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woo Apr 12. 2020

남는 시간에는 자바스크립트 공부를 하는 게 좋겠지만,

남는 시간이 없는데요?

어머니에게 큰일이 생겼다

난생처음 원격근무를 해야 하는 공포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어머니는 화면에 버튼이 두개 이상 나타나면 눈빛이 흔들리고, 내가 어떤 사진이나 파일을 전송해달라고 할때에 머릿속이 복잡해지시는 분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로그인 화면에 가로막히면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나를 찾는다. 우리 가족은 그런 어머니의 증상을 '아이티 공포증'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불편하지만 옆에서 도와줄 사람만 있다면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공포증. 그런 어머니에게, zoom 이니, ppt니 하는 것들을 활용해야 하는 원격근무 미션은 정말이지 난관이었다.


능동적인 배움의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는 것

정년까지 채 몇년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방식의 업무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귀찮고 힘든 일일까. 게다가 공포증까지 가진 분야인데. 하지만 어머니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하나하나 익히기 시작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성심성의껏 알려드렸다. 같은 것을 여러 번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있듯이 zoom에도 고유의 주소가 있어. 이 링크를 사람들에게 보내주면 사람들이 회의실로 들어올 수 있어." 

"왜?"

"번호가 없으면 전화를 걸 수 없잖아? 주소를  알아야 온라인 회의실로 들어갈 수 있어."

"응 그렇구나."

"그럼 이제 이 주소를 복사해서 나한테 이메일이나 pc 카톡으로 보내주면 내가 들어가볼게."

"왜 보내?"

"그야 회의실 주소가 있어야 회의실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

(무한반복)




'나도, 회사에서 이랬나?'

스스로의 지식에 확신이 없는 상태였던 어머니는 내가 방금 알려준 기능을 실행해보라고 했을 때 '이거?' 라고 꼭 되물으셨다. 한번에 맞히는 것보다, 스스로 제대로 알게 되는 게 더 중요한 건데. 문득, 며칠 전 회사에서 벌어졌던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소름이 돋았다. 내가 뭔가를 질문한 상황이었다. 대표님이 같이 화면을 보며, '자 그럼 이제 props 로 전달할 함수를 한줄짜리 익명함수로 선언해보세요.' 라고 하셨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걸 할 수 없었다. 기본인데, 나는 몰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계속 되물었다. '이렇..게요? 아니, 이렇게 인가요?' 하지만 야속한 에디터는 번번이 빨간줄을 그어버렸고, 사무실 분위기는 급격하게 싸늘해졌다. 결국 한줄함수 선언을 포기하고 내가 아는 유일한 함수 선언 방식인, 특정 상수를 선언하고 그 안에 함수를 담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커서를 옮기는 순간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작했으니 계속 해보세요. 일일이 물어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서."


그밖에도 몇가지 기초적인 자바스크립트 문법에 대한 테스트 질문이 들어왔다.


'a 변수를 선언해서 b 를 할당해보세요. 그리고 c 로 재할당해보세요.'

let a = b;

let a = c; (???)


let 을 사용해서 변수를 선언한 다음에는 바로 a=c 라고 할당하면 되는데, 그것도 그냥 그때는 생각이 안 났다. 입사 전에는 노드제이에스로 웹앱을 만드는 것을 독학했고, 회사에서는 리액트와 넥스트 제이에스를 쓰고 있지만 자바스크립트를 깊이 공부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조금 비약을 하자면 영문법 규칙은 공부하지 않았지만 회화를 하다보니 구문들에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래서 가끔씩 어순이 맞지 않는 말을 하고 버벅거리다가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제대로된 문장으로 바꿔 말하는 식이었다. 이건 일상 회화라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영어가 직업이라면 큰일날 상황이다. 그리고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이다. 'Shit. Screwed up.'


대표님은 남는 시간이 있다면 자바스크립트를 공부하는 게 좋겠다고 핀잔 조언해주셨다.


자바스크립트 첫걸음

그동안 손이 느려서 야근을 하기도 하고, 주말출근은 없지만 집에서 잔업을 처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욕심을 내 이어오던 일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래서 사실 매일 새벽 3~4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슬슬 체력이 바닥나고 있었다. 회사 일을 대충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좀더 집중하려면 결정을 해야했다. 밤에는 잠을 푹 자 체력을 비축하고, 주말 낮에는 자바스크립트나 회사 업무 관련 공부를 하기로. 


잡다하게 늘어져있던 일들 중 몇개를 정리했다. 물론 취미생활 한두개는 남기고.(그걸 없애면 사는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스케줄을 조정해 주말을 비웠다. 


회사에서 교재비를 지원해주었다. 회사에 책이 많지만, 나는 낙서를 안하고는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사치스러운 난독증을 가지고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앞으로는 꾸준히 공부하기 위해 주말마다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브런치에 좀 올려보려고 한다.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 될 것 같다. 




입사 한달차에 썼던 글에서 모르겠다고 했던 부분 중 제법 파악한 업무들이 있어서 적어보려고 한다.


1. api 송수신의 원리와 구현방법을 알게 되었다. 

물론 axios 라이브러리를 사용해서만 구현할 수 있고, 바닐라로 http 통신을 구현하라고 하면 조금 공부가 필요하지만 원리를 파악했고 리액트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이제 문제가 없다는 점이 그저 뿌듯하다.

 

2. 깃허브 이슈 발행을 통한 백엔드 개발자, 디자이너와의 소통

이슈를 발행하는 규칙을 이해해서 이제 질문을 해야 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어떻게 요청하는지 파악했다. 발행된 이슈를 해결하고 칸반보드에서 검수요청을 하는 워크플로우는 한번 익숙해지니 참 효율적인 것 같다.


3. 반응형 디자인에서 지켜야할 기본원칙

모바일과 데스크탑의 분기점을 숙지하고 테일윈드를 사용할 때에 sm(640px) 인지 md(768px) 인지 신중하게 써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습관대로 sm 을 남발하며 분기가 md라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렸다가 나중에 다시 한땀한땀 고치는 일이 있었다. 이제 두번다시 없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사실 css 는 정말 어렵다. 솔직히 나는 자바스크립트보다 css 가 더 어렵다. 가령 제플린을 보고 퍼블리싱을 할 때 애매한 부분들이 계속 나타난다.  모바일 디자인에서 아무리 봐도 텍스트박스의 양쪽 여백이 무척 넓게 그려져 있는데 100% 너비로 꽉차게 작업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을 받는다거나, 또 어떤 디자인 요소는 대충 느낌적으로 예쁘게 배치되어도 되지만 어떤 요소는 제플린에 기재된 정확한 픽셀을 따라야 한다거나.




Photo by Glenn Carstens-Peters on Unsplash



이전 05화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1년차에 할 수 있는 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