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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Aug 26. 2024

안티프래질형 인간

 지난주 선생님과 대화 이후, 또 면접 준비를 하며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재밌었는지, 성과가 좋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크고 멋있는 일을 하고 싶어 직무를 옮겼었지만, 경력에서 내가 진짜 재밌게 한 일은 모두 상대적으로는 사이즈가 작은 일이었다. 구체적 타깃 고객이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일들. 그걸 해결하기 위해 재량껏 고민하고 실행해 볼 수 있는 일들을 할 때 업무의 골치아픔과는 달리 재밌다고 느꼈다. 그리고 둘러보니 그런 일들을 전문적으로 하는 포지션들도 분명 있었다. 같은 팀에 있었던 분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면접관도 비슷한 질문을 했다.


"하던 일들이 굉장히 큰 규모신데 이 일은 그에 비해 자잘하고 반복적일 수 있어요. 괜찮으시겠어요?"


 그러면서 이어진 업무에 대해 듣다 보니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일들과 내가 즐거운 일중에 택하라면 후자를 택하리라 마음먹었다. 그조차 합격이 돼야 할 수 있겠지만, 일단 거기에 있어서는 생각 정리가 좀 됐다. 지금 맞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해보고 안되면 그때 다시 생각하는 수밖에 없겠다.




 지난번 면접에서 날 당혹시켰던 10년 후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란 질문에 답을 생각해 봤다. 여전히 깜깜한 질문이지만 오히려 구체적이지 않은 답이 더 질문의 의도와 맞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 읽은 논어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군자불기. 영어로 하자면 ‘안티프래질형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안티프래질’이란 충격을 받으면 더 단단해진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10년, 15년 후면 세상은 많이 달라져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하나의 딱딱한 그릇이 되어 충격을 받으면 깨지는 인간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이를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앞으로 더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고 배우며 10년 후에도 새로운 미래에도 제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추구하는 방향성을 담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논어에는 세상의 이치를 관통하는 가르침이 많이 나온다. 많은 이들이 삶의 지침서로 삼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걸 면접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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