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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Nov 25. 2021

엄마지만, 가끔 우울해도 괜찮을까?

육아와 우울증의 상관 관계

한 달에 2~3일간 나는 우울감에 빠진다. 우울증은 의학적으로 우울장애라고 하는데 나는 우울증은 아니지만, 우울감이 확장된다. 생리 일주일 전, 몸에서 세로토닌이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월경전증후군이다. 증상 중 하나가 우울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금 나는 그 격변기에 있다. 몸이 말이 안듣는다. 증세가 심해지면 앓아눕는다. 두 달에 한 번, 더 악화된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도저히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 그러다 2~3일 정도 지나면 훌훌 털고 나아진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9월달에도 엄청 심각했고, 그 단 하루가 집안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럴 때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는게 문제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침대에 누워 최대한 웅크린다. 아침에는 산책도 다녀왔다, 세로토닌 증가를 위해 햇볕과 걷기가 좋다고 하니 몸을 움직여야한다. 그렇게 오전 내내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지난주 계속 갔던 도서관도 갈 수 없다. 도서관까지 갈 힘이 없다.



몸과 정신이 따로 노는 것을 깨닫고, 이것이 우울증과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우울증 환자에게 훌훌 털고 일어나라라는 말이 무상한 것처럼 지금 나도 마찬가지이다. 호르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호르몬과 싸우고 있다. 우울감이 높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이유없이 몸이 무겁고 아프기 때문이다. 온 몸이 욱신대는 것처럼 아프다. 손도 발도 붓고, 힘이 빠진다. 우울증에 걸리면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는게 바로 이런건가싶다. 몸이 무거우니 생각의 무게도 엄청나다. 내가 지고있을 무게를 이미 초과했다. 지독한 통과의례같은 과정이 겪고 나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다는게 무섭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돌봐야하는 엄마라는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증상이다. 그래서 호르몬과 싸움을 해보는데 잘 안된다. 어제도 겨우겨우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고 참았지만, 내 표정은 굳어있었다. 굳은 내 표정을 보고 첫째는 내 눈치를 보고, 거스릴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불편하다. 아이가 내 눈치를 보는 상황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말이 튀어나올 때도 있다. 이럴 땐 쉬는게 제일이지만, 남편은 오늘도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바쁜 남편과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상황이 중첩될 때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거슬린다. 어떻게 해야할까.



그저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래야하는 걸까. 아이들이 없는 시간, 최대한 충천하면 되는 걸까. 생각할 수록 별 수 없다. 약에 의존하고 싶진 않으니 일단 세로토닌 분비에 도움이 되는 영양성분과 음식들을 찾아보고, 이겨내야한다. 비타민 D와 오메가3 같은 것들. 그런데 영양제라는게 찾아서 성분을 찾아보면 만병통치약 같은게 있으니 잘은 모르겠다. 과다복용하면 간에 무리가 가니까 양약은 이래서 우려가 된다. 내 체질에 잘 맞는 것 같지 않으니까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제 아이들을 함께 해야한다. 바람이 부는 길위로 나는 걸어야한다. 움직이는 것이 약이 된다고 하니 또 기꺼이 걸어갈 것이다. 놀이터에서 가을바람을 맞으면 한 동안 머물러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놀다가 나는 또 나의 몸상태를 잠시 잊을 것이다. 그리고 집에 오면, 지쳐 한 숨을 늘어지겠지만, 여전히 참고 견뎌야하는 엄마니까 괜찮다 주문을 걸어야한다. 글쓰기도 주제에 맞게 써야하는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래저래 지금 나의 흐름에 맞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살아간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살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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