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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Aug 11. 2018

“거기에 행복은 없다”

<그럼에도 나를 사랑한다> 10화


  인간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가기 위해 산다. 여기가 아닌 저기로, 바닥이 아닌 높은 곳으로, 일상이 아닌 여행지로 끊임없이 가고자 한다. 심지어 여행지에 가면 다시 집으로 가고 싶어 한다. 잠자리가 불편해서, 여행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행이 고단해서. 어디로 가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자꾸 어디든 가고 싶어 한다. 십 대 때는 어울리지도 않는 어른 흉내를 내고, 나이가 들면 젊어 보이려고 기를 쓴다. 이 직장에 있으면 다른 직장이 더 멋져 보이고, 막상 다른 직장에 와보면 별반 다를 것도 없어 보인다. 시험에만 붙으면 모든 게 다 좋아질 것 같았는데 인생의 투쟁은 계속된다.


  도대체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가 찾던 건 어디에 있나? 대체 왜 인간은 항상 지금 여기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나? 내가 가려 하는 거기에, 진짜 행복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 거기에 행복은 없다.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찾는 것이 아니다. 



  의존적 행복은 도처에 널려 있다. 저 시험만 붙으면, 저 직장만 붙으면, 돈만 생기면, 저 사람이랑 사귀기만 하면 행복해질 것 같다. 우리가 어떨 때 행복한지를 생각해보면 언제나 조건이 따라붙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인이 생겨서, 맛있는 것을 먹어서, 원하던 직장에 이직해서, 로또가 당첨돼서…. 원하는 그것이 되기 전까지는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막상 원하는 걸 가지면 금세 잊고 만다. 무언가에 의존하는 기쁨은,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다.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아무것도 없이’ 행복해지는 법을 우리는 모른다.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어떻게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모르듯이.


  온전히 나 자신과 머물러본 경험이 있는가? 손에서 모든 전자기기를 내려놓고, 책도 텔레비전도 보지 않고, 심지어 잠들지도 않고 나 자신과 있어본 적 말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명상이다. 나는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함께 있고 싶은 존재인가? 어쩌면 아무것도 없는 나와 온전히 같이 있다는 느낌이 싫어서,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의 대체물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마다 인생에 나타나는 반복된 양상이 있다. 그 반복된 양상은 내가 무엇을 문제로 여기는지, 내 상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인생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통해 나 자신의 문제를 잘 알 수가 있다.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사랑한다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통째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인생을 통째로 받아들이듯이, 나 자신을 통째로 받아들여야 한다. 남들에게 내놓기 싫은 한심하고 어두운 모습도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나 자신을 통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나는 결코 한심한 나의 동의어가 아니다. 나 자신을 격하하고 비하하는 표현도 아니다. 단지 나를 설명하는 모든 수식어와 조건을 제외한 나이다. 모든 조건을 제외한 나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겠는가?


  내 마음이 원하는 말은 하나뿐이다. 조건부 사랑에 마음이 요동치는 순간이 올 때마다, 눈을 감고 이 말을 가만히 되뇌어보라. ‘그럼에도, 나를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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