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 끝나고 타로빙수

by 티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뒷모습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창밖으로 전과 다르게 나뭇잎이 바람에 세차게 흔들렸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다컹에 가기로 했다.


다컹은 타이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등산로다. 다컹 안에 등산로는 모두 열 개인데 그중에서 9번과 10번 등산로가 가장 완만해서 가족 단위로도 많이 찾는 곳이다. 나도 9번 등산로에 가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68번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넘게 달려 타이중 동쪽 외곽의 다컹 풍경구에 도착했다. 등산로 입구에는 아침 식사를 파는 노점과 과일 좌판이 즐비했고 그 사이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나는 호빵을 하나 사 먹고 목이 햇빛에 타지 않게 목에 손수건을 두른 뒤 산에 올랐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가파른 계단이 산 너머 산처럼 이어졌다. 이게 가장 쉬운 등산로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한풀 꺾인 줄 알았던 태양의 열기도 막상 산에 와서 보니 기세가 등등했다. 목에 두른 손수건은 금세 땀으로 젖었다. 쉬다 걷기를 반복하며 도착한 전망대에는 아이스크림 노점상이 유혹적인 자태로 서 있었다. 옛날 초등학교 앞에서 팔던 콘 아이스크림이었다.


하나 사 먹을까 하다가 참았다. 다컹에 오면 먹으려고 생각해둔 게 따로 있어서였다. 바로 버스정류장 맞은편 노우자우원(老芋仔芋圓)에서 파는 타로빙수였다. 그 타로빙수를 먹기 위해 아이스크림의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하산 길에 올랐다. 그런데 모두가 내가 올라온 길과 다른 길로 내려가고 있었다. ‘뭐지?’ 하며 사람들을 따라가 보니 훨씬 완만한 길이 나왔다. 아무래도 내가 지름길로 올라온 것 같았다…….


마침내 도착한 타로빙수 가게에는 줄이 길었다. 기다리면서 슬쩍 가게 내부를 들여다보니 오픈 주방에서는 쏟아지는 주문에 한 팀은 미친 듯이 얼음을 갈고 한 팀은 미친 듯이 토핑을 얹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게가 넓고 회전이 빨라서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웨이팅을 하고 들어간 식당에서는 원래 먹으려던 것보다 더 많이 주문하게 된다. 타로빙수만 먹으려던 걸 타로우유도 같이 주문했다.


대만에서는 타로빙수를 ‘똥똥위위앤(東東芋圓, 동동우원)’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위위앤(芋圓)’은 동그란 모양으로 빚어서 끓인 타로 떡을 뜻하고, 타로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토란의 사촌뻘 되는 식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타로 전문 가게라 그런지, 가게 간판과 음료 잔에는 밀짚모자를 쓴 할아버지 모습을 한 보라색 타로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드디어 주문한 빙수가 나왔다. 허겁지겁 한 입을 뜨자 시원함이 뇌를 강타하고 위까지 얼려버릴 것 같았다. 우유 빙수가 아니라 얼음 빙수라서 깔끔하고 시원했다. 큼직큼직하게 들어간 삶은 타로는 상온 온도에 식감이 부드러워서 빙수가 너무 차가워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줬다. 함께 올라간 쩐주와 타로 떡도 쫀득하고 달콤했다.


호기심에 시켜본 타로우유는 한 모금 마시고 깜짝 놀랐다. 주연 배우를 보러 영화관에 갔다가 조연 배우에게 반해버린 상황이랄까? 죽처럼 진한 타로우유 사이사이에 얼음 알갱이가 섞여 있어서 시원하면서도 배가 든든했다. 여름에 건강식으로 매일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일본 드라마〈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에는 주인공 칸타로가 제대로 빙수를 즐기기 위해서 한여름에 양복 재킷에 내복까지 챙겨 입고 서점 영업을 나가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렇게 후끈해진 몸으로 서점을 다 돈 뒤에 멜론 빙수를 한 입 베어 무는데! 얼음 파편이 전신을 강타하는 듯한 한랭한 달콤함에 빠지며 거의 정신을 잃는다(물론 칸타로는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서 정신을 잃는다).


본의 아니게 힘든 등산을 한 덕에 최고의 빙수를 맛보았다. 사실 등산이 끝나고 먹는 건 뭐든지 맛있다. 가게에 있는 모두가 그 때문에 이곳을 찾아오지 않았을까?


나중에 펑지아 야시장에서 노우자우원의 분점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타로빙수를 사 먹었지만 그날의 감흥은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고 먹은 빙수와 야시장을 어슬렁거리다 먹은 빙수는 맛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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