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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Jul 20. 2024

풍요로운 자연에서 만난 놀이터

케냐에서 만난 놀이터


2018년 6월에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케냐행으로 한 달 살이를 결심하게 되었다. 친구 J는 그 당시 NGO 활동가로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에서 7시간 정도 떨어진 '카바넷(Kabarnet)'이라는 곳에서 에벤에셀(Ebenezer)이라는 학교로 파견을 나가 활동가로 일하고 있었다. 방 한편을 내어준 J 덕분에 편안하게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카바넷은 푸르름이 가득해 머리가 맑아질 정도로 초록초록 자연 그 자체였다. 이 드넓은 푸르른 숲 안에서 뛰노는 케냐의 아이들은 항상 웃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학교를 오고 가는데만 왕복 1~2시간은 기본으로 걸어서 오기 때문에 정말 튼튼하고 건강한 두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역시 놀이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온지라 숨만 쉬면 아름다운 자연이 보이는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이 생각하는 놀이터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는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를 관찰하였는데 주로 학교 주변 잔디언덕에서 슬라이딩을 하고, 나무에 매달리고, 달리기를 하다가 소울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카바넷의 아름다운 자연

이곳에 있다 보면 아침에 눈을 뜨느냐, 어디를 걸으나 아름다운 풍경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마음속 깊은 생각들에 저절로 귀 기울어진다. 그리고 순간 '매일 이런 풍경 속을 바라보며 사는 기분은 어떨까?'라는 궁금증도 함께 들었다. 아름다운 통나무집 도서관, 우기에 촉촉하게 젖은 땅들, 귓가에 들리는 동물들의 울음소리 등 마치 꿈에서 본듯한 풍경 같았다. 만들어진 아름다움이 아니라 저절로 생겨난 아름다움들 속에 축복처럼 피어난 땅이었기에 카바넷의 아이들은 이리도 맑을 수 있는 것 같았다.


1) 케냐의 놀이터 

에벤에셀 학교의 놀이터

에벤에셀 학교는 의식주 및 공부하기가 여의치 않은 형편의 카바넷 아이들을 위해 한국인 선교사가 학교를 세웠다. 케냐에서 크고 작은 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에 따라 형태와 시설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에벤에셀 학교의 놀이터는 한국에서 볼법한 구색을 갖추고 있었고 그네, 미끄럼틀, 시소 등 기본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아이들은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고 자연을 벗 삼아 노는 것을 훨씬 더 즐겨했다. 정말이지 자연의 힘은 놀라우리라 만큼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잘 만들어진 놀이터도 괜찮다고 느꼈는데, 아이들의 눈이 더 가는 곳은 푸르른 숲이니 말이다.


2) 학교에서의 워크숍

6살 놀이터 워크숍

먼저 학교에서 'What's your playground?'라는 주제를 설명하며 어떤 놀이터가 생각나고 혹시 원하는 놀이터가 있는지 스케치를 해보고 클레이로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으며 학교에서는 주로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었다. 이론적으로 배운 것들은 많았지만 예술 수업은 처음인지 고개를 두리번 돌리며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워크숍을 진행하였는데 클레이를 사용해 다양한 모양과 구조물을 만들면서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작은 손들, 하다가 막히면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하는 귀여운 입들, 클레이가 어떤 촉감이 궁금했는지 만져보기도 하고 킁킁대며 냄새를 맡던 예쁜 코들. 열심히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클레이의 부드러움 질감을 느끼며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신기해하며 40분 동안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작업에 집중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멋지게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고 서로 발표하고 싶어 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결과가 어떠하든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스스로 내 작업을 미워한 시간들에 반성이 되었다. 자신의 작업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이 어린아이들에게 배워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3) 도서관에서의 워크숍

11살 친구들의 놀이터 워크숍

그리고 마침 워크숍을 추가로 진행할 시간이 생겨 도서관에서 오는 11살 친구들 대상으로도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내용이지만 재료는 조금 다르게 진행을 해보았다. 최대한 케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색연필과 스티커 그리고 안 쓰는 박스들을 사용해 업사이클링(Upcycling) 개념을 알려주며 진행해 보았다. 그리고 청소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왔기에 개별로 발표하기엔 약간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보였기 때문에 팀별 활동을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만들지 몰라서 조금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곧 재미있게 몰두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협력해서 그네와 미끄럼틀, 축구장 등등을 그리기 시작되었고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격려를 해주니 금세 자신감이 붙어 즐겁게 만들어냈다.


맑은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어 여전히 삶은 살만했다고 그리고 저 구름 속 풍경들을 매일 볼 수 있어 크나큰 행운이라고 나는 그래서 더 느끼며 살아가야겠다고.


이때를 생각하며 지금의 나를 되돌아본다. 아주 작은 호기심 하나 가지고 케냐로 달려갔던 모습은 어디로 간 걸까? 지금 어디로 달려가야 할까? 그때의 기록들을 그저 추억으로 바라보지 않고 삶으로 살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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