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명상이다.
눈을 감고 애플리케이션 안내에 따라 숨을 고르고 머릿속의 두더지처럼 떠오르는 생각을 잡는다. 두더지는 지칠 줄 모른다. 명상, 어떤 이들은 마인드 풀니스(mind fullness), 우리말로 마음챙김이라 부르는 명상 호흡법이 유행이다. 애플 스티브 잡스,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업 구글이 전체 직원들에게 적용하며 ‘기업 명상’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으며 포드 자동차,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직원의 건강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명상을 도입했다. 뉴욕에는 명상버스, 미술작품을 보며 명상을 하는 투어도 있다고 한다. 구글의 명상 교육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차드 멩 탄'은 "하루에 한 번 호흡하라"라고 강조했는데 하루 한 번 호흡하는 것은 비교적 쉽기 때문에 이를 반복하면 두 번, 세 번하며 명상을 습관화할 수 있다면서 호흡의 생활화를 강조했다.
명상을 도와준다는 애플리케이션과 서적의 안내를 따라 명상이 세계로 빠져보고자 했으나 달리기처럼 생활의 일부로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대신 달리면서 명상을 한다. 호흡할 때도 너무 주의를 집중하다 보면 제대로 숨 쉬기 어려울 수 있다. 너무 잘하려고 애를 쓴 탓이다. 멩도 그런 경험을 했는데, 그 후부턴 지나치게 잘하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저 앉아 있는 동안 웃으며 자기 몸의 움직임에 주목을 하는 식이었다. 그렇게만 해도 마음이 느긋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명상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효과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휴대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잠들기 직전까지 손을 못 뗀다. 휴식할 때도 휴대폰의 시선을 둔 채 잠시도 뇌가 디폴트 상태에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디폴트 상태란 공장출하 상태의 핸드폰에 비교할 수 있다. 핸드폰에 주소록, 사진, 각종 메모, 애플리케이션이 가득 찬 상태가 아닌 텅 비어 뭐든지 입력되기를 기다리는 상태, 바로 디폴트 상태라 할 수 있다.
명상은 뇌를 디폴트 상태로 전환하는데 최고의 도구이다. 디폴트 상태에서 집중력과 몰입감은 최고조를 이룬다. 일류기업이 직원 복지와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마음 챙김을 시킨다고 한다.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우울증을 개선하며 통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요동치는 정신과 육체의 영양제이다.
명상은 다양한 환경과 장소에서 실시할 수 있다. 명상은 정적인 자새에서 뿐 아니라 걷기와 같은 동적인 활동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한 걸음씩 내딛는 발자국에 정신을 집중하고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 천천히 호흡하며 맑은 공기를 몸속 깊숙이 들이키면 걷기 명상이 된다.
달리면 명상을 하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한참을 달리다 보면 다리는 달리지만 뇌는 디폴트 상태, 즉 텅 비어 걱정과 근심이 사라진 상태를 자주 느낀다. 달리면서 거친 호흡에 집중하고 리듬감 있게 달리다 보면 머리는 두더지처럼 떠오르던 여러 생각이 전원 스위치를 꺼 버린 것처럼 더 이상 고개 들지 않는다. 발은 분명히 지면에 닿았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지만 마치 구름 위를 뛰는 것처럼 몸이 떠올라 공중부양 하는 기분이다. 말 그대로 무아지경 상태이다.
달리기로 육체와 정신 중 더 건강해졌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기, 질투, 욕심, 증오, 편견, 온갖 부정적인 감정은 달리기로 치유된다.
달리기는 명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