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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택 Apr 10. 2023

친일 친미만이 유일한 해법인가? - ⑪

CIA 대한민국 정부 불법감청 논란


2023년 4월 9일 뉴욕 타임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 정부의 내부 논의를 감청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최근 100여 건이 넘는 미군 기밀 문건이 텔레그램, 트위터 등에 사진 형태로 대량 유포되었는데, 대부분 올해 2월 생산된 문건이고 2월 말에서 3월 초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량 유출되었다. 미 국방부는 유출된 정보 대부분이 진본 내용이 맞다고 밝혔으나 일부 문건에서 러시아 전사자 수는 줄이고 우크라이나 전사자 규모를 늘리는 등 조작이 가해졌다고 했다.



공개된 문서가 미국의 동맹국 감청 등 부적절한 행위를 폭로했다는 점에서 내부 폭로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미국은 누군가 우크라이나와 미국, 나토의 노력을 망치려고 한다며 러시아가 유출과 관계되었을 것이다. 러시아가 동맹을 이간질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기밀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전황,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무기와 추가 전달 계획,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지역 전황과 춘계 공세를 앞둔 우크라이나군 강화 계획, 중국·북한의 미사일 개발, 인도·태평양 지역 미군 상황, 중동에 관한 정보, 러시아군 참모부가 나토의 우크라이나 탱크 제공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 내용 등이 있었다.


문건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국방부, CIA 등이 작성한 내용으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게 일일 정보보고 형식인데,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문건에서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한국·영국·이스라엘 등 동맹국들을 도·감청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직접적으로 문건의 정보 출처가 신호정보 보고(SIGINT, signals intelligence report)라고 적혀 있기 때문에 CIA가 한국 정부 내부의 논의를 도청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국가안보실은 3월 초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고심했다.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 한국이 전쟁 중인 국가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로선 공식적으로 해당 정책을 바꾸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정책 변경에 대한 최종 입장을 3월 2일까지 결정하기로 했다며 정책 변경 제안을 하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윤 대통령의 워싱턴 국빈 방문 발표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제공 관련 입장 발표가 겹치게 되면 국민은 두 사안 간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우려하며 155㎜ 포탄 33만 개를 폴란드에 판매해 우회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이 비서관은 김 실장의 대안에 동의하면서 폴란드가 어떻게 할지 한국이 먼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 대화가 도청된 장소가 바로 용산 대통령실이라는 사실이다.



2013년 미국 중앙정보국 자문관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이라는 사람이 미국 국가안보국(NSA, National Security Agency)이 전세계 일반인들의 통화 기록과 인터넷 사용 정보 등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 사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적이 있다. 개인 정보 수집 계획은 프리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새로운 정보 수집과 검열이 필요하다고 여겨 시행했다고 한다. 폭로 당시 미국은 즉시 스노든의 주장이 과대망상이며 프리즘은 합법적인 범주 하의 수집이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스노든이 사전에 빼내온 정보를 폭로하며 그의 주장은 전부 사실로 밝혀졌다. 세계 각국은 미국의 무차별 도청에 경악했으나 미국이 워낙 초강대국이라 크게 제재하기도 애매하고, 사실 다른 나라들도 도청을 많이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냥 흐지부지되기는 했으나 이 폭로 이후 여러 중립국에서 미국산 무기 수입 사업을 백지화하는 등 후폭풍이 적지 않았다. 스노든의 내부 고발 보도는 2014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정부로부터 간첩죄로 기소된 스노든은 홍콩에 피신해 있는 상태에서 제3국 망명을 희망했으나 미국의 압력 때문에 아무 데도 받아주는 나라가 없어서 결국 러시아 시민권자가 되었다.



당시 스노든은 미국이 유럽 연합과 미국 주재 38개국의 대사관을 도청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스노든의 폭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무차별적인 전화 도청, 이메일 해킹을 감행했으며 그 대상은 대부분 미국의 우방국들이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에 대한민국이 도청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지 공식 문의하자 미국은 한국의 우려를 이해하지만 자세한 사실은 밝힐 수 없다는 대답을 했는데, 당시에도 뉴욕 타임스는 NSA가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했다고 폭로했으며 특히 한국은 외교정책과 정보기관 활동, 미군 주둔 지역, 전략 기술 등 4개 부분에서 미국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초점 지역이라서 핵심 감시국으로 지정하고 정보 수집 활동을 벌였다고 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 변화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만날 때도 두 사람이 만나기 전에 미리 반기문 총장을 도청해서 그의 예상 발언 내용을 빼내기도 했으며, 이는 엿들을 수 있는 건 모두 엿듣는다는 원칙 아래 정보를 수집해 온 NSA의 활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최소 2007년부터 미국은 한국 등 동맹이나 우방국들에 대한 도·감청을 해왔고 이 사실이 이미 2013년에 폭로된 바 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불법도청을 반복해 왔던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교라인 전면 경질

