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퍼센트의 기적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16강 진출!

by 임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월드컵 한다고 하면 내일이 시험이어도 새벽까지 보고 그랬는데 확실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요즘 내 주변 환경의 변화들로 신경 쓸 곳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물론 잘하면 좋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들어서 갈수록 그 기대가 떨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마지막 경기가 목요일 밤인지 금요일 밤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3차전 경기가 남았을 때 우리는 1무 1패의 상황으로 일단 같은 조에서 2승을 거둔 포르투갈을 상대로 이기고 가나와 우루과이전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조건이 많이 붙는다는 건 결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기억으로는 2002년의 월드컵의 승리 이후 우리는 항상 경우의 수나 조건부가 달린 경기를 이어와야 했지만 대게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언론에서는 일단 여러 조건이 붙어있지만 잘한다면 16강 진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했다. 그러나 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당연히 그래야 했다. 문제는 그럴 수 있느냐였지만. 주변에서는 대게 부정적으로 봤다. 이전 경기들에서 열심히 했지만 결과로는 이어지지 않아 이런 의견에 더욱 힘이 실렸다.


9퍼센트. 우리나라가 16강에 갈 가능성도 단 9퍼센트였다. 월드컵 본선에 추천한 나라를 대상으로 가능성이 점쳐지는데 우리가 받은 가능성은 이렇게 지극히도 낮았다.


이런 조건에서 결코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이긴다고 해도 16강을 갈 수 있을까? 너무 불가능하고 무모한 생각이어서 일찍 감치 포기하고 말았다. 기대를 꺾었다.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그보다 안정적인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익혀왔다. 그리고 그 방법에 익숙해져 갔다. 그러니 당연히 할 수 없고 그저 몸이나 다치지 말고 잘 마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예 보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에 마침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이었으므로 보기로 했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우리나라는 1골을 먹었다. 포르투갈을 이기고 우리 조 다른 대전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데 일단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하기는커녕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아.. 역시 불가능한 것은 안 되는 건데' 그러면서 티브이를 끄고 잠에 들었다. 실시간으로 지는 모습을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떠 핸드폰을 열어보기가 겁이 났다. 막상 졌다는 소식을 눈으로 확인하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이니깐 결과에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막상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16강 진출이었다.


단순히 포르투갈을 이긴 것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불가능하게 보였던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리고 역전골은 후반 45분을 넘어선 추가 시간에 터졌다.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기여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도 않았는데 포기한 건 나 자신이었다. 그냥 포기하면 좋은데 끝까지 희망을 붙잡고 이길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하기까지 했다. 무한 긍정이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니까. 빨리 현실을 인식하고 살 길을 찾는 것이 낫다고. 헛된 희망이 오히려 독이 된다고.


그러나 이번 결과는 이런 생각을 확 바꾸어 주었다. 벼랑 끝에 몰려있더라도, 남들은 단지 10퍼센트도 되지 않게 가능성을 낮춰 봤더라도, 감독의 지시를 받을 수 없었을지라도, 중요한 경기에 시작하자마자 한 골을 먹었더라도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고자 하는 용기와 믿음만 있다면 결과는 해봐야 하는 것이었다.


어릴 적에 그토록 스포츠를 봤던 이유가 이제야 생각이 났다. 내일이 시험이어도 볼 수 있었던 건 이렇게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어떤 강력한 동기보다도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나도 할 수 있다고 내 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그러나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 점점 스포츠와는 멀어졌고 희망보다는 안정을 생각했다. 그리고 소소하게 가져다주는 결과에 그것이 어느 정도 맞다고 여겼다. 그러니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것을, 거기서 희망을 읽는다다는 것을 아예 잃어버렸다.


그러나 이번 경기를 통해서 다시 희망을 보았다. 안 되는 것은 없다고. 미리 정해진 결과는 없는 것이라고.


다시 모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가능성이 10퍼센트라도 주어진 조건이 결코 유리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그것을 보여주었고 몸소 알려주었다. 나를 비롯해 모든 국민들이 느꼈으리라.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표팀 16강 진출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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