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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시 Jun 23. 2023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

새벽북클럽 5월 모임후기 :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 [새벽북클럽]은 인천 송도에서 월 1회 진행되는 엄마들의 독서모임입니다. 새벽북클럽 시작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에 담겨 있어요.



새벽북클럽 5월 도서


책 <어린이라는 세계>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던 저자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함께하며 느낀 것들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독서교실을 통해 만난 어린이로부터 혹은 본인의 경험으로 시작된 글감의 소재가 어린이라는 큰 주제로 기똥차게 연결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그 시선이 정말 정말 부러웠던 책이다.


주위에 이 책을 추천하시는 분들이 많아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이 책을, K님께서 어린이날을 맞아 함께 읽어보자고 제안해 주셔서 참 감사했다. 더군다나 지난달에 새벽북클럽에서 함께 읽은 책 <이상한 정상가족>과도 묘하게 연결되는 지점이 많아 '어린이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내가 육아일기 형태로 담고 싶은 글의 모범답안 같아서 너무너무 좋았다. 읽는 내내 모든 글을 필사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던걸 보면 나는 저자의 글솜씨가 굉장히 부러웠나 보다. 모범답안은 찾았으니 이제 실력을 키워가는 일만 남은 걸까.


어린이들은 부모님의 사랑을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지 않는다. 다만 서툴러서 어린이의 사랑은 부모에게 온전히 가닿지 못하는지 모른다. 마치 손에 쥔 채 녹아 버린 초콜릿처럼.

- <어린이라는 세계> 남의 집 어른 中


어린이가 어른의 반만 하다고 해서 어른의 반만큼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가 아무리 작아도 한 명은 한 명이다. 하지만 어떤 어른들은 그 사실을 깜빡하는 것 같다.

- <어린이라는 세계> 한 명은 작아도 한 명 中




새벽북클럽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



K님께서는 이번 책 이야기를 나누기 전 <엄마의 선물>이라는 그림책을 읽어주셨다. 엄마와 아이, 서로에게 전하는 사랑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엄마와 아이가 대화를 주고받으며 투명한 OHP 필름을 이용해 서로의 손이 왔다 갔다 하는데, 따스한 대화와 함께 시각적으로도 굉장한 따스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1️⃣ 어린이를 존중해 주는 태도나 세상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는 나만의 팁을 공유해 보아요. (p.146)


[어린이를 존중해 주는 태도]

복잡한 길에서 아이들이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

식당에서 대접받는 느낌일 들 수 있도록 아이 메뉴 별도로 시켜주기

등산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쥐어주거나, 힘낼 수 있도록 '파이팅' 외쳐주기

아이들 이름 불러주기

아이들이 하는 상황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아이에게 존댓말 사용하기

아이들과 시선을 맞출 수 있도록 키 낮추기

아이 앞에서 아이를 평가하는 말 하지 않기

말의 힘이 생길 수 있도록 아이와 한 작은 약속도 꼭 지키기


[세상에 좋은 인상을 주는 나만의 팁]

화장실 깨끗하게 쓰고 나오기

인사 잘하기

작은 친절 베풀기(엘리베이터 '열림' 버튼 눌러주기 &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내릴 수 있도록 기다리기 & 뒷사람을 위해 문 잡아주기)

재활용품 버리러 가서 주변 정돈하기

산책하면서 우리 집 강아지 배변 치우면서 다른 것도 치우기



2️⃣ 어린이와 함께 겪었던 중 일화 중 미소 짓게 만드는 에피소드를 나눠보아요.


[아이의 말, 말, 말]

아데노바이러스에 걸려 눈곱이 끼자 "엄마, 눈에서 코딱지가 나와요."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엄마가 고기는 안 주고 김치만 줘서 아픈 것 같아요."

주유소에서 차에 주유를 할 때 "엄마, 차는 왜 겨드'람'이로 밥을 먹어요?"

