는 언어사용 능력을 신장에 기본 목표를 두고, 국어에 관한 기본적 지식을 가지게 하며, 문학의 이해와 감상능력을 길러 주는 교과이다. 이렇게 볼 때 국어 수업을 통해 국어사용 능력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면 수학이나 사회, 과학, 심지어 외국어 수업도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언어사용 능력은 크게 나누어 음성언어(말) 사용능력과 문자언어(글) 사용능력으로 구분된다. 음성언어 사용능력은 듣기와 말하기 능력이며, 문자언어 사용능력은 읽기와 쓰기 능력이다. 읽기 능력은 달리 표현하면 모든 과목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독서능력이다. 읽기 능력에서 독서라는 책을 읽는 행위보다 글의 이해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 단계가 있지만,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어휘에 대한 이해이다. 풍부하고 다양한 어휘력을 지니고 있는 학생은 그만큼 읽기 학습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어휘 능력을 지닐 수 있도록 어휘 학습 방법을 지도하는 것은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어휘 학습을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폭넓은 독서와 독서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사전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단어의 문맥적 의미가 사전적 의미와 차이가 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여기서 국어사전 활용은 어휘학습, 읽기 능력, 언어능력, 국어 능력, 모든 교과학습 능력으로 확대 연계될 수 있다. 사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면 지적 측면의 교육이 어렵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교육과정 상 국어사전 찾는 법을 익히고 단어의 다양한 의미를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어휘력을 향상시키는 교육활동은 주로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수준에서 배우게 된다.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는 4학년 6월에 10차시에 걸쳐 국어사전 활용에 대해 학습하도록 했다. 최근 학생들의 어휘력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됨에 따라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3학년 때 10차시와 4학년 때 10차시로 기존에 비해 두배로 국어사전 활용 교육을 확대했다.
사전 찾기는 초․중․고 12년을 통틀어 초등학교 교과서에 유일하게 나온다. 사전에는 낱말의 어원, 발음, 그 단어와 관련된 숙어, 속담, 반의어, 유의어 등 무수한 지식이 담겨 있어 스스로 어휘 학습을 할 수 있는 좋은 자료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독서활동에서 기본적인 어휘의 의미나 개념의 이해보다는 맥락을 통한 이해, 사고력과 창의력 배양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사전을 활용한 어휘학습은 암기위주 교육의 전형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어사전을 개별적으로 소유한 학생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어휘에 관한 지도는 초등학교에서 중점적으로 지도되지만 중학교 이후에는 이에 관한 지도를 체계적으로 할 수 없다. 초등학교 문법 영역에서 낱말(단어)에 대한 학습을 기반으로 단어의 짜임, 품사의 개념과 특성, 어휘의 유형과 의미 관계에 대하여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중학교 문법 영역에서는 초등학교와 달리 언어의 본질, 음운, 담화, 국어의 역사 등에 대해서 배워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초등학교에 비해 어휘 교육에 대한 직접적인 학습 내용은 적을 수밖에 없다. 중학교 단계에서는 문법 영역뿐만 아니라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학 영역에서도 어휘 교육에 대한 직접적인 관련 내용이 없다(전은주, 2012).
다음으로 한자 문제를 들 수 있다. 우리 국어의 특수한 구조에서 학습용어 이해 곤란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 국어는 70% 이상이 한자어이므로 한자를 모르면 우리말의 30%만 배울 뿐이며, 30%만 가지고 우리말 언어생활을 하는 결과가 된다. 더욱이 학술용어는 95% 이상이 한자어이므로 한자를 배우지 않고 대학에서 공부한다면 5%의 언어능력으로 학문을 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한자어가 90%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는 바, 초․중학교 단계에서 한자 지도에 대해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2. 학생 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
학력 부진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은 학생 자신과 부모가 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은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선수학습 미비, 학습의욕 저하, 가정의 관심과 교육열 미흡으로 직결된다. 공부방법 면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하는 바, 이에 대해서는 사전활용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에서 충분히 다뤘기 때문에 생략한다.
