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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Sep 16. 2023

운동의 계절

나에게 맞는 운동을 알게 되는 순간


뭔가 운동을 하긴 해야 했다. 떨어지는 체력도 그렇고 어쩐지 옷도 잘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결정적인 것은 가족들의 한 마디였다. 


'살 좀 찐 것 같은데?' 


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타고난 체질인지 몰라도 그동안 다이어트를 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직업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운동 부족이긴 했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 하루에 거의 만보에 가까운 걸음을 걷는다 해도 운동은 아니었던 것이다. 운동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걷는 걸음이 아니라 일종의 생존의 걸음이었으므로. 또 피곤하다는 핑계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바로 잠이 드는 탓에 나도 모르게 살이 찌는 환경을 마련해 두었으리라. 


그리하여 맞는 운동을 찾기로 했다. 사실 작년부터 나에게 맞는 운동을 하고 싶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일단 헬스는 지겨워서 못하고 테니스도 알아보긴 했는데 이미 사람들이 다 차 있어서 강습하는 시간 자체가 없었다. 겨우 찾는 것은 클라이밍이었는데 저녁에 피곤한 상태에서 암벽을 오르려 하니 집중이 잘 안 되어서 자칫 다칠 위험이 있었다. 그렇게 한 달 만에 그만두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동네 공원을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걷기도 했다. 그러나 날씨의 문제, 들쑥날쑥한 운동 시간으로(어떨 때는 막 한 시간가량 걸었다가 어떤 때는 30분 만에 들어오기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조카들이 줄넘기를 한다고 해서 줄넘기를 할까 했는데 할 수 있는 공간이 여의치 않았다. 


사실 운동을 하고 싶은 이유 중에는 누군가 '요새 무슨 운동을 하냐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무엇을 한다 말하고 싶은 것 때문도 있었다.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 종목은 다르지만 꾸준히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같이 운동에 대한 희열을 말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유목인처럼 기웃거리기만 하다 끝내 찾지는 못했는데 사실 가장 가까운 곳에 정답이 있었다. 바로 실내 자전거였다. 남들은 빨래 걸이로 쓴다고 하지만 사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옷을 걸어놓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뭔가 앉아서 다리를 몇 번 돌리는 것이 크게 운동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시간,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크게 위험하지도 않고, 마음만 먹으면 영속성을 가진 것이 실내 자전거 타기였다. 가장 가까이 두고서 다른 곳에서 찾고 있었다. 


몇 년 전에 실내 자전거로 힘들게 운동할 때도 있었지만 어쩐지 외부에서 폼나는 운동을 하고 싶어서 가장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간과했던 것 같다. 


이번 주부터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했다. 원래는 창문을 열어놓고 설렁설렁 움직였는데 이제는 창문도 닫고 땀이 흠뻑 흐를 수 있도록 빨리 움직였고 시간도 정해놓았다. 너무 오래도 아니고 너무 적게도 아닌. 꾸준하게 할 수 있을 만한 시간으로. 조건설정을 이전과는 좀 더 다르게.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하니 그전에 설렁설렁할 때와는 확연히 느낌이 달랐다. 실내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운동의 효과가 있었다. 이제는 외부에서 뭔가를 계속 찾으려 하기보다는 시간, 공간 제약을 받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실내 자전거 타기를 통해 운동인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럴 때가 있다.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열심히 그리고 끊임없이 돌아다니는데 결국 해답은 나의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이번에도 그랬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야 비로소 나에게 가장 맞는 것을 느닷없이 알게 되는 순간일 수도 있다. 꼭 그 과정을 거쳐야만 어느 순간, 문득 알게 되는 마법 같은 시간. 운동도, 사람도, 인생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뭔가 찾는 과정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무엇인가 정해지면 꾸준히 하는 것은 자신이 있다. 앞으로 남은 하반기 동안에는 운동인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보통 여름이 운동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진짜 운동의 계절은 가을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크게 없다. 진짜 나의 운동을 찾은 계절이 바로 가을이므로. 그것도 내가 정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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