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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지초지현
May 06. 2023
내가 제일 닮았다
엄마의 엄지손가락
태어났을 때 첫딸인 것을 알면서도 아빠와 붕어빵인 나는 아들로 오인되곤 했다. 중학교 때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으면 잘생겼다~소리를 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남학생처럼 머리카락을
숏
커트
했는데 그 이미지가 매우 중성적이었는지 매일 나를 생각하며 쓴 다이어리를 건네는
후배가 있었다.
(여고였던지라 중성적인 이미지의 학생들이 남자처럼 인기 있기도 했다)
그때 아차 싶어 기르기 시작한 머리카락은 지금까지도 어깨아래로 길이를 유지하고 있다.
내가 플레어치마를 즐겨 입었던 것도
예쁘고
싶은 마음이 컸던 듯싶다.
아빠의 잘생김을
담
은 첫딸이었고, 아빠의 걸음걸이와 똑같
아
서
뒤에서 보면 한가족임
이
여실히 드러
날
정도였다.
그런 내가 아빠를 닮지 않은 것이 특징적인 엄지손가락과 혈액형, 알코올 해독능력이다.
아빠는 O형
,
엄마가 A형인데 동생들은 모두 O형
이고
나만 엄마의 A형 유전자를
물려
받았다.
그리고
술을
조금이라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아빠를 닮아 동생들은 알코올해독이 잘 되지 않아 술을 마시지 못한다. 그러나 엄마는 술을 마시지 않아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아마도 알코올 해독능력이 탁월할 것이다.
분명
엄마를 닮아
나는
술을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지 않고, 쉽게 취하지 않는 듯하다.
엄지손가락이 젖혀지지 않고 일자모양으로 손톱이 가로로 긴 형태는 열성유전자라 보기 드물지만 그 엄지손가락을 가진 엄마를
삼 남매가 모두
그대로 닮았다.
첫째인 나는 제일 똑같이 닮아 태어나서 한 번도 <제로게임-숫자를 외치며 엄지를 드는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
그 게임을 하려면 엄지손가락을 오롯이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동생들보다 엄마를 더 닮은 첫 딸이 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하지 않아
유방
암에 대한
유전력이 증가하
고
있었다.
2010년에 엄마는 유방암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서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내
앞으로
암보험을 여러 개 들었던 모양이
다.
엄마가 보여주는
암보험의 계약날짜가 전부 2010년 5월이다.
결혼과 출산경험이 있는 동생과 달리 아무 계획이 없던 사회 통념상 노처녀였던 첫딸이 걱정되어 동생들보다 더 많은 암보험을 들었던 것이다.
엄마를 제일 닮은 내가 혹여나 당신처럼 아플까 봐 그리 걱정하신 것이다.
내
명의의
암보험이 2010년 이후에 시작된 것이 5개나 있었다.
10년이 훨씬 지나 완치한 줄 알고 지냈던 엄마는 같은 자리에 암이 재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무너지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도 빠르게 수술날짜가 잡혔고, 초기에 발견했다는 것에 희망을 가
져
본다.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시어머님을 모시고
가는
제주도 여행
이야기 끝에
" 나도 제주도 가고
싶다
"라는
엄마말에,
"어~엄마 와! 월요일에 이서방과 어머님가시고 나는 수요일까지 있을 거야! 월요일 저녁비행기 타고 와"
그렇게 엄마의
왕복항공권을 바로 결제하고 제주도 가서 맛난 거 먹자 하며 얘기하다가 엄마이름이 불리어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여전히 다정하신(대학교수님들 중에 드물게 다정하신, 상세한 설명과 위로를 건네는) 교수님께서 재발되어 안타깝지만 또 잘 이겨내실 거라고 얘기해 주시며 빠른 수술날짜를 제안하셨다.
다음 주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3일 동안 제주도 여행 후 목요일 하루 푹 쉬고 금요일에 전이여부를 알아보는 PET검사와 수술 전 검사를 하루종일 한 후 그다음 주 월요일에 입원하기로 했다.
스케줄이 환상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이렇게 맞추려고 해도 힘들 것이다.
봄에 태풍급 비바람이
부는
이례적인
지금
날씨가 꼭 내 맘과도 같다.
내 마음 아프다고 엄마에게 쏟아내었던 날 선 말들이 엄마를 아프게 한
것은
아닌가 싶어 어제는 내리는 비에 눈물을 더해 사방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엉엉 소리 내어
토해낸
울음은 바람에 날려 보내도 계속 터져 나온다.
퉁퉁 부은 눈 때문인지, 비 때문인지 흐려진 시야는
짙은 안개 낀 듯
좀처럼 걷히지가 않
는
다.
엄마와
함께하기로 한
여행일자
의
제주도
일기예보를 계속 들여다본다.
날씨가 맑을 예정이
라고 한다.
앞으로의 날들은 괜찮을 거야~
그
렇게
맑고 화창할 것이라고 위로하는 듯
일기예보에
서
동
그란 노란 해님이 보인다.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천둥, 번개
,
비바람 다 지나가고 미세먼지 걷힌 맑고 푸른 하늘을 가진 봄을 맞이할 것이다.
엄마의 두 번째
암
도 잘 걷혀 건강
할
시간을 예보한다.
기압골 영향으로 좁은 구역에 밀집되었던 악성종양이 모두 걷힌 상태입니다. 현재 세력 강한 고기압의 영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주위 건강하고 면역증강된 세포들이 포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안 건강한 상태가 계속
될 전망입니다.
100세까지 지내기 좋은 상태와 시간이 예상됩니다. 이상 건강캐스터 지초지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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