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는 잘 지내고 있을까?

by 그리하여

사십 중반 간호조무사로 처음 근무했던 한의원을 퇴사했다.

주사를 놓지 못해 양방병원에 취업이 어려웠던 나는

당장은 꼭 필요하지 않아 취업은 될 수 있고 주사는 배울 수 있는 과를 찾아야 했고 이비인후과 병원에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수'를 만났다.


나와 동갑이라고 한 '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병원근무를 시작해서 웬만한 간호사보다 주사를 잘 놓는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전임자와의 인수인계가 끝나고 둘이 근무하면서 '수'는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근무체계를 휘둘기 시작했다.


본인은 집이 멀어 일찍 오기 힘들다며 상대적으로 가까운 나에게 병원오픈 준비를 하는 식으로.

그래봤자 십분 차이도 안되는 거리면서..

시작부터 불편한 관계가 되기 싫었던 나는 토를 달지 않았다.


그 외 여러가지 부당한 일을 많이 당하기는 했지만

월금오후와 토요일을 파트타임으로 도와주는 선생님과 맘이 잘 맞아 위로가 되어 병원은 지낼 만 했다.

진료보조를 위해 들어간 진료실에서 간간히 나누는 원장님과의 대화도 재미있었고,

진료실에서 새롭게 알게 되는 질환과 치료법도 재미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알게 된 수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친한 친구가 없어 친구와 카페를 가거나 영화본 적이 없었다고도 했고, 퇴근 후에 친구와 맥주한 잔 하는 소망이 있다고도 했다.


나는 그런 수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싶었다. 오만하게도,,,


파트타임 선생님과 함께 셋이 자리를 만들기도 했고,

매일 점심으로 편의점김밥만 사먹는 수를 위해 도시락을 싸가기도 했다.

그러면 수는 어린아이같이 좋아해서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주사놓는 법을 가르쳐 주려 애써주는 수에게 고맙다고 표현을 하면

별거 아니라고 연습하면 된다고 수는 나를 응원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주사는 맘처럼 늘지않아 오히려 더욱소심해졌고 결국 숙달하지 못한 상태로 퇴사하게 된다

주사가 필요한 환자가 적어 취업이 가능했지만 그만큼 배우고 해 볼 기회도 적었다고할까?

그것도 핑계일 뿐,, 내 자질 부족이 문제겠지,,)


어느 날, 원장님이 힘들지 않냐고, 한달 지난 지 한참 된거 같은데 돌아가면서 하라는 얘기를 꺼내셨다.

그러는 사이 한달만 업무파악과 숙지를 위해 종일 근무를 하고 이후는 교대로 하도록 되어있었던 진료실 근무가 두달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재미있어서 진료실 근무하는 것도 좋다고 했지만,

종일 서서 근무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고 둘이 상의해 보라고 하셨다.


원장님도 얘기하시고 해서 교대근무에 대해 수에게 얘기를 했더니

당황하는 듯 하던 수는 나에게 조금 더 해야 한다고 했다.

자기도 전에 그렇게 했다고 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파트타임 선생님이 지적해 주어서 알고 있었지만 트러블생기는 것도 싫었고

진짜로 진료실 근무가 재미있었기에

다음날 원장님께는 조만간 교대로 근무하기로 했다고 말씀드렸다.


며칠 후 원장님과 상담을 하고 나온 수는 못마땅해 하며 이제 오전에는 자기가 들어가겠다고 했다.

수는 원장님이 나를 편애한다는 얘기를 하며, 내가 진료실 들어갔다 나오면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느냐고, 자기 흉보는거 아니냐며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에 수는 교묘히 자기 업무를 나에게 떠넘기거나,

환자들 있는 시간에 굳이 쓰레기통을 비우라며 창피를 주거나 하는 식으로

점점 나를 자기 페이스 아래 두려고 했다.


완충지대 같던 파트타임 선생님의 이직으로 둘만 근무하게 되면서 부터는

더욱 노골적으로 나를 경계하는 듯 보였다.

당연히 트러블은 잦아졌고 서로 말을 섞지 않게 되고,

나는 수와 점심도 따로 먹는 지경이 되었다.


나는 수가 싫어졌고 미워하게 되었고

수의 어투, 행동, 표정 하나하나, 숨소리까지 의식하게 되었고,

그런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다.


그래도 일을 놓을 수 없어 버티던 어느날 귀에 반란이 일어났다.

퇴근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삐이~익!!! 소리가 들렸다.

이명이 시작되었고 멈추지 않았다..


다음날 출근하여 원장님께 진료보고 약도 처방받았지만 이명은 계속되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더이상은 힘들다고 판단한 나는

원장님께 퇴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장님은 한두번 만류와 완충을 시도하셨지만,

수의 존재자체가 너무 힘들어졌던 나는 수와의 트러블을 말씀드렸다.

아무래도 병원특성상 주사놓는 것이 숙달 된 직원이 더욱 필요한 존재 였으므로

나는 퇴사되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나의 불편함을 감소해주고자

인수인계없이 새로운 직원 출근과 동시에 퇴사조치해 주신 것이었다.



마지막 날 ....

이미 인사 나눈지 오래된 사이였던 수는

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수고하세요 라고 답하고 나왔다.


수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니 수를 안보면 이명이 없어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미 발병한 이명은 오히려 더 커졌다.


두어달 후에 원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수가 이후에 들어오는 직원마다 힘들게 해 퇴사를 하는 일이 반복되서

결국 수를 해고조치했다고 하시며, 괜찮으면 같이 일할 수 있겠냐고..


나는 이미 다시 일을 시작한 후였기에 감사하지만 갈 수없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렸고,

원장님은 있을 때 미리 알지 못하고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이명이 의식되면 가끔 수를 생각한다.

잘 지내고 있는지,, 친구는 생겼는지..

한때는 정말 수 때문에 너무 힘들었지만

부디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생각한다

다시 만난다면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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