참고로 기사에서 언급된 김성한과 이문희 등 외교·안보라인들은 공교롭게도 최근 모두 사실상 경질된 상태로,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이 전면 교체된 사실 자체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내부적 잡음에 대한 의혹이 안 나올 수 없지만 대통령실은 외교·안보라인들이 일신상의 이유, 격무에 따른 인사라며 얼버무렸고, 사전에 외교·안보 비서관들의 대화가 도·감청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을 테니까 그것과도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출현 이후 끊임없이 반복된 대책 없는 스타일을 생각하면 단순히 총선을 앞두고 총선 출마할 선수들을 미리 빼놓기 위해 연쇄 교체하는 중일 수도 있고 더 단순히 정부의 모든 라인에 온통 검찰 출신들만 채워 넣는 작업의 일환일 가능성까지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라는 중요한 행사 직전에 그 책임자들이 갑자기 전부 교체된 것은 상식을 많이 벗어난 일이었다.



지난 3월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도 채 안 남겨둔 상황에서 김성한 외교안보실장이 전격 교체된 이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실장이 그간 열거할 수 없는 외교 참사에도 끄떡없더니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경질된 게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김 실장 경질 배경으로 대통령실과 외교라인의 불화를 언급하며 김 실장이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의 알력 다툼으로 튕겨 나간 것이 사실이라면 위계질서가 엉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민석 의원도 김건희 여사 배후설을 언급하며 그게 사실이라면 김 여사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닌 배후에 또 다른 힘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김 실장 경질이 권력 투쟁에서 밀린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에게 잘못 보이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민주당 측의 주장은 친일 언론에서 일제히 외교·안보라인 교체의 배후에 김건희 여사가 있다는 음모론을 암시하는 기사를 낸 것을 근거로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김 실장이 김 여사에게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 합동공연 보고를 누락했기 때문에 경질됐다는 풍문은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을 굳이 밝혔던 바 있는데, 대통령실의 해명을 잘 읽어보면 뭔가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게 말하고 있다.


기사는 김성한 전 실장이 갑자기 교체된 것은 김 전 실장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국가안보실 내 핵심 관계자들과 중요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김 전 실장과 김태효 1차장 사이에 알력이 있었다.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합동공연 계획이나 양국 정상 부부 간 일정 등과 관련한 주요 보고가 누락됐다. 국가안보실은 방미 일정 준비뿐만 아니라 정상외교에서 실수를 여러 차례 했고, 김 전 실장 교체는 그런 실수들이 누적된 결과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은 초등학교 동창으로 50년 된 친구 사이인데 이런 김 실장을 교체한 것은 더 이상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가안보실에서 피드백이 없어 미국 측이 답답함과 불편함을 토로해 왔기 때문에 미국 측 입장 때문에 잘랐다. 

김 실장 사퇴 시킬 때 윤 대통령은 몇몇 인사들을 불러 밤늦게까지 환송 만찬을 했는데, 업무적 이유로 교체가 불가피했지만 떠나는 초등학교 친구를 끝까지 배려했다 등 별 희한한 기사가 다 나왔는데, IRA나 우크라이나 문제 등 중요한 협의가 잘 안 돼서 외교라인을 교체했다면 차라리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이런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문제로 외교라인을 전부 교체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황당한 일이다. 그 와중에 물러나는 김성한 실장도, 내보내는 대통령실도 굳이 친일 굴욕 외교는 외교라인 교체의 이유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계속해서 확실히 밝히고 있는 중이다.  



김 실장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 문제를 일본 측 요구대로 해결하자고 주장해 온 인물로 일본 주요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 실장을 기용함으로써 한미일 3개국 협력을 중시하는 외교 자세가 선명해졌다며 김 실장을 칭찬해 왔다.


