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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아 Apr 15. 2022

스르르 잠드는 게 얼마 만

엄마와 삼천포에서 회를 먹고 삼천포 중앙시장에 들렀다. 엄마는 사과 만 원어치, 토마토 오천 원어치, 열무김치 오천 원어치를 사 가라고 했다. 금방 배낭이 가득 찼다. 그리고 우리는 삼천포터미널에서 헤어졌다. 엄마는 남은 20일, 잘 보내고 오라고 했다. 어쩐지 엄마가 여행을 온 게 아니라 내 자취방에 왔다 간 기분이다. 잘 살고 있는지, 부족한 건 없는지 보러 온 것 같다.


저녁에 열무김치를 꺼내서 먹어보는데, 지금껏 사 먹어본 김치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가족 단톡방에 열무김치 너무 맛있다고 쓰니, 동생도 한마디 거든다. “엄마 진짜 신기해. 엄마가 우리 집 근처 시장에서 뚫은 김밥집, 떡집 등등 여기서 제일 맛집이었어.” 이게 엄마의 내공일까. 척 보고 맛집을 알아내는 신공.


남해에 온 지 9일째. 한 가지 눈에 띄는 변화는 밤에 잠을 잘 잔다. 요즘 안 그런 사람을 찾기 어렵지만, 나 역시 수면 장애가 조금 있다. 침대에 누워서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설기문의 전생체험’ 같은 나긋나긋한 유튜브 영상 틀어놓고 누워 있다가 한두 시간 뒤에야 잠이 든다. 그때가 보통 새벽 1시, 2시. 그런데 여기서는 8시부터 졸린다. 빠르면 10시 전, 늦어도 11시 전에 곯아떨어진다. 그냥 누워서 뒤척이지 않고, 핸드폰 만지지 않고 스르르 잠에 빠지는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 저녁 9시 30분. 지금도 졸려서 자울거리는 중이다. 어떤 이유로 수면 패턴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시골 사람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던데, 그 영향을 받고 있는 걸까? 아니면 서울에 있을 때보다 많이 걸어서, 여기 침대가 편안해서, 공기가 좋아서, 지루한 풍경을 많이 봐서, 아침에 햇살 때문에 반강제로 일찍 일어나서? 여기 오고 바뀐 게 많아서 원인을 하나로 콕 집어 말 못 하겠다. 일단 졸려서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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