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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Nov 16. 2024

꿈을 짓는 놀이터, 찬드라반 마을에서

아이들의 눈빛으로 다시 피어난 꿈

(1) 지난 놀이터 워크숍을 돌아보며 시작한 펀딩

인도에서 돌아온 후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영양 간식을 나누고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이들과 함께하며,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넘어 눈을 마주하고 손을 잡은 시간도 꽤 되었다. 그리고 특히 이번에는 놀이터 워크숍도 함께 진행했었기 마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그들과 함께 보내면서도, 한 가지 고민이 떠올랐다. ‘6년 동안 매년 인도를 찾아가도 마을은 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단기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적인 변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2012년부터 계속 찬드라반을 방문하며 비어있던 공간을 활용해 학교와 도서관을 세웠고, 이것이 그들의 삶에 크진 않지만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건 분명했다. 이제 아이들은 힌디어를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도서관을 통해 새로운 직업과 꿈에 대해 상상하게 되었다.


그 변화의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놀이터 짓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되었다. 찬드라반 마을의 대부분 아이들은 4~12세로, 학교에서의 배움도 중요하지만 놀이를 통한 배움이 이 나이대의 성장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이 아이들은 돌이 많은 바닥을 맨발로 뛰어다니며 크게 다치고, 나뭇가지나 쓰레기를 장난감 삼아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같은 동네에 살아도 아버지들은 일 대신 도박을 하고, 어머니들은 집안일에만 몰두하며, 아이들은 방치된 채 동네를 떠돌기 일쑤였다.


그래서 크게는 공간의 개념으로 보며 '놀이'를 하기에는 너무 열악한 아이들의 환경을 바꿔주고자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했다. 펀딩 제품들 또한 모두 인도와 찬드라반 마을 그리고 특히 아이들과 함께했던 2018년 여름 놀이터 워크숍의 작은 클레이 조각들을 보며 영감 받아 만들게 되었다. 또한, 2018년 1월에 인도에 함께 갔던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펀딩금액의 전액은 언제나처럼 모두 찬드라반 마을을 위해 사용했다. 특히 이번 펀딩을 통해 찬드라반 마을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놀이 공간을 넘어, 아이들의 꿈이 시작되는 안전한 놀이터를 짓고 싶었다.


텀블벅 펀딩 제품들

https://tumblbug.com/bezau?ref=GNB%2F%EC%A0%84%EC%B2%B4



(2) 모든 순간이 꿈이었을걸

아이들의 눈빛

찬드라반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들의 눈빛에서 어떤 특별함을 발견했다. 마치 오랜 시간 묻혀 있던 보물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의 첫 마음은 ‘이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줄 수 있을까’였다. 꿈을 꾸기조차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내가 가진 시간과 노력, 그리고 마음을 나눠주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깨달았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반대였다. 그들은 나에게 더 깊고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흙을 만지고, 색을 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의 스스로를 마주했다. 그때마다 내 안의 새로운 감각들이 되살아났다. 아이들은 내가 어른으로서 잃어버렸던 순수한 상상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꺼내주었다. 찬드라반의 작은 손들 사이에서 나는 내 손에 쥐어진 도구들이 단순히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연결고리라는 것을 배웠다. 아이들과의 모든 순간은 나에게 꿈을 꾸는 법을 다시 가르쳐 주는 시간이었다.


원래 하고 싶은 게 워낙 많았던 나는 찬드라반 마을을 갈 때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며 그들을 위해 꿈을 바꾸게 된다고 슬퍼했지만, 다시 돌아보니 아이들은 나에게 더 좋은 꿈을 계속해서 꾸게 하는 기회를 선물했다. 그들이 만든 흙 조각 하나, 웃음소리 가득한 놀이 한 장면은 내가 잃어버렸던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의 호기심과 순수함은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나를 깨웠다. 나는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했고, 나의 삶이 단순히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선순환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주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은 사실 내가 받은 선물이었다. 그들의 꿈은 내게 새로운 꿈을 꾸는 씨앗이 되었고, 그 씨앗은 내 마음속에서 자라 더 큰 마음을 품게 했다. 그러니 찬드라반의 아이들과의 시간은 내가 그들에게 준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에게 준 것이었다. 그들의 세상을 위한 나의 작은 손길이 곧 내 세상을 다시 조각해 나가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이 깨달음은 내가 이 길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걷게 만드는 이유이자 동력이다. 그래서 아무리 오랜 시간 길을 헤매게 되더라도 전 세계 곳곳 놀이터가 필요한 곳들에 가서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찾아주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나를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는 것이다. - 그리스인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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