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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훈 Jul 03. 2024

앞꿈치 vs 뒤꿈치

착지에 관하여

제자리 뛰기와 걷기를 반복하며 운동시간이 1시간까지 늘어났다. 1주일에 적어도 3회 이상은 뛰도록 노력했다. 이제는 빠르지 않지만, 누가 봐도 걷는 건 아닌 정도의 스피드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정상적인 보행은 뒤꿈치(heel)가 먼저 지면에 닿고 이어 발바닥(flat), 그리고 발가락(toe)으로 땅을 밀어내는 유기적인 동작으로 걷기가 완성된다. 하지만, 달리기는 발뒤꿈치로 착지할 수도 있고 발바닥 중심부터 닿게 할 수도 있다. 100m 달리기처럼 빠른 속도로 단거리 질주를 할 때는 대부분 발 앞꿈치를 먼저 바닥에 닿게 한다.


달리기나 마라톤을 소개하는 대부분의 자료에서 달릴 때 발 착지는 뒤꿈치부터 해야 하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관절이나 신체에 주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부상 없이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말한다. 달리기에 재미를 들일 즈음 우연히 TV에서 인류학을 연구하는 하버드 대학 리버만 교수의 연구를 보게 되었다. 재빠르게 구글링을 통해 연구 자료와 논문을 찾아보았다. 리버만 교수는 뇌를 활성화하고 관절에 가해지는 물리적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맨발 달리기를 추천했다. 그럴듯했다. 돌기나 자갈을 설치해 발바닥을 자극하고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한다는 공원의 지압길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맨발로 뛰게 되면 발뒤꿈치보다 발앞꿈치로 뛰어야 충격이 덜 온다는 것이다. 트레드밀(treadmill, 러닝머신은 콩글리쉬다)에서 달릴 때 발에 전달되는 충격량을 측정하는 실험결과를 보여줬는데 놀라웠고 앞꿈치 착지가 관절에 무리가 덜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오랜 시간 단거리 질주가 아닌 중장거리 러닝은 발뒤꿈치로 착지하지 않으면 큰 일 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소리 없이 누군가에게 맨 발로 다가가려고 할 때 대부분의 사람이 본능적으로 뒤꿈치를 들고 앞꿈치로 걷지 않은가? 나는 그 방송 후 인터넷을 뒤져 발 앞부분 착지에 대한 자료를 폭풍 검색했다. 자료가 꽤 많았다. 발 앞부분(포어 풋, fore foot) 착지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이에 맞게 설계되어 있다는 러닝화도 있었고, 논문도 적지 않았다. 발 뒤꿈치로 착지를 하게 되면 무릎관절이 펴진 채로 착지를 하는 게 자연스럽다. 무릎은 달리기에 있어 매우 중요한 관절이다. 관절이 펴진 채로 힘이나 무게를 받게 되면 물리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를 줄이는 방법은 관절을 완전히 펴지 말고 살짝 구부려 주변 근육의 힘으로 짐을 더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처음에 걷다가 제자리 달리기 할 때를 기억해 보니 발뒤꿈치가 아니라 발앞꿈치로 뛰었던 것이다. 다음날 의식적으로 발 앞꿈치로 뛰어 봤다. 동작이 익숙지 않아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관절에 가는 부담은 훨씬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달리는 자세를 관찰하니 내 경우는 발바닥 전체로 착지를 하고 있었다. 이른바 미드풋(mid foot) 착지를 하고 있었다. 미드풋 착지에 관한 자료도 찾아보니 꽤 많았다. 나는 트레드밀에서 뛰면 무릎이 자주 아팠는데 그 이유가 트레드밀 속도를 쫓아 뛰다 보니 발뒤꿈치 착지를 주로 하고 있었던데 원인이었다.


착지에 대한 궁금증은 강의실에서도 계속되었다. 대학원 학생 중에 현역 마라토너가 있었다. 평소 궁금해하던 달리기에 대한 몇 가지를 해결할 수 있었다. "평소 몇 킬로나 훈련하느냐?", 시합 직전에는 뭘 먹냐? 가장 궁금했던 질문은 발 착지였다. 발 앞꿈치로 착지하는 마라토너도 있다고 하던데, 실제로 있냐? "국내 선수들은 많지 않고 케냐 선수들이 발 앞부분으로 착지하는 선수들이 많다"는 대답을 들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냥 관성적으로 착지를 하는 것 같았다.


속리산이 있는 충북 보은은 여름철 육상선수들이 전지훈련지로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속리산길은 걷거나 달리기에 최고의 코스이다. 등산로 입구부터 잘 정리된 숲길과 아스팔트길이 나란히 펼쳐진다. 대략 3km 정도까지는 거의 평지라고 할 만큼 경사도 없다. 가수 비가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애를 썼다는데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큰 나무가 달리는 내내 태양을 피할 수 있게 해 준다. 두 해에 걸쳐 전지훈련차 보은에 방문한 육상선수들을 대상으로 대학생들과 함께 하계 부상방지 캠프를 운영했다. 이곳에서도 많은 육상선수들, 마라토너도 만날 수 있었다. 착지에 대해 물었다. '발 앞꿈치 착지가 맞는 선수가 있다고 했다. 그 선수도 시도한 적이 있는데 아킬레스건에 부상이 왔다고 했다.' 발앞꿈치로 착지하려면 뒤꿈치가 들려야 한다. 뒤꿈치가 들리려면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며 아킬레스건을 긴장시킬 수밖에 없고 이러한 동작에 적응하지 못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일로 앞꿈치 착지에 대한 답이 되었다.


그렇게 달리기는 지속되었고 1시간 정도를 빠르지 않지만 천천히 조깅하는 정도로 편하게 뛸 수 있게 되었다. 약속이나 일정이 아무리 많아도 주 3회는 뛰도록 시간을 먼저 배정했다. 이 시기에 올림픽 공원 근처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는데, 공강 시간이 2시간이 넘으면 차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올림픽 공원에서 편도 30분 거리를 왕복하여 1시간 러닝을 했다. 1시간 달리기가 습관이 되었다. 1시간을 뛰고 나면 8km는 넘고 9km는 안되었다.


체육전공자로 운동 가르치는 일을 평생해왔다. 누구보다도 운동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과거 한창때를 떠올리지 말고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동에 적응하고 재미를 붙이면 강도를 높이고자 하는 유혹에 직면한다. 중량 운동을 하는 사람은 무게를 늘리고 싶어 하고, 스피드를 내는 사이클이나 러닝의 경우 속도 상승 욕구를 억제하기 힘들다. 


하지만, 나처럼 중년 이후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실시하는 사람은 강도보다 반복 횟수 또는 전체시간의 조절을 통해 운동량을 컨트롤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누가 봐도 달리는 모습을 갖추게 된 후에는 욕심을 내어 기록단축을 위해 속도를 올렸다가 열흘이상 뛰지 못하고 쉰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운동에 익숙해져 더 하고 싶을 때는 강도보다 양을 늘려야 한다. 속도보다 시간, 무게보다 반복 횟수를 늘려야 한다. 단순하지만 부상 없이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중요한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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