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한 뒤 우리의 결혼생활을 돌아보면 참 부족한 게 많았구나 느낀다. 하나의 커다란 잘못이 있다기 보단 사소한 습관이나 성격의 부족함이 몇 년간 켜켜이 쌓여 나비효과처럼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듯하다. 부부의 대화 습관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얘기할 4가지 대화 습관을 잘 갖춘 사람이었다면 우리의 결혼 생활은 달라졌을 거다.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노력을 통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라 미리 알고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 참 아쉽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지금부터 보완해 나간다면, 결혼생활에서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예쁘게 말하는 것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 있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하다. 나는 이 사실을 미처 몰랐다. 내가 그렇다고 평소 나쁜 말을 한 건 아니다. 다만 좀 더 기분 상하지 않게, 좀 더 듣기 좋게 포장해서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 사소한 싸움에 불을 붙이는 것이 결국 '말투'이다. 예쁘게 말한다는 것은 듣기 좋은 말투를 사용함은 물론 상대방이 어떻게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을 표현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주말에 같이 피크닉을 가고 싶은데 집에서 쉬고 싶어하는 남편에게 어떻게 얘기하냐에 따라 남편의 반응은 달라질 것이다.
나쁜 예 : "같아 가자~ 집에 있어봤자 게임밖에 더해? 평소 운동도 안 하는데 이럴 때 운동삼아 나가는 거지!"
좋은 예 : "여보 쉬고 싶은 거 이해되니까 같이 가자하기 미안하긴 한데..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같이 나들이 가고 싶다~ 딱 1시간만 나갔다 들어와서 쉬면 안 될까~?"
좋은 예는 무궁무진하다. 애교가 많은 스타일이면 귀엽게 삐진 척을 하면서 너무 같이 가고 싶은데 피곤하면 쉬어도 된다고, 난 혼자 다녀와도 괜찮다고 중얼중얼 어리광을 부릴 수도 있고, 배우자를 기분 좋게 하는 말들을 잔뜩 해서 기분 좋게 만든 뒤 애교 섞인 부탁을 할 수도 있다. 팩폭을 하거나 직설적으로 얘기하지 않고도 상대로 하여금 내 의견을 수용하게 할 수 있는 수많은 예쁜 말들이 존재한다. 위의 나쁜 예는 평소 게임을 좋아하고 운동을 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은근히 표출함으로써 남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결혼생활에서 둘 사이에 쌓이는 감정은 이런 사소한 대화와 말투를 통해 형성된다. 결혼을 하면 가족이 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가는 솔직을 가장한 무례한 말들, 예의 없는 언행들이 서로의 신뢰를 알게 모르게 깎아먹는다. 그리고 그중 잘못 걸린 단어나 말투 하나가 그간 쌓였던 감정을 건드리면 큰 부부싸움이 벌여지곤 하는 것이다.
평소 듣기 좋은 말로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면서 부탁하고, 감정이 상할 만한 말은 돌려 돌려 고심해서 얘기하는 습관은 결과적으로 서로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런 일상이 쌓일 때 배우자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받는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혼 후 가장 후회되는 5가지 중 한 가지가 (전)남편에게 내가 느끼는 고마움을 매일, 자세하게 표현하지 않은 것이다. 고마운 마음이 있기 때문에 더 빨리 잘 돼서 남편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늦게자기 일쑤였고, 일찍 출근하는 남편은 혼자 잠들어야 했다.
요리하는 걸 싫어하는 나를 위해, 그리고 그 시간에 더 공부하라고 퇴근 후 요리를 해주는 착한 남편에게 매일 고맙다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줬어도 모자랄 판에, 나는 공부를 하다 남편이 상을 차려놓으면 그때 가서 고맙다며 먹곤 했다. 너무 맛있다고, 고맙다고 했으니까 내 마음을 알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부부싸움을 하던 어느 날 남편은 "내가 니 식모야?"라고 했다. 표현하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말을 내뱉기까지 얼마나 속상한 순간들이 많았을까….
정말 고맙다면 남편이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더 많이 표현했어야 했다. 나를 안고 잠드는 것, 자기가 해준 요리를 내가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게 행복이라던 남편이었는데, 그럼 어떻게든 공부를 일찍 끝내서 남편과 같이 잠들고 남편이 더 웃을 수 있게 요리에 대한 칭찬과 요리를 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뿌듯하리 만큼 격하게 표현했어야 했다. 그래야 남편이 요리를 해주면서도 기분이 좋았을 거고,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을 거다.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각자의 역할이 생기고, 상대방이 그것을 쉽게 해내는 걸 보면 당연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아이를 보는 전업주부와 돈을 버는 남편이라고 하면, 남편은 아내가 집안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아내는 남편이 돈 버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쉽다. 그럴 때일수록 상대방의 노고를 칭찬하고 인정해 주는 것은 마음속에 불만과 억울함의 응어리가 쌓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점에서 너무 중요하다. 또한 상대방의 노고를 먼저 인정할 때 상대방으로부터 나의 노고 또한 인정받을 수 있는 거다.
