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루어 로테이션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
루어는 미끼이자 어탐기
현장을 기준으로 보면 배스가 있는 위치를 파악하고(location) 루어를 선택한 다음(rotation), 루어에 액션을 가하는 것(presentation)이 순서다. 배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이고 그만큼 중요하는 뜻이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많이 잡아야 하는 토너먼트 환경에서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배스의 위치보다는 루어의 선택을 먼저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결국 배스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마지막 방법은 루어로 낚아내는 것이고, 낚아내지 못하면 배스가 있다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스는 결국 루어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우, 루어는 미끼인 동시에 배스를 찾아내는 어탐기(fish finder)이다.
루어를 잘 운용하지 못하면서 시즈널 패턴이라 던 지, 배스의 날씨와 수온에 따른 움직임 같은 것을 알려고 해봐야 나한테 필요한 살아있는 정보로 다가오긴 힘들다. 배스의 습성에 대해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지식을 갖습득하고 나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라리 가지고 있는 루어로 과감하게 다가가 보는 것이 좋다. 물론 루어의 선택에 따라 프레젠테이션도 바뀌고, 공략 포지션까지 한 세트로 바뀌게 되지만, 일단 처음엔 루어를 중심으로 생각할 것을 권한다.
어떤 장소에서 내가 배스를 낚지 못했다면 과연 배스가 없어서 일까?
일단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겠다. 실제로 배스가 거기 없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배스가 있다는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 사실 그 장소에 있는 배스 중에 극히 일부만이 내 루어에 반응한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루어에 반응은 하지만 바늘에 걸리지 않는 경우도 생각 외로 많다. 어차피 배스의 위치를 찾아도 낚아내지 못하거나 일부만 낚는 상황이 지극히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어군탐지기를 달고 배스를 찾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보트 낚시 환경이 아니라면, 제한된 장소에서 어쨌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도보낚시의 경우 포인트를 생산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루어 로테이션이 더 중요해진다.
루어의 로테이션을 배스를 낚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나는 루어 로테이션은 배스 낚시의 ‘목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같은 배스라도 어떤 루어로 낚는가에 따라 너무나도 느낌이 다르고 (심지어 다른 물고기로 느껴질 정도다), 물속에서 특정 루어에 반응하는 배스의 수는 너무나 제한적이다. 그래서 배스낚시라는 게임은 루어에 방점을 두고 접근해야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로테이션 스킬업 Step 1) 나만의 파일럿 루어를 만들어라
파일럿 루어란 루어 로테이션에 있어서 기준점을 제공하는 루어를 말한다. 포인트에 도착하면 배스의 정확한 위치나 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던지는 루어이다.
낚시 플랜을 짤 때, 필드에 따라 대략 사용할 루어를 미리 정하게 되는데, 일종의 플로차트(Flow Chart) 같은 흐름도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생기게 된다. 어떤 경우를 상정해서 어떤 루어를 투입했는데 결과가 Yes일 경우는 어디로 넘어가고, No 일 경우는 어디로 넘어가는 식이다. 파일럿 루어는 이 플로차트의 시작점을 만드는 루어이다.
저마다의 숙련도와 취향에 따라 파일럿 루어는 다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파일럿 루어가 지녀야 할 덕목이 있긴 하다. 첫 번째가 넓은 수면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다. 표층, 중층, 바닥층을 폭넓게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입질을 받으면 받는 대로 못 받으면 못 받는 대로 배스의 위치와 상태를 좁힐 수 있는 단서를 얻기 위함인데, 중요한 것은 각각의 탐색 어프로치가 골까지 노릴 수 있는 유효슈팅 수준의 공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의미 있는 단서가 된다. 어떤 루어는 표층이나 중층까지는 유효한데 바닥층 정보는 믿을 수가 없고, 그 반대 경우인 루어도 있다. 이렇게 되면 파일럿 루어로서의 커버리지에 한계가 생기게 된다.
두 번째는 시간 효율성이다. 짧은 시간에 원하는 정보를 얻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파일럿 루어의 운용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비되면 불리하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루어가 있지 않을까. 바로 스피너베이트가 딱 여기에 해당된다.
스피너베이트는 리트리브 속도만으로 표층, 중층, 바닥층을 커버할 수 있다. 게다가 대충 훑고 마는 것이 아닌, 유효한 어프로치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기능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배스낚시 포인트 유형에 폭넓게 대응할 수 있다. 스피너베이트를 내 것으로 익혀두면 배스낚시가 편하고 재미있어진다. 배스낚시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스피너베이트의 빠른 표층 리트리브에 반응이 있다면, 버즈베이트나 탑워터루어로 로테이션이 가능하고, 중층에서 반응이 있었다면 크랑크베이트 등으로, 바닥층이나 폴링에 반응이 있었다면 텍사스리그나 러버지그 등으로 확률을 좁혀가는 방식이다.
여기까지가 파일럿 루어에 대한 정석이라면 정석이고, 나만의 파일럿 루어를 정할 때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내가 현시점에 가장 확신을 갖고 사용할 수 있는 루어를 파일럿 루어로 정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남들이 파일럿 루어로 스피너베이트가 좋다고 한들 정작 본인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스피너베이트를 사용해봐야 아무런 참고 사항도 얻을 수가 없다. 적어도 자기 자신은 루어를 사용한 다음에 얻어진 결과에 대해 확신 있는 답을 내릴 수 있어야 비로소 파일럿 루어로서 의미가 생긴다.
