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성 Feb 21. 2024

EP.03 결국은 병원인 걸까?

돈 없는 백수는 마음이 급하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비 오는 수요일. 아침 아홉 시 운동을 마치고 점심 식사 후 스타벅스에 왔다. 앉고 싶은 자리가 있었는데 처음엔 차 있었으나 커피를 가지고 오자 비어 있어 곧장 옮겼다. 내리는 비가 환히 보이는 통창 앞의 나긋한 자리. 평소엔 앉지 않지만 오늘은 취미 생활을 하려고 이 자리를 노렸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겠지만 그래도 양 옆이 트여있는 자리는 내가 불편하다:)

하루종일 비가 온다

채점 알바는 오늘도 연락이 없고 내일로 신청했던 쿠팡은 또 TO마감이라는 문자만 보낸다. 하루 만에 까맣게 잊었던 무인수납기 관리 알바에선 문자가 왔다.


[죄송합니다. 전에 일했던 분이 일하게 되었습니다. 지원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살짝 미간에 주름이 생겼지만 그뿐이었다. 어차피 기대도 안 했다.



카페에 와서 구직사이트를 뒤적거리는 내가 한심하지만 돈 없는 백수는 마음이 급하다. 그리고 체념까지 하게 된다.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순응하며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참고 병원을 다녀야만 하는 것인가. 결국은 현실에 지고 마는 것인가! (사실 이미 졌다) 그래도 희망적인 사실은 작년에 해고당했을 때보다는 슬프지 않다는 것이다. 최후의 보루였던 한방병원과 웬만하면 환영하며 받아주는 요양병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만한 마음이 찰진 퇴짜를 만들지 모르겠지만.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하기 싫은 일이어도 다 참고 생계유지를 위해 아침 혹은 출근 전마다 "가기 싫어...!"를 외치거나 속에서 말하며 일어나는 걸까? 원초적인 질문이 속을 헤집는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겠지. 그래그래... 나만 유 별난 건가 봐.




병원 지긋지긋해. 해놓고 결국 또 병원을 뒤적거리는 나의 모습. 자존심 상하고 현타 씨게 온다. 만날 '난 간호사 안 할 거야. 탈임상, 탈간호할 거야.', '이 놈의 병원 지긋지긋하다.' 해놓고 데자뷔처럼 엄지손가락이 입사지원을 누르고 있다. 이제 진짜! 진짜 진짜 포기해야만 하는 건가.


체념한 백수는 망설일 틈 없다.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 한방병원에 입사지원을 한다. 후우. 망설임은 과정만 길어지게 할 뿐. 연락이 안 올 수도 있으니 빨리빨리 지원하고 안 되면 다른 곳을 넣어야 한다.


상황은 좋지 않지만 분위기는 좋다. 내가 좋아하는 비 오는 날 풍경을 보며 편안한 자리에서 글 쓰고 있는 지금이 좋다. 자, 그럼 이제 책에 예술 혼을 불어넣어야겠다.

심신 안정



입사지원한 한방병원에서는 연락이 올까?



작가의 이전글 EP.02 알바 구하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