특히나 남자라는 동물은 '인정'과 '존중'이 매우 중요하다. '칭찬을 잘하게 되기 전까진 결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편에게 '칭찬'은 매일매일 아끼지 말고 해줘야 하는 것인데 나는 그걸 몰랐다. 그래서 남편 마음에 알게 모르게 응어리가 쌓이기 시작했을 거고, 그게 쌓여서 안 좋은 방식으로 터져 나왔던 거 같다.
사소한 거라도 자주 칭찬하고 고마운 마음을 충분히 전하는 것은 부부사이를 좋게 하고, 부부싸움의 씨앗이 되는 마음의 응어리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데 있어 너무나도 중요하단 걸 뒤늦게 깨닫는다.
결혼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은 결국 대화로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대화 능력은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대화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대화에 임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1화에서 얘기했듯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상대방의 얘기를 진심으로 수용하는 자세도 너무 중요한데, 이에 더해 나의 날선 감정을 상대방에게 표출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또한 너무 중요하다.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서운한 감정이 생겼거나 화가 날수 있다. 특히 결혼 초 서로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을 잘 모를 때에는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기분이 상한 것은 어디까지나 '내 입장'이고 상대방은 기분 나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 그런 행동을 한 걸 거다. 상대방은 화난 이유를 알지도 못하는데 대뜸 사과를 강요받거나, 비난을 받으면 억울한 마음에 반발심이 들어서 안 좋은 말이 나오게 될 수도 있다.
기분이 상한 것은 '내 입장'에서나 당연한 거다. 또한 화가 난 감정은 상대방이 준 게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나의 해석으로부터 생긴 '내 것'이다. 이 감정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순간 대화는 어그러지고 대화에서 부부싸움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기분 나쁜 것에 대해 얘기할 때, 화나거나 서운한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투덜대거나 기분 나쁘게 말하는 게 아니라 차분하게 상대방의 행동에 왜 기분이 나빴는지 설명해줘야 한다. 그리고 설명하는 거에 더해 앞으로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행동해 줬으면 좋겠는지,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단어나 말이 있다면 앞으로는 그 말을 안 쓰면 좋겠다고 부탁하듯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은 비난받는다고 느끼지 않고, 자기의 행동이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돌아보면 나는 남편에게 말을 너무 많이 했다. 이 또한 이혼 후 가장 후회되는 5가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지적하는 행위는 어찌 보면 매우 예의 없는 행동이다. 회사 동료에게는 조심스럽게 말하거나 '그냥 내가 참지!' 하는 사안도 배우자에게는 쉽게 내뱉게 된다. 특히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짜증을 내거나 잔소리를 하는 행동은 사실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이다. 이는 "네가 하는 행동이 못 미덥고 못마땅해"라는 뉘앙스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서열을 의식해서 아내로부터 존중받을 때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하다. 그런데 가까운 아내로부터 존중이 아닌 무시(잔소리)를 받게 되면 미미하게라도 마음에 상처를 입고 그런 것이 쌓이면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 물론 남녀를 떠나 잔소리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남자에겐 그 타격이 더욱 크다. 그리고 나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내가 하는 말이 '맞는 말, 옳은 말'이라는 이유로 남편의 기분을 헤아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곤 했다. 사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은 대부분 '맞는 말'일 때가 많다. '공부 좀 해라'라는 말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에겐 별 타격을 주지 않지만, 공부를 안 하거나 못하는 사람에겐 기분 나쁘기 딱 좋은 말이다. 나의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남편은 자존심이 상하고, 자존감이 낮아졌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잔소리를 한다고 사실 달라진 건 없었는데…. 남편의 기분만 상하게 했을 뿐.
돌이켜보면, 언젠가 깨닫게 될 일을 굳이 말로 지적하기보다 기다려 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수를 봐도 모른 척 넘어가 줄걸, 입이 근질거리더라도 그냥 참고 넘어갔으면 좋았을 일을 왜 그리 쉽게 말로 해버렸을까….
잔소리는 상대의 행동을 바꾸려는 의도가 크다. 누군가 자신의 행동을 못마땅해하고 바꾸려 할 때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거다. 만약 배우자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다면, 그것이 정말 상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 짜증을 해소하기 위한 것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하는 것은 그 사람이 더 나은 모습이 되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꼭 해야 한다면 1번을 명심해서 예쁘게, 기분 나쁘지 않게 잘 포장해서 말해야 한다.)
1. 예쁘게 말하기
2. 고마움 자주 표현하기, 칭찬하기 (당연해하지 않기)
3. 기분이 상했을 때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말하기
4. 말 최대한 아끼기 (잔소리 안 하기)
위의 4가지만 명심한다면 '말'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대부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예쁘게 말하고 고마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서툴었다. 거기에 남편은 기분이 상하면 감정적으로 변했고, 나는 평소에 잔소리로 남편을 긁었다. 이런 것들이 쌓여 마음속에 응어리를 만들고 은연중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아직 결혼 전인 커플의 경우 서로에게 부족한 말버릇이 무엇인지 체크해 보고 지금부터 연습해서 미리 좋은 대화습관을 들여놓는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결혼생활을 하면서 자주 싸우거나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분들은 위의 4가지 중 가장 부족한 것을 하나씩 고쳐보고 특히나 평소 느끼는 고마움에 대해 자주 표현한다면 둘 사이에 생긴 마음의 거리가 조금이나마 좁혀지기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혼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임을 빨리 깨달아야 좋은 부부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