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찾아온 희망퇴직 그리고 서비스 기획팀이 일했던 방식
지난 9월, 갑작스럽게 회사 내 팀이 해체되었다.
팀장님과 어제까지 '다음에는 저희 이렇게 해봐'라고 슬랙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희망퇴직이요....?
나름 스타트업 짬바가 있는 커리어인데, 경영악화, 희망퇴직 그리고 팀 해체는 나에게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단어였다. 중간중간 위기는 있어도 서비스 기획팀에서 최소 3년은 큰 고민 없이 서로 의지하며 으쌰 으쌰 할 계획은 내 의지와 다르게 1년 만에 끝나버렸다.
난생처음 겪는 상황으로 모두가 당황스러웠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서비스 기획팀 자체가 사라진 건 아직까지도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팀장님과 지난 1년 간 어떤 팀을 만들어 갈까에 대해 대화를 자주 나눴다. 외부적으로는 모두가 들어오고 싶어 하는 팀이 되었으면 했고, 내부적으로는 서로의 안식처가 되었으면 하는 팀이 되길 바라며 방향성을 맞춰 나갔다. 실제로 지향점을 체감하며 외부와 소통 방식도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많이 하였고, 서비스 기획 팀원들과 서로의 관점을 다양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가지곤 했다.
이젠 그 방향성을 지키고 나간 팀은 사라졌지만 1년 동안 어떻게 팀을 만들어 갔는지 그때의 기록은 남아있다. 그중 기억에 남았던 우리 팀이 일하는 방식 3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의미 있는 기록은 널리 널리 공유되어야 하기에!
1. 우리의 리소스도 줄이자, PM 스크럼
개인적으로 매일 진행하는 오전 PM 스크럼 시간을 제일 좋아했다. 생일 같이 개인적인 이벤트들을 서로 얼굴을 보며 축하해 주는 소소한 즐거움도 내가 PM 스크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지만 무엇보다 서비스 전체 진행 상황을 가장 빠르게 캐치할 수 있는 시간이라 가장 좋았다. 같은 직무, 같은 서비스에서 일하고 싶지만 각자 맡고 있는 프로젝트와 목표가 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기능을 준비하고 있는지 놓칠 때가 많았다. 하지만 매일 진행하는 PM 스크럼 덕분에 현재 각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서로 논의하여 서비스 중심을 늘 잡으며 일할 수 있었다. 특히 스크럼이라는 미팅 특성상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 논의되어야 하니 가장 빠르게 서비스 전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비스 우선순위가 늘 큰 틀에서 파악되어 PM 자체 리소스 또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2. 서로의 동기 부여, PM 회고
PM 회고록은 내가 훗날 시니어가 되어도 꺼내 보고 싶을 정도로 밀도 있는 내용으로 빼곡하다. 한주의 끝 금요일, 늘어지는 오후 3시에 진행한 회고라 가끔 넘어가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회고록을 다시 읽어보니 그동안 놓치지 않고 진행하길 정말 잘한 일이다.
PM 스크럼은 서비스에 대한 설명이 주였다면 PM 회고는 PM 업무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이내믹 한 일주일을 돌아보면서 각자 잘한 점, 개선할 점, 시도해야 할 점들을 나누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번에는 A 방식으로 진행해 보니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정성적인 변화를 주로 이야기했다.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 보는 계획에 서로를 평가하지 않고 이전 각자가 경험했던 실패한 방식을 토대로 더 나은 개선 방안을 끊임없이 제안하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었다. 일종의 PM 쉼터 같은 존재였다.
이런 시간 덕분에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에서 항상 프로덕트를 바라볼 수 있었고, 혼자 끙끙 막힌 문제도 같이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회고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원동력이 되어 또 새로운 한 주를 움직이게 했다.
혹시나 회고를 귀찮아하는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다시 마음을 붙잡고 회고를 이어주세요..!!
3. 오늘 입사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프로덕트 설명
우리 팀은 프로덕트에 대한 스토리 텔링을 굉장히 중시했다. PM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 설명한 피그마 CPO Yuhki Yamashita 또한 스토리 텔링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이전에는 기능 A가 준비되면 단순하게 '이제 A 기능이 배포됩니다!' 일방적인 공지 느낌에 전사에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전사적으로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낮고, 서비스 기획팀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의문점만 점점 커졌다. 점점 벌어지는 프로덕트 이해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능 준비, 기획, 배포 전 단계별로 스토리 텔링을 통해 전사에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마치 방금 입사한 사람도 단숨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왜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는지?''어떤 식으로 서비스 기획팀은 해결하는지?' '어떤 기대 효과가 있는지' 단계별 맥락을 담아 프로젝트 별 진행 사항을 설명했다. 확실히 스토리를 담아 전달하니 이전 보다 타 팀의 프로덕트 이해도도 더 높아지고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럼 서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기획 초기 단계부터 실제 사용까지 촘촘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었다.
프로덕트는 절대 혼자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기에 내가 속했던 서비스 기획팀은 프로덕트를 같이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늘 고민했었고, 실제로 그런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긴 팀이었다.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되었지만 지난 1년 동안 서비스기획 팀원으로 일한 건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은 PM이란 어떤 건지 몸소 느낄 수 있었고, 함께 일하고 싶은 PM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살아 있을 소중한 경험과 기록들이 다음 성장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미래에 만날 튼튼하고 끈끈한 팀, 팀원으로 이어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