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여행을 갔다 와서 2kg가 쪘다. 속도 더부룩하고 몸도 무거워 다음 주에 시작하기로 한 헬스장 연회원권 등록을 앞당겨 급하게 운동을 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1시간 반의 웨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수영을 다녀왔다. 수영을 끝내고 올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상쾌했는데 잠깐 깬 새벽에 목이 칼칼하다. 뭔가 기분이 싸하더니 그러길 이틀차 열이 38.6도까지 올랐다. 자고 일어났더니 목에는 가래가 잔뜩 껴 목소리가 안 나오고 머리가 어지러워 침대에 누워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입맛도 없고 배도 고프지 않아 사과 하나와 바나나 하나로 저녁을 맞이했다. 아침 점심을 다 굶고 났더니 저녁에 J가 사 온 전복죽 반그릇도 다 먹기가 벅찼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첫 증상 이후 나흘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코가 조금 막힐 뿐이다. 열도 거의 떨어져 36.7~37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만 이틀 동안 꼼짝없이 집, 특히 침대에만 누워있었더니 창밖 세상에 이질감이 들었다. 죽을병도 아니고 단순한 감기였지만 그 하루가 나에게는 엄청난 무력감을 줬다. 세상살이가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에 대해 다양한 아쉬움과 절망감이 있지만 결국 건강이 없으면 다 부질없는 일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내 한 몸 그리고 우리 가족이 건강함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됐다.
여행기간에 빠진 저녁수업 두 번 사이에는 우리 반 회식이 있었다고 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취미생활반 회식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 참여를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컸다. 수요일 수업을 마치며 빠지지 말고 꼭 오세요~라는 수영 동기님의 말씀이 자꾸 생각나 금요일에 아프면서도 수영에 가야 되나를 고민했다. 하지만 역시 안 가길 잘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열이 39도였을지도 모른다. 광복절 연휴를 푹 쉬었으니 담주부터는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야겠다. 곧 건강한 몸은 당연시되고 또 다른 번민이 나를 정복하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이 감사일기를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