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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Jul 13. 2024

놀이터를 모르는 아이들이 있다고?

인도에서 만난 놀이터

1) 5번째 인도로 발걸음을 떠나기

교환학생 중이던 2018년 5월, 부활절 휴일이 열흘남짓 정도 있어서 그 시간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던 때였다. 마침 케냐와 한국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두 친구 J와 L과 연락이 닿았고, 친구들도 휴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인도에서 셋이 만나면 어떨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대학시절 인도 불가촉천민이 살고 있는 찬드라반 마을에 함께 봉사활동을 가는 ‘예그리나‘라는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던 친구들이었다. 마음은 굴뚝같이 인도를 가고 싶었지만 비행기표를 찾아보니 한국에서 인도를 가는 것보다 스웨덴에서 인도를 가는 것이 더 비싼 가격이었다. 또한 현실적으로 시간 계산을 해보니 비행기에서 하루를 보내고, 그다음 날은 델리에서, 그리고 겨우 3-4일 정도를 찬드라반마을에서 보낼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다음 날엔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러 또 델리로 돌아가야 하니 말이다. 결국 나와 J, L이 함께 인도에 갈 수 있는 시간을 맞추어보니 현실적으로 겨우 일주일 정도였다.


그래도 인도에서 즐거운 일주일을 보내기로 결정했으니 찬드라반 마을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마침 한창 스웨덴에서 놀이터 워크숍과 연구를 했던 시기였어서 “스웨덴과 폴란드에서 진행했던  놀이터 워크숍을 인도 불가촉천민 찬드라반 마을 아이들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 “.라고 두 친구들에게 제안을 했고, 모두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2) 여름이 시작된 찬드라반 마을

게스트 하우스에서 시킨 음식


하지만 이게 웬걸 막상 인도에 도착하니 섭씨 50도의 5월의 무더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머물게 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에어컨 작동도 거의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어떤 음식조차도 입을 댈 수조차 없어 그저 포크로 끄적였던 기억이 선명하다. 무더위에 숨이 턱턱 막힘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으며 우리는 찬드라반 아이들을 위해 교육 물품, 영양간식 등을 준비했다. 몇몇의 아이들도 너무 더웠는지 옷을 입지 않았고 꽤나 어수선하고도 자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왔다고 강아지처럼 안기며 반기는 아이들을 보니 뻘뻘 흘려지는 땀이 무색해졌다. ‘이래서 인도에 다시 왔지. 더위도 우리의 지난 정을 막을 순 없지.’라고 생각했다.


3) 놀이터를 모르는 아이들과 함께한 워크숍

5월의 찬드라반 아이들의 모습


준비해 온 놀이터 워크숍을 진행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놀이터가 무엇인지 알아?!’라고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역시나 불가촉천민 마을에서 놀이터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거의불가능한 현실이었다. ‘괜찮다. 모르면 알면 된다. 나도 할머니 손에 놀이터에 가기 전에는 놀이터가 무엇인지 몰랐으니 말이다.’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며 놀이터가 무엇이고 어떤 공간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희들이 더 자유롭고 신나게 놀 수 있게 만들어진 곳이야.”라고 설명을 마무리하며 워크숍의 재료인 클레이를 나누어주었다.


완성된 놀이터 작품들


아이들은 클레이가 신기한 지 5분 정도는 꾹꾹 눌러도 보고, 볼에도 대고, 냄새도 맡으며 오감으로 재료를 탐색하며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결과물을 보니 현대미술 같은 추상적인 작품이 나왔다. “왜 이렇게 만들었니?”라고 질문을 하자


 나는 여기서 빙글빙글 돌아다니면서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뛰어놀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동그라미는 제 여동생이 쉬는 곳이에요. 아직 어려서 놀이터에서 놀기는 위험할 것 같거든요.


라고 정확하게 놀이터를 만든 이유에 대히 설명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각자 만든 놀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각각의 아이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표현과 이야기가 담아져 있었다. 사실 내 안에는 놀이터가 무엇인지 모르니까 아이들이 잘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염려와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워크숍 결과물과 이야기를 들어 보며 모를 때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꿈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꿈꾸는 마음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창의력이 피어난다. 좋은 씨앗은 좋은 땅이 있어야 하는데 놀이터를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은 그 무엇보다 비옥한 땅이기에 곧 푸르른 새싹을 피워내리라 꿈꿔본다.


상상력은 지식의 놀이터이자 창조의 체육관 - 알버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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