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실을 가다 / 도리스 레싱 / 문예출판사
읽는 내내 불편하다. 남자들은 다 그럴테니 그만큼 잘 쓴 소설이라 생각된다.
똑똑하고 좋은 직장을 가졌던 수전이 일을 그만두고 아이와 가정을 돌보면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고 싶어하지만 집에서는 어떤 자유도 찾지 못해 괴로워 한다. 그러다가 어느 싸구려 호텔의 낡은 의자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에서 위로와 안식을 찾게된다. 수전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남편은 수전이 외도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자신의 불륜 상대자와 같이 만나자고 제안한다. 자신만의 19호실을 잃게 된 수전은 비밀을 털어놓기보다는, 자살을 선택한다.
표지를 참 못 만들었다. 아니, 성의없이 만들었다. 표지에 나온 방은 수전의 19호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에 나온 프레드 호텔 19호실의 하나뿐인 창문에는 초록색 커튼이 걸려 있었고, 보통 침대의 4분의 3밖에 되지 않는 침대에는 초록색 새턴으로 만든 싸구려 이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불에는 얼룩도 있었다. 어떤 남녀가 방금 나온 곳이기도 했고. 그래서 수전은 침대가 아니라 안락의자에 앉아 있곤 했다.
표지에 쓰인 그림은 수전의 절박함을 전혀 표현해주지 못한다. 넓직한 창문도, 깨끗하고 넓직한 방, 큼직하고 깨끗한 분홍 침대 모두 작가의 의도를 완전히 무시한다. 이 표지를 만들고 사용하기로 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았거나,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예스리커버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의 표지는 수전이 앉았을 법한 고들 버들 안락의자다. 늘어진 그림자가 수전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걸 말해준다. 눈을 감고 앉아서 혼자가 되었던 수전의 자유가 끝나가는 것이다. 이건 수전을 이해하는 사람이 만든거다. 예스리커버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