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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Aug 02. 2023

사소함이 만들어 내는 기적

미안함과 배려, 그 두 가지가 만들어내는 것은? 

아침 출근시간에는 굳이 거창한 상대성 이론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거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해서 마음이 언제나 빠듯한데, 오늘따라 유난히 층층이 엘리베이터가 서는 통에 계속 시계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유독 그런 날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서지 않겠지 생각했는데 5층 정도가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엘리베이터가 섰다. 탄식과 함께 누구라도 빨리 타서 문이 얼른 닫히길 기다렸다. 출근시간임을 감안하면 타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으니 빨리 진행되기만 바랄 뿐. 


문이 열리자 뜻밖에도 머리가 새하얀 할머니가 탔다. 그런데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고 열림 버튼을 누르며 누군가를 불렀다. 


1초, 2초.. 시간은 흘러가는데 누군가는 빨리 오지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그 짧은 찰나에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시간에 이런다고? 곧이어 누군가가 탔는데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셨다. 


'미안합니다.' 


할아버지는 미안해하면 엘리베티어를 타셨고 뒤쪽으로 가셨다. 그러면서 부인에게 '젊은 사람들이 먼저 내릴 수 있도록 뒤로 오라'라고 말했다. 분명 1층에서 내리시는데 그 누군가의 시간을 뺏는 것이 미안하셨는지 내릴 때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먼저 내릴 수 있도록 배려를 하신 것이다. 할아버지의 말씀에 할머니도 뒤로 오셨고 1층이 되자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먼저 빠져나갔다. 


요즘 사소한 것으로 시비가 붙고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세상에서 시간을 지체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배려를 하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니 인상적이었다. 순간 왜 출근시간에 타셔서 지연시키지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미안함과 배려'


이 두 가지만 있다면 싸우거나 얼굴 붉힐 일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끔찍한 사건들이 이어지고 날씨는 폭우에 이어 본격적으로 폭염으로 이어져 하루하루 견디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미안해하고 배려를 한다면 잠시나마 미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덕분에 지하철은 놓치지 않았고 휴가 시즌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여유로운 자리에 앉아 갈 수 있었다. 또 무더운 하루를 보내겠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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