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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Feb 22. 2022

15-1. 즐거움엔 끝이 없다!

[바라데로]


즐거움엔 끝이 없다, 바라데로 올인클루시브 호텔 


오늘도 어김없이 태양은 떴고 날이 밝았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바라데로로 이동하는 날이기에 일찍 일어났다. 조식을 간단하게 챙겨 먹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바깥이 소란스러워 내다보니 군중이 노래를 부르며 행렬을 이룬 채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오늘 무슨 축제가 있는지 주인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축제가 아니라 장례식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치러지는 우리의 장례식과는 확연히 달랐다. 트리니다드의 쾌활함과 밝음이 여기에도 투영된 걸까? 아니면 이방인의 눈으로 먼발치서 바라봤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걸까? 


어느새 숙소 밖에는 아바나에서 트리니다드까지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 주었던 택시기사가 도착했다. 주인 아주머니와 짧게 인사를 나누고 택시 트렁크에 짐을 실었다. 일반 승용차라서 짐을 한가득 싸맨 배낭 4개가 들어가니 더 이상 무언가 넣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찼다. 한껏 무거워진 택시는 트리니다드를 떠나 바라데로로 향했다.


바라데로는 마치 곤충의 더듬이처럼 섬의 일부분이 바다 쪽으로 길게 튀어 나온 모양을 한 지역인데, 독특한 지형을 따라 럭셔리 호텔들이 줄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호텔들은 올인클루시브(all inclusive)로 운영하고 있는데, 올인클루시브라 함은, 호텔 숙박비에 호텔에 있는 대부분 시설 및 서비스 이용 요금이 포함되어 있고, 추가 요금 없이 밥과, 술, 고기를 무한으로 즐길 수 있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그리 많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의심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바라데로에 머무는 2일 동안 우리는 진정한 호캉스가 무엇인지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TUXPAN 호텔 입구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방문한 탓에 서류 처리만 먼저 해놓고, 호텔 내부를 둘러봤다. 로비에서도 통유리창 너머로 수영장이 보였다. 수영장 풀도 넓고, 종류도 다양했다. 수영장 곳곳에 식당과 작은 바가 있어 언제든지 술과 피자를 즐길 수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니 한시라도 빨리 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을 지경이었다. 숙소 열쇠를 받고 나서 짐을 대충 푼 다음 들뜬 마음으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달려 갔다.


물 속에 들어가기 전 수영장 한가운데 있는 그릴바에서 일단 배부터 든든하게 채우기로 했다. 고기는 닭고기와 소시지가 나왔고, 나머지 샐러드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고기맛은 보통 수준이었지만,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바에서 음료수와 맥주를 가져와 고기와 곁들여 마셨다. 물론 이것도 무제한이다. 왜냐고? 이곳은 올인클루시브니까! 든든하게 배를 채웠으니 이제 신나게 놀 차례다. 하지만 방금 막 식사를 마쳐서 물에 들어가기는 부담스러웠고, 소화도 시킬 겸 오솔길 따라 해변으로 걸어갔다.




뷔페식 점심


수영장 이곳저곳



오솔길에서 나오자 카리브해가 드넓게 펼쳐졌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카리브해에 압도되어 할 말을 잃고 감탄만 내뱉었다.. 페루에서는 웅장한 고산이 인상적이었다면, 쿠바에서는 카리브해에 매료되었다. 자연이 주는 힘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있는 게 분명하다. 언제봐도 새롭고 놀랍다. 수평선이 워낙 선명해 푸르른 카리브해와 맑은 하늘이 하나가 된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장관이었다. 맨발로 카리브해의 모래를 밟으며 해변가를 걷다가 푸른 바닷속으로 힘차게 뛰어들었다. 첨벙-! 차가운 바닷물에 흠뻑 젖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카리브해의 맛은 동해바다의 것과 마찬가지로 짭짤했다.



카리브해의 수평선
카리브해를 즐기는 사람들



수영도 하고 모래성을 쌓기도 하고, 모래찜질도 하면서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해맑게 놀았다. 따사롭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다가 눈을 감고 파도소리도 감상했다. 따스한 햇살, 상쾌한 파도소리, 그리고 솔솔 불어오는 바닷바람.. 이게 행복이지! 한가로운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해가 붉게 타오르며 구름 너머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카리브해의 석양까지 보고 나서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모래 안은 따뜻합니다
바다는 차갑습니다



힘을 빼고 느긋하게 즐기자, 바라데로의 밤


저녁식사는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식당과 예약제로 즐길 수 있는 식당에서 먹을 수 있었는데, 해변으로 가기 전 예약해 둔 덕분에 예약시간에 맞춰 내려갔다. 호텔 내부에 있는 레스토랑 El rancho가 문을 열자 콜린 퍼스를 닮은, 중후한 멋을 풍기는 지배인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편한 자리에 앉아 내부를 둘러보니 우리를 포함해 총 4팀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메뉴는 코스요리로 구성되어 있었고, 종류도 제법 다양해서 각자 원하는 메뉴를 주문했다. 식전 와인이 먼저 나와서 가볍게 목을 축였다. 분위기 내는 데는 또 와인만 한 게 없지. 와인도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실 수 있었다. 역시 올인클루시브..! 요리가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다. 맛은 대체로 훌륭한 편이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나와 칵테일을 원없이 마셨다. 주문한 칵테일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옆에 있던 남녀 한 쌍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향적인 성격 탓에 평소였으면 조용히 있었을텐데, 술기운을 빌어 외국인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역시 사람 친해지는 데는 술 만한 게 없다.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야외로 나와 수영장 선베드에 누운 채로 칵테일을 홀짝이며 바라데로의 밤공기를 즐기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마지막까지 짜릿해.. 노는 게 제일 좋아!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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