여기서 가정의 학습지원 능력 부족의 문제는 학생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교사가 이를 인정하고 특별하게 보충해 주는 방법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 특히 농어촌 학생들이나 도시 저소득층 학생들의 경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거나, 부모가 충분한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하여 학생이 비난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학습부진학생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더욱 다양하게 전개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선수학습 미비나 학습의욕 저하에 있어서 학생들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은 항상 무엇인가 배운다고 생각하며, 다른 학생들과 제대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담당교사가 가르치는 대로만 배우면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기초학력 보충이 필요한 학생들의 학습수준을 체크하고 보완해 주지 않으면 선수학습 미비는 당연한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학생들이 근본적으로 공부하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생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공부라는 점을 교사들은 고려해야 한다. 싫은 공부라도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은 공부하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 모든 사람들이 직업에서 성공하고 싶어 하듯이 모든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하루의 일과가 공부이며 공부하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으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공부에 지겨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잘하고 싶은 생각에 비해 실제로 공부 잘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공부를 해도 생각보다 성적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어려워하고 또한 싫어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하고 싶은 학생들이기에 공부를 하면서 알아가는 재미는 그들에게 어떤 오락보다도 더 즐거운 일이다.
학생들의 근본적인 바람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교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을 공부할 수 있도록 격려와 인정을 해주는 일이다. 현재는 공부를 다소 잘하지 못하더라도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을 인정해 줄 때 학생들은 공부에 대하여 용기를 잃지 않게 될 것이다.
3. 교사 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
교사들은 교과서나 자신이 수업 중에 사용하는 일반적인 학습용어들을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해하리라는 전제 하에 수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학습용어의 상당한 부분을 학생들의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왜냐하면 교사들은 다년간의 사회경험과 전공분야의 공부를 통해서 의식수준이나 언어수준이 학생들에 비하여 아주 높은 수준이지만 이와 같은 사실을 수업 중에 무의식적으로 망각하기 쉽다.
또한 일반적으로 중·고등학교 시절 중상 정도의 학교성적을 가졌고, 따라서 학습용어의 이해에 곤란을 거의 경험하지 못한 교사들은 자신들이 학교에서 배우던 기억을 되살려 상식적인 어휘를 모르는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기 쉽다.
더욱이 교과서에서 사용되고 있는 학습용어들 가운데는 그 형성과정부터 학생들의 실제생활과 관련이 적은 전문용어이거나 외래어, 한자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 교사들은 학습용어의 사용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하겠다. 교과 관련 학업성취도 향상과 어휘력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학생들이 교과의 주요 개념이나 원리를 배우지만 교과서의 학습내용을 구성하는 텍스트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지 못하면 교과학습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중등학교 교과 담당교사들은 모든 학생들이 일반적인 어휘력과 독해수준을 확보하면서 자신이 담당하는 전공교과를 배운다고 가정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그렇다고 어휘력 배양이나 독해능력을 국어교사들에게만 의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휘력이 약한 학생들을 보면서 많은 교사들은 그러한 상황에 대해 개탄해 마지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중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다. “초등학교에서는 뭐 하는지 모르겠어. 그런 상태로 어떻게 중학교 진학을 시킬 수 있어” 하면서 심각성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처럼 비난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교육부의 학력향상 시책 중 하나인 ‘모든 교사의 독서교사화(Every teacher is a reading teacher)'는 국어과 이외의 모든 교과담당 교사들도 자신의 전공 영역뿐만 아니라 일반 어휘 지도, 독해지도 등에 대해서도 관심과 지도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 하에 추진된 것이다(Lattimer, 2010). ’모든 교사의 독서교사화’ 시책이 대두된 배경이 우리의 현실과 유사하다는 점을 인식하여 중․고교 단계에서 모든 교과담당 교사들이 비난과 책임회피가 아닌 기본적인 일반 어휘나 교과 관련 개념 지도에 적극성을 보여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Ⅳ. 