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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un 29. 2021

귀납적 추론의 대상으로서 현상으로 드러나 있는 '보기'

책과 대화하기 XVI

지난 글에 이어 본과 보기 구조와 사물 인식에 대해 책을 따라간다.

본과 보기 구조는 인간이 생각의 주체로서 욕망에 기초하여 대상과 관계를 맺을 때 뒤따르는 네 개의 기본 요소들, 즉 귀납적 추론의 대상으로서 현상으로 드러나 있는 '보기', ...

여기서 살피고자 하는 것은 책에 소개한 네 개 기본 요소의 하나인 보기이다. 책을 읽지 않고 이 글만 보시는 분들을 위해 약간의 첨언을 덧붙인다. 하지만, 주로 소프트웨어 설계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라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보기는 인간에게 대상으로 드러나 있는 현상 세계

'보기'는 마음의 주인인 인간에게 대상으로 드러나 있는 현상 세계를 말한다. 현상 세계는 표현된 것, 즉 '관계 맺음을 통해서 밖으로 드러나 있음'을 말한다.

문장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 듯도 하지만, 현상 세계를 설명할 때 관계 맺음이 말뜻의 중추가 된 부분이 눈에 띈다. 그리고 마음의 주인이라는 표현도 일견 당연한 말 같으며서도 자주 들어보지 못한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앞서 인용한 문장에서 욕망에 기초한다는 표현이 있었는데, 굵게 표시한 셋을 연결해보자.


마음의 주인으로서 욕망에 기초하여 관계를 맺는다. 그 대상으로서 현상으로 드러나는 것이 보기인가? 다음 문장의 보면 그 의미가 조금 분명해진다.

현상 세계에 대상이 드러나 보이는 것은 주체가 관계를 맺는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현상 세계란 물리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인식 값이기도 하다


'보고'라는 꼬리표

우리말에서 사람들이 먹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바라는 것 등을 말할 때 '먹어 보고', '들어 보고', '만져 보고', '바라 보고'라고 하여 모두 '보고'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때, '보고'라는 것은 촉각, 시각, 청각, 미각, 후각 등으로 얻어진 대상에 대한 자료를 시각적 영상으로 펼쳐 놓고 생각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따지고 확인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처럼 인간은 생각의 과정을 시각적 방식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생각해 본다'라고 말한다.

'보고' 혹은 '보다'라는 꼬리표에 대해 평소 생각해본 일이 없어서 생소하지만 흥미롭다. 최근에 <월간 김어준>에서 박문호 박사님의 뇌과학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고 있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는 해당 내용도 섞이지 않을 수 없다. 박사님에 따르면, 촉각, 시각, 청각, 미각, 후각 등에서 수집한 자료의 형태는 이미지이다. 촉각 이미지, 시각 이미지, 청각 이미지 등이란 말이다. 이들이 뇌의 특정 영역에서 종합되고 느낌을 만든다는 놀라운 이야기인데, 위에 인용한 부분과도 자연스럽게 대응한다.


다만, 박문호 박사님 강의에는 보다는 언어가 강조되지 않는다. 빅 히스토리를 주제로 하는 과학자의 강연이니 당연하다. 한편, 최봉영 선생님에 따르면, 뇌 안에서 벌어지는 종합과 판단 과정을 다루는 우리말이 바로 보다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듣다가 아니고) 보다인 이유는 바로 인간이 생각의 과정을 시각적 방식으로 이해한다는 주장이다.


육안과 심안

육안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대부분 알고 있으니 심안에 대한 문구만 인용하고 생각을 기록한다.

인간이 뚫어보고, 내다보고, 돌아보는 것은 심안을 중심으로 대상에 대한 의미를 파악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중략> 사람들이 남의 이해를 요청할 경우에는 '사정을 좀 봐달라', '형편을 좀 봐 달라'라고 말한다. 사정과 형편은 상징적 관념이기 때문에 시각적인 것과는 무관한다.

앞서 보기를 과정으로 보는 관점과 심안까지 살펴보고 나면, 통찰에 대한 이해는 쉽다.

인간은 통찰을 통해서 다양한 변수들을 전체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최봉영 선생님에 따르면 인간이 대상을 보는 것에는 통찰 이외에 관찰, 시찰, 직관 등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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