친일 언론에서는 주로 김태효의 독주와 김성한의 신중론이 충돌을 빚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김 실장과 알력이 있었다는 김태효 차장은 이명박 때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으로 지소미아 밀실협상을 주도한 사람으로 유사시 자위대 한반도 개입론을 주장해 온 뼛속까지 친일인 사람이다. 2011년 천안함, 연평도 사태 이후 이명박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으나 북한 측이 이를 거부하며 김태효 비서관이 북측에 돈을 직접 전달하면서 정상회담 성사를 구걸했으나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고 밝혀, 겉으로는 대북 강경론을 내세우면서 몰래 북한에 대화를 애걸했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김태효도 당시 정부도 북한의 발표를 일방적 주장 및 선전이라며 전면 부인했으나 정상회담 논의를 포함한 북측과의 접촉이 있었음은 인정했다.


일본 우익을 대표하는 나카소네 평화연구소에서 나카소네 야스히로상을 매년 일본 및 외국인 학자에게 수여하고 있다. 김태효(A)는 제5회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이다. C가 김성한.


대통령실은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공연은 대통령 방미 행사 일정에 없다고만 했는데, YG 측에서는 공연을 제안받아 검토했으나 이후 추가 연락이 없었고, 취소됐다는 연락도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등에서는 K-POP에 관심이 많은 질 바이든 여사가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를 지목하며 공연을 제안했고 7차례나 요청이 있었는데 김성한 실장 등이 이 공연 요청 자체를 현실적이지 않은 제안으로 보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미국 측이 항의하자 외교·안보라인을 다 자른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영부인이 국빈방문 초청국가의 음악가를 직접 선정해 섭외 요청을 한다는 것도, 해당 공연 비용을 우리 측에게 부담하라고 제안했다는 것도 상식적이지는 않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이런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는 김 실장 사임의 직접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해명일 뿐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굳이 블랙핑크 레이디 가가 얘기만 해명한 것만 봐도 뭔가 문제가 있기는 했던 것 같다. 


참고로 레이디 가가는 투표로 트럼프를 몰아내자며 바이든의 선거 유세에도 참가하고 대통령 취임식에서 미국 국가를 부르기도 했을 정도로 바이든 부부와 각별한 사이이며 대선 전날 밤 마지막 유세에서 바이든 후보는 자신이 질 바이든의 남편이자 레이디 가가의 친구라고 발언했다.




현실로 다가온 미중 간 고래 싸움

미국은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세부 지침을 내놓았다. 미국 반도체법은 2022년부터 반도체 등 핵심 기술에 대한 공공 및 민간 투자를 촉진한다는 2,800억 달러(약 366조 원) 규모의 경제 부양책인데, 간단히 설명하면 미국의 기업, 미국 땅에 공장 지은 기업은 세액공제를 해주고,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미국의 '우려 대상 국가'들에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관계된 경우 혜택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전기차 등 재생에너지 관련해서 비슷한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와 동시에 시행되었던 바 있다.


미국의 요구에 의해 국내 주요 배터리사들이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거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지만 배터리 반제품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한국 전기차들은 앞으로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탈탄소화, 에너지 전환, 재생에너지 등은 시대의 흐름이지만 미국의 조치는 미래 산업보다는 대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IRA에 가장 크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한국 입장에서는 한미 FTA를 체결했음에도 한국에서 생산해서 미국에 수출하는 전기차 차량이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말이 인플레이션 감축이지 보호무역 조치에 불과하다. 



EU는 미국과 IRA에서 예외를 인정받겠다는 협상에 들어간 상태고, 미국과 FTA 미체결국인 일본은 광물 관련 협정으로 원산지 조달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IRA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중이나 결국 IRA로 한국이 입은 타격은 미국과 FTA를 체결함으로 얻은 이익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 IRA 시행 이후 각종 원료의 중국 의존을 줄이고자 광물 조달처 다변화 노력을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리튬, 흑연 등 핵심광물의 중국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여튼 IRA 세부 지침에 따르면 2025년 이후 중국산 원료를 사용해 한국에서 제조한 배터리 등의 미국 수출은 금지된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 신청 절차에 각종 기업 기밀 정보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는데, 반도체 공장의 종류별 생산능력, 가동률, 예상 수율, 생산 첫해 판매 가격, 이후 연도별 생산량과 판매 가격 증감,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소재, 소모품, 화학품 등도 입력 항목으로 제시했으며, 해당 자료는 단순히 숫자가 아닌, 산출 방식을 검증할 수 있는 엑셀 파일 형태로 제출하라고 했다. 