나가는 말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의 분량은 많아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학습을 전개하지 않으면 누적적으로 실패감을 맛보게 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 학습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학습하는 방법 습득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을 활용하는 방법, 교과별 학습방법 등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기초·기본학력이 부진한 학생들 대부분은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만큼 자주적 학습능력 배양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휘력 배양의 과제는 국어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전공 영역의 세부 지식을 알기 위해서는 일반 어휘를 이해해야 하고, 문맥으로 알기 위해서는 해당 어휘의 기본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중등학교에서 교사들은 전공영역에 대한 관심과 지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학생들은 기본적인 어휘에서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모든 교과 교사들이 어휘 지도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습용어를 한자로 설명해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문제에 관해서 교육계 내부에서 한글전용론과 한자혼용론 등 첨예하게 대립되는 주장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교과학습 용어가 한자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 한자의 음과 훈을 통해 학습용어 이해도를 높이는 방안이 단순 암기 위주의 학습보다 훨씬 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자를 배우지 않고 교직에 들어온 대부분의 한글세대 교사, 한자보다는 영어로 이해시키는 것에 더 익숙해진 교사들에게는 다소 부담이 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한자를 통한 학습용어 설명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창의성이나 미래 역량 등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국어사전 활용과 같은 전통적인 교육방법을 논의한 것이 어색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식 없이는 창의성도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참고 문헌>
김승호(2018). 지식 없으면 창의성도 없다. Christodoulou, D.(2014), Seven myths about education.
김승호 역(2018).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223-247). 서울: 페이퍼로드.
김승호(2018), 국어사전 수업을 두배로 확대한 이유, 김승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kshmp/6
김승호(2018), “우리 아이들의 지식교육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공교육 희망 칼럼, 2018.12.06. http://21erick.org/bbs/board.php?bo_table=11_5&wr_id=100843&page=0&page=0
이정우, 곽한영(2007), "초등학생들의 사회 교과서 어휘에 대한 이해도: 6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국사회과교육학회, 『시민교육연구』, 제39권 3호, pp.213-236.
전은주(2012), "중학교 어휘 교육의 위상과 개선 방안", 한국국어교육학회, 『새국어교육』, 제93권, pp.181-213.
정진우, 조현준, 박숙희(2007), "중학생들의 학습 양식과 과학에 대한 태도에 따른 한자기반 지구과학
용어에 대한 이해", 한국지구과학학회, 『지구과학학회지』, 제28권 1호. pp.24-34.
Chall, J. S.(1996). Stages of Reading Development. Second edition Harcourt Brace.
Lattimer, H.(2010), Reading for Learning : Using Discipline-based Texts to Build
Content Knowledge, National Council of Teachers of English.
* 본 글은 필자의 교육전남 121호 교육논단 발표 원고(2013-07-10, pp.124-131)를 재구성하여,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특강(2018-12-11) 자료로 대학원생들에게 제공한 것임
* 다음은 특강 설명용 프리젠테이션 자료이며,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자료를 볼 수 있음
⃞ 관련 자료 확인 안내(강의 참고 자료)
1.(서론) 쉽지 않으니까 교육이다.
(호남교육신문 칼럼, 2018.02.27.) ‣
2.(본론) 일곱가지 교육미신 분석
- 지식 없으면 창의성도 없다
(역자후기, 김승호의 브런치, 2018.09.29.) ‣
https://brunch.co.kr/@kshmp/15
- 수업에서 핵심역량 가르쳐야 한다고?
(역자 인터뷰, 에듀인뉴스, 2018.11.03.) ‣
http://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87
- 홍춘욱의 경제강의노트
(북리뷰 유튜브, 어제 읽은 책, 2018.11.07.) ‣
https://www.youtube.com/watch?v=jmfPpNdvEH0
3.(맺음말 : 그러면 어떻게?) 국어사전 활용 교육 이해
- 초등 국어사전 수업을 두배로 확대한 이유
(브런치, 2018.07.12.) ‣
https://brunch.co.kr/@kshmp#articles
- 초등학생 학력향상 “국어사전 활용 교육이 답”
(에듀인뉴스 인터뷰, 2018.10.09.) ‣
http://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46
- 어휘가 곧 학습능력 – 사전교육 확대해야
(목포MBC 인터뷰, 2018.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