키위를 '키비'로 발음하던 아이

가정의 달을 맞아 아빠 그림을 그리며 "일하는 아빠가 멋져"라고 메모를 남겨놓은 아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힘들어하는 엄마에게 "엄마, 처음이라 그래.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위로하는 아이

차 사고로 오래도록 신경 쓰는 엄마에게 "잊어"라고 조언하는 아이

건물주가 꿈인 아빠를 그리며 "아빠 : 돈 받는 사람"이라고 적어놓은 아이

엄살이 심한 아이가 의사 선생님의 괜찮다는 말을 듣고 나면 다 나은 듯이 행동함

위층의 층간소음으로 힘들어하는 아이가 엘베에서 윗집 가족을 만남. 어른들이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이웃인데 이해해야죠."라고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게 대답하던 아이


[아이를 향한 어른의 배려]

식당에서 아이들을 위해 미지근한 물, 따뜻한 물 중에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물어봐주는 직원분

엄마, 아빠 커피를 잔에 준비하며 아이도 '잔'에 따라 음료를 내어주는 아빠


[어른을 향한 아이의 배려]

유모차 끄는 것을 도와주던 아이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던 아이

대학시절 학원 아르바이트를 할 때 아이가 스승의 날 선물로 손수 만들어준 키티 퀼팅 액자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3️⃣ 어린 시절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방에 살며 서울말을 선망하던 시절의 내게 "괜찮아. 너도 크면 서울 가서 서울말 하면서 살 수 있어."

학용품을 무작정 아끼던 내게 "아끼면 똥 되니까 마음껏 써도 괜찮아."

'공부를 잘해야 해. 좋은 대학 가야지.'만 듣고 살던 시절의 내게 "너는 꿈이 뭐야?"와 같은 질문들

맞벌이하시던 부모님의 결핍이 느껴져 "너는 외롭지 않아. 혼자가 아니야", "엄마는 항상 네 옆에 있어."

공부를 못해도 "세상에 부끄러운 자식은 없어."라고 말해주었다던 맘카페 이야기  

"너는 못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야. → 어른들의 기다림이 필요한 아이들

"너는 뭐 하는 걸 좋아해?",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와 같은 질문들 →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많이 만들어 주고 싶어요.

"소심했지만,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고 잘 살고 있어." → 소심한 사람들에게는 억지로라도 '자리'를 만들어줘서 역할을 맡게 하면 도움이 된대요.

"너의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

"너는 그 자체로 가치 있단다."

애써 부모, 친지 등과 닮은 점을 찾지 말고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기

유치원 시절 나를 지독히 괴롭히던 아이를 한 대 때려주고 싶어요. 거친 아이를 대해보지 않아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버린 경험이 너무 속상해요.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 J님께서 MBC <일타강사 25화 : 한국인 최초 존스홉킨스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지나영!> 편을 추천해 주셨다. 마음을 돌보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 지나영 님께서 인생의 실패를 기회로 바꾸는 질문,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는 법, 삶의 원동력을 찾는 법, 고난과 역경을 기회 삼아 일어나는 법에 대해 다룬 이야기이다.



힐링의 시간


사실 지난 한 달, 나는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갈등을 원체 좋아하지 않는 내가 갈등상황의 전면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일(제 직업은 공인중개사입니다...)을 시작한 후 겪는 혼란과 그런 생각을 여유롭게 할 수 없을 만큼 바삐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벅찼다고 해야 할까.


그 와중에 5월 새벽북클럽 모임이 열렸다. 혼자였다면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이런 책을 챙겨 읽을 엄두도 못 냈을 거다. 다른 지인들과의 개인적인 만남도 모두 미뤄둔 상태니 대화로 힐링하는 시간도 없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북클럽 모임은 아침 일찍이기에, 집 근처이기에, 한 달에 한 번이기에(모임을 만들 때 고민한 것들) 큰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2023년 1월부터 시작한 새벽북클럽 모임이 벌써 다섯 번에 이르렀다. 2시간 모임, 5번의 만남으로 10시간을 함께 쌓았을 뿐인데, 점점 나눌 수 있는게 많아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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