반도체의 수율은 제조 경쟁력의 주요 지표로 특정 시설의 실제 수율은 말 그대로 영업 기밀이다. 수율이란 합격품의 비율로, 이것이 공개되면 수주 경쟁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제출한 영업 기밀이 미국 경쟁 기업에 유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상부부는 2021년에도 기업들에게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요구하는 설문 조사로 논란이 된 바 있는데, 반도체 공급업체에는 반도체와 관련된 연간 매출 및 주문 잔고, 상위 3개 고객사 및 해당 판매 비율, 제품 재고, 생산 증설 계획을, 수요 업체에는 구매 계획과 계약 기간, 공급 차질 내용, 반도체 소싱과 관련한 투자 계획 등을 물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정보를 다 제출하라는데 사실 미국 정부를 믿을 수 없어서 기술 유출 우려도 있었고, 삼성전자 등이 운영하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은 생산 제품이 다양해서 애초 수율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어쨌든 SK하이닉스 등은 미국의 요구대로 3년간 매출과 고객 정보, 주문·판매·재고 현황 등을 제출했다고 한다.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고객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TSMC 측은 외부로부터의 압박에 의한 시장 왜곡을 비판하고 2019년에는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요구도 거부했었는데, 결국 미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작년부터 애리조나에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한국과 비슷하게 건설비용 자체가 계속 상승하고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기준이 까다로워지는 문제로 곤란해하고 있는 것 같다.



삼성과 TSMC 모두 아예 보조금 신청을 안 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당장 대규모의 보조금을 준다고 하지만 보조금을 받을 경우 초과이익을 미 정부와 공유해야 하고, 중국 등에서 향후 10년간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없다는 독소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많이 진출하는 거야 좋은 일이지만 이들이 일제히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을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는 게, 경제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갑자기 결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고, 한국에 지을 수도 있는 공장을 미국에 건설함으로써 한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 창출과 경제 효과 상당 부분을 뺏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IRA로 계속 손해가 누적되어도 이미 들인 돈이 있는데 끝까지 해볼 수밖에 없고, 보조금을 빌미로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웬만하면 결국 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진영을 이끄는 선진국이라는 미국이, 사실상 미국의 강요로 짓는 것이지만 표면적으로는 동맹국이 선의의 선물로 준 것이라는 미국 내 투자 기업들에게 마치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할 것 같이 너희 기업의 모든 정보를 모조리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태도는 이미 미중 경쟁이 자존심 싸움이 되어 물러설 수 없기 때문인데, 표면적으로는 기후 변화 대응이니 재생에너지 신산업이니 좋은 얘기를 하고 있지만 미국의 의도는 공격적인 투자로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고 중국 경제를 뒤흔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은 70%에 달한다. 사실 리튬 등의 자원은 어느 지역에나 비슷하게 분포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환경오염 문제 때문에 생산 비용이 너무 높아서 환경 문제는 완전히 무시하고 개발하는 중국과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이 적은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요구대로 단기간 중국 의존도를 낮춰보려 노력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미국의 요구대로 배터리 소재와 부품 전부를 북미 지역 생산 및 조립 및 광물 채굴과 제련을 북미 및 FTA 체결국 100%를 충족하는 것은 단기간에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며, 당장 현대자동차가 2년 뒤부터 미국에서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한국산 자동차가 동급의 미국산보다 비싸서는 팔릴 리가 없기 때문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덤핑 판매를 하며 계속해서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 이익이 1년 전보다 97% 줄었고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는데,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중국 기업들이 크게 성장하며 마치 일본이 경제 보복한 후 일본 소재 기업만 망하고 한국에 생산 국산화가 이뤄진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장기적인 목표는 중국과 단절된 반도체 공급망이다. 한국의 반도체를 중국으로 공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이 수출하는 반도체의 40% 이상을 중국이 수입하고 있으며 중국과 홍콩을 합하면 60%에 달한다. 당장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완전히 굴복할 경우 한국 경제는 사드 사태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며, 사실 이미 충격을 받고 있는 중이다. 미중 양국은 계속해서 각자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화해할 텐데, 한국은 철저하게 미국 편만 들며 중국의 눈밖에 난 뒤 미중 양국이 서로 그만 손해 보자고 협상한 뒤 또다시 한국만 보복을 받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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