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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오 Sep 14. 2023

알레르기는 있는데 알레르기를 모른다?

어느날 갑자기 알러지 발견기 그 2편

(어느날 갑자기 알러지 발견기 그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갑자기 온몸에 발진이 돋기 시작한 나. 

위기상황이 닥쳐오면 평소보다 훨씬 침착해지는 편이다.가족들이 왜 너만 차분하냐고 어이없어할만큼. 

심호흡을 하고 내가 지금 해야할 일, 할 수 있는 일의 단계 차곡차곡 정리하고 거울 앞에 앉았다.

두드러기 사진을 찍어 간호사인 엄마에게 카톡으로 보내고선 전화를 걸었다.


"이렇게 원인 모를 발진이 마구 돋고 있는데 응급실을 가면 해결할 수 있어, 엄마?" 

"응급실가면 항히스타민놔줄거야. 얼른 가 봐"


일하고 있던 반려인(=남편)에게도 카톡으로 상황을 알리고는 택시를 불러 몸을 실었다.

고요한 마음상태와는 달리, 이를 부딪힐 만큼 몸이 떨렸다.

1월의 스산한 날씨 때문이 아니라, 속에서 오한이 올라왔다. 

배도 꾸르륵꾸르륵 아파왔다. 


두드러기로 방문한 응급실 체험기

온몸을 양팔로 그러안고 응급실로 들어섰다. 

코로나로 거리두기 상황이었던 터라 열체크를 하고 잠시 의자에서 기다렸다. 배는 계속 아팠고 발진이 못견디게 간지러웠다. 몸을 공처럼 말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한눈에도 내가 고통스러워 보였는지 보안요원도 의료진도 잠깐 사이에 계속 내 안부를 물으러 와주셨다. 


사진의 우하단. 가라앉기 시작한 팔뚝의 두드러기가 보인다. 

잠시 후 응급실 의사분을 만나 몇가지 문진을 하고 식염수팩과 주사를 동시에 달아 맞기 시작했다. 


"두드러기 증상이네요. 뭐 드셨는지 기억하세요?" 

"커피요. 근데 마신 지 세시간이 넘었는데 이러기도 하나요?"

"이렇게 온 몸에 올라오는 경우면 음식 알레르기일 가능성이 가장 커요. 발진이 심해서 약이 빨리 들어가고 있으니 아프면 말씀하세요."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선생님께서 감정이 섞이지 않은 어투로 대답을 해주시는데 오히려 그 말투에 안심이 되었다. 내가 별난 게 아니라, 선생님은 으레 보는 증상인가보다, 싶어서. 


약이 거의 들어갔을 즈음부터 점차 오한이 사라지고 가려움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발진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졌다. 아드레날린이 솟아 쿵쾅대던 심장도 제 속도를 찾았고, 동시에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제서야 멀찍이 배가 아파서 온 아이도 보이고, 옆 자리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어머님도 눈에 들어왔다.

의사 선생님은 발진이 가라앉는것을 확인하시고는 꼭 다음날 외래에서 알러지 검사를 해보라고 권유하셨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준비하던 저녁식사거리를 내버려둔 채 침대 속으로 파고들어 죽음처럼 잠이 들었다. 퇴근한 반려인과 대화를 했다던데 나는 기억하지 못했다.


다음날 회사 근처 병원을 방문해서 어제의 발진 사진을 보여드리며 알러지 검사를 요청했다. 체혈하여 보험이 적용되는 4만원짜리 MAST검사(마스트 알러지검사)를 우선 넣고 약 3일 후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바로, 



알러지는 있는데 요인은 모르겠다.


알러지 수치는 굉장히 높은데 MAST검사로는 요인을 찾지 못하겠다는 뜻.

MAST 검사는 107가지 항원에 대해서 진행하는 검사로 집먼지, 바퀴벌레 등 접촉성 항원부터, 음식물류까지 다양하게 검사된다

고오의 MAST검사결과


위의 검사지 내 빨간 글씨인 총 lgE가 100이상이면 알러지성 체질이라고 볼 수 있다. 내 경우 총 lgE결과가 176으로 꽤나 높게 나왔으나, MAST 검사로는 그에 부응하는 항원수치를 찾을 수 없어서 알러지는 있는데 원인은 모르겠어요-음주운전은 했는데 술은 안마셨어요?-라는 답답한 결과를 받은 것이다. 

라떼를 마신 후 증상이 나타난 경우라 커피나 우유를 의심했었는데, 두 항원 모두 MAST 검사 상 항원 수치는 알러지 기준 미달이었다.


의사선생님은 이번 검사에서 뽑은 피를 재활용해서 

한가지 요인에 대해 집중 추적하는 1만원 대의 추가 검사를 권해주셨다. 

전반적 검사의 다음단계인 음식물 과민증 검사는 40만원이 넘으니(!) 우선 집중추적검사를 해보자는 것. 

하여 진단기관에 확인해보았는데 이전에 MAST검사용으로 뽑은 피가 폐기되었다고 한다. 


다시 혈액 채취를 해야한다고 하셔서 저혈압이 걱정(?)되었던, 아니 그보다는 귀찮고 무서웠던 나는 

한번만 더 증상이 보이면 전체 검사를 받겠다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때는 몰랐다. 회의하다 말고 병원으로 뛰어가게 될 줄은…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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