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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Oct 28. 2019

바나나 케이크(Banana Cake)

[Mindful Cooking | 마음챙김 요리]

반복



'반복'이라는 단어는 중의적인 느낌을 줍니다. 하나는 뻔하고 지루하며 부정적인 의미지만, 또 다른 의미로 그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행동하는 무게감과 지조가 느껴집니다. 


바나나 케이크는 제가 베이킹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만들었습니다. 만들기도 쉽지만, 바나나가 들어간 음식이 맛없을 순 없습니다. 게다가 바나나의 달달함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보통 바나나를 간단한 아침식사나 간식으로 먹듯이, 바나나 케이크도 아침에 그리고 디저트로 먹기 좋습니다. 


인터넷에 banana cake 또는 banana bread로 검색하면 정말 수 없이 많은 레시피가 나옵니다. 다들 자신의 레시피가 최고며 궁극의 레시피로 소개하지만, 제 입맛에는 안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너무 달지요. 식감도 푸슬푸슬할때도 있고 너무 진득할 때도 있습니다. 한번 하고 마음에 안 들면 안 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바나나를 자주 사다 보니 부득이하게 완숙 바나나가 생기고, 최적의 재료가 눈 앞에 있으면 자의든 타의든 또 바나나 케이크를 만들게 됩니다. 머핀으로도 만들어보고, 초코칩도 넣어보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번 하다 보면, 결국 자기에게 맞는 재료를 넣고 좋아하는 당도와 식감을 찾게 됩니다. 




*재료 (중간 크기 파운드 케이크 틀 기준, 170도 예열)


통밀가루(중력분) 200g

무염버터 150g, 말랑해진 상태

갈색설탕 90g 

흑설탕 30g (갈색설탕으로 대체 가능)

계란 2개 (약 100g 내외), 냉기가 없이 미지근한 상태

완숙 바나나 중간 크기 2개(약 200g 내외), 껍질에 갈색 점이 많을수록 좋음

베이킹소다 1/2 tsp

베이킹파우더 1/2 tsp

시나몬가루 3/4 tsp

바닐라 엑스트랙 1 tsp 또는 바닐라 페이스트 1/2 tsp

소금 1/8 tsp

(선택) 피칸 또는 호두 60g 



*방법

1) 실온에 말랑해진 버터에 설탕(갈색설탕+흑설탕)을 3번에 나눠 넣는다. 한 번에 2분 동안 핸드 믹서/스탠드 믹서로 섞는다(고속). 

2) 1)에 버터크림에 계란과 바닐라 엑스트랙을 섞은 액체를 5번에 나눠서 30초씩 중간-고속으로 섞는다. 

3) 바나나를 포크로 으깨고, 2)에 넣어 골고루 섞는다.

4) 가루류(통밀가루, 베이킹소다, 베이킹파우더, 시나몬가루, 소금)을 체친 다음 2번에 나눠서 3)에 넣는다.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조심스럽게 주걱으로 섞는다. +이때 피칸이나 호두도 함께 넣는다.

5) 170도 오븐에 45분-50분 굽는다.

6) 최소 2일 동안 밀폐용기에 실온 보관하여 숙성한 다음에 먹는다. 


달콤하고 촉촉한 홈메이드 바나나 케이크


반복과 기다림의 바나나 케이크


홈베이킹을 반복하니 버터케이크류(예. 파운드 케이크)가 가장 맛있을 때는 굽고 나서 바로가 아니라 2-3일 정도 뒤에 먹을 때입니다. 저는 케이크가 완전히 식으면 랩으로 꽁꽁 싸서 큰 밀폐용기에 넣고 부엌 옆 다용도실에 둡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지루하지만, 한 입 먹으면 그 시간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이 레시피가 저만의 궁극의 바나나 케이크 레시피라고 하긴 약간 쑥스럽습니다. 제 입맛에 맞고, 제가 만족하는 정도지요. 이 정도가 되기까지는 꾸준히 만들고 반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래에 읽은 책 중에 <쓸모 인류>라는 책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빈센트가 무려 10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에게 꼭 맞는 못난이 빵을 만듭니다. 그의 말을 통해서 제게 맞는 바나나 케이크를 다시금 만들고 맛봅니다.


"어떤 날은 훌륭한 맛을 내겠지만, 또 어떤 날은 그렇고 그럴 때가 있겠지. 하지만 그 실패 속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무슨 일이든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꾸준히 해본다는 게 더 중요한 거야. 요리든 뭐든. 질문이 있는 실패가 많다면 그만큼 실력은 늘어날 거야." (쓸모 인류,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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