배스낚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후배와 낚시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거의 모든 포인트에서 드롭샷 채비를 던져보고 나서야 다른 루어로 로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배스의 상태를 확인하는 기준점을 그 당시 그 친구는 드롭샷 채비를 통해 얻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스피너베이트를 먼저 던지라고 해봐야 긴가민가인 상황만 생길 뿐이다. 배스낚시에서 낚시인의 긴가민가한 마인드가 얼마나 쥐약 같은 것인지는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지그헤드 채비도 훌륭한 파일럿 루어가 될 수 있고, 크랑크베이트도, 프리리그도 될 수 있다. 한 가지 채비에 확신을 가지고 계속 사용하다 보면 그 하나의 루어만으로도 할 줄 아는 프레젠테이션이 많아지고, 얻을 수 있는 정보량도 늘어나게 된다.
로테이션 스킬업 Step2) 낚아본 루어 가짓수 늘리기
당신은 수많은 배스용 루어 중에서 실제 배스를 낚아본 것은 몇 가지나 되는가? 배스낚시를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 있다. 남들이 아무리 많이 낚는 루어도 내가 낚아본 적이 없으면 무소용이라는 것. 태클 박스가 아무리 많은 루어로 꽉 들어차 있어도 내가 낚아본 루어에 먼저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에 더 잘 낚인다. 반복하지만 배스낚시는 마인드 게임이고 낚시인이 보이지 않는 물속을 향해 확신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과정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결국 결과의 차이까지 만들기 때문이다.
흔히 루어낚시에 처음 입문할 때 ‘첫 고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곤 한다. 루어라는 가짜 미끼를 처음 대하면서 ‘과연 이걸 물까?’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마련인데, 첫 고기를 잡고 나면 루어낚시에 대한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을 종종 보곤 한다. 이런 현상은 입문하고 나서도 새로운 종류의 루어를 접할 때마다 한동안 반복된다.
낚아본 루어의 가짓수를 늘리는 작업은 루어 로테이션의 재료를 만들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배스를 한 번도 낚아보지 않은 루어가 로테이션 구성원으로 선택되기란 쉽지 않다. 이 이야기를 별도로 하는 이유는 이 과정이 다소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미심쩍은 것을 확신 쪽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낚시점 진열장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루어는 기본적으로 배스를 잡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하물며 그중에서 내 선택에 의해 태클 박스까지 들어온 루어라면 어떻게든 ‘머리를 올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한두 시즌 정도는 이 작업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상황이 어려울 때 확신이 없는 새로운 루어를 사용하기는 힘들다. 한 시즌을 낚시하다 보면 흔히 ‘넣으면 나오는’ 상황을 몇 번은 만나게 되는데 이럴 때 의식적으로 새로운 루어의 머리를 올려주는 것이다. 아니면 활성도가 좋고 마릿수 조과가 가능한 특정 시즌에 출조 계획을 잡을 때부터 아예 목표를 머리 올려주기로 잡는 것이다. 머리를 올려주기로 마음먹었다면 먼저 귀차니즘과 싸워야 한다. 굳이 필요 없더라도 부지런히 루어를 바꿔 달아줘야 한다. 한 가지 루어에 잘 나온다고 계속 그것만 쓰고 있으면 손이 안 가는 루어의 데뷔는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다. 그다음엔 다소의 집요함이 요구된다. 익숙하지 않은 루어일수록 답이 금방 나오지 않을 때가 당연히 더 많다. 이렇게 저렇게 써보면서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사용해야 한다. 독하게 한다면 낚아본 루어는 다 놓아두고, 새로운 루어만 들고나가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한두 마리라도 좋으니 꼭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루어로 배스를 낚아보기를 권한다. 그냥 가능성만으로 태클 박스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태가 될 것이다.
장비와의 밸런스 확인과 옥석 가리기
이 작업이 의미 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그 루어들이 물속에서 움직이는 느낌과 배스를 낚아내는 상황이 내 상상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새로운 루어를 던지고 배스를 낚아내다보면 내가 가진 장비와의 밸런스를 확인하게 된다. 배스낚시는 골프처럼 모든 낚시인이 유형화된 같은 장비 세트로 필드에 나가는 것이 아니다. 잘 낚인다고 해서 새로운 루어를 구했는데 내가 가진 장비와는 조합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딥 다이빙 크랑크베이트를 구했는데 내가 가진 낚싯대와 릴로는 캐스팅과 리트리브가 너무 힘들다 던 지, 러버지그를 처음 사용하는데 챔질 과정에서 자꾸 털린다던지 하는 밸런스의 문제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루어를 운용하는데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장비와 조합했을 때의 밸런스이다. 이것이 잘 맞아야 루어를 제대로 던지고 원하는 대로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다. 모든 배스낚시용 낚싯대는 저마다의 휨새와 강도, 캐스팅 무게에 대한 적정치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내가 사용하는 루어와 잘 맞아야 루어에 원하는 동작을 가할 수 있고, 낚시인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감각을 제공받을 수 있다. 무조건 루어를 바꿔 달기만 할 수는 없는 이유다. 경우에 따라서 내가 가진 장비로는 머리를 올려주기 힘든 루어가 태클 박스에 있을 수도 있다. 할 수 있다면 장비를 추가해서 경우의 수를 늘려가야 하고, 장비를 늘릴 수 없다면 내가 가진 장비의 범위 내에서 최적화된 조합을 찾아야 한다. 다만 다행인 것은 배스낚시용 루어의 종류와 프레젠테이션의 조합은 최소한의 장비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루어부터 모두 던지고 낚아 보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고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