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고오 Aug 30. 2023

크리스마스 이브, 응급실을 갔어야 했다.

어느날 갑자기 알러지 발견기 그 1편


"고오(가명). 귀가 엄청 빨개!"


때는 12월 초.

한 친구 집에 모인 30대 여인들은 이른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며 수다를 즐기고 있었다.

술도 곁들이지 않고, 아주 건전하게 마카롱을 만들어(조립해) 먹으며

소박한 밤을 즐기고 있던 그 때, 한 친구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무의식 중에 나는 귀와 목을 문지르고 있었다. 거울로 비춰보니 문지르던 부위가 울긋불긋했고, 피부 안쪽부터 간지러움이 올라갔다.


5년 전쯤 콜린성 두드러기와 피부묘기증을 앓았던 적이 있고, 항상 건조하고 예민한 피부였다.

친구들 흥을 깨고 싶지도 않아서 "잠깐 이러다 말겠지 뭐~ 원래 피부 예민해."라고 하고 넘어갔다.


그로부터 약 2주 뒤 크리스마스 이브.

반려인과 예쁜 카페 나들이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어쩌다보니 사소한 언쟁을 하게 되었는데

극 T성향인 두 사람은 각자의 논리로 근거를 대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었다.

한참 논쟁이 과열되던 와중에 내가 "그만!!" 을 외치고 윗옷을 벗어제꼈다.


여느 신혼부부처럼 뜨거운 스킨십으로 문제를 봉합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

윗팔뚝과 겨드랑이 안쪽이 너무 뜨겁고 간지러워서 였다.

반려인도 깜짝 놀라서 언쟁을 멈추고 후다닥 아이스팩을 수건에 감아서 가지고 왔다.


두 케이스 모두 한 시간 여 만에 발진은 가라앉았다.

아주 신경이 쓰일 만큼 따갑고 가려웠지만 물을 엄청 마셔대면서 아이스팩을 댔더니

발진은 어느새 가라 앉았다. 근래에 회사와 이사 문제로 스트레스 정도가 높아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나는 그 때 응급실로 가아했다.



주말의 따뜻한 라떼 한잔은 소소한 행복이다.



다시 2주뒤. 새해가 밝았다.

혼자 보내는 휴일 오후, 볕이 잘 들어오는 집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신년 계획을 정리했다.

원래 혼자 휴일을 보내면 3~4시쯤 카페로 나가는 것이 일상 이었다.

간식 삼아 라떼를 마시면서 책을 보거나 일상의 단상을 정리하곤 했다.


그날도 그렇게 소소하고 행복한 오후를 보낸 후 5시30분쯤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움직임이 너무 부산했다.

반려인의 귀가 시간에 쫓기고 있긴 했지만, 자꾸만 조심성 없이 움직이고,

무언가를 떨어뜨리거나, 냉장고를 여러번 열었다 닫는등 자꾸만 실수를 했다.


    '잠깐 멈춰..!'


이러다간 다칠 것 같아서 도마 위에 칼을 내려 놓고 심호흡을 하며 급한 행동의 원인을 분석해보기 시작했다.

내 심박수는 꽤 올라가 있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처럼 팔뚝이 뜨겁게 달아 오르며 간지러웠다.

막상 인지하고 나자 엄청나게 간지러움이 몰려들었다.

이번엔 팔뚝뿐만 아니라 목, 귀, 허벅지, 사타구니까지 온몸을 빠르게 간지러움이 덮쳐오는 기분이었다.

한 겨울에 차가운 물로 샤워까지 해봤지만 열감과 가려움은 가라앉지 않았다.

급히 거울에 환부(?)로 추정되는 곳들을 비춰보았다.


▼혐짤이 펼쳐질 예정이니 심신미약자, 환공포증 등이 있는 분은 스크롤을 빠르게 내려주세요.

.

.


가장 심한 곳은 목과 아랫턱 주변.(내 몸인데도 다시보니 정말 혐오스럽다...)



이전처럼 팔뚝에 발진이 올라오고 있었다. 모공이 바짝 서고, 발진은 점점 퍼져나가고 있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에도 입주변부터 인중, 코 옆까지 붉은 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지금까지보다 증상이 훨씬 심하다는 것을 감지했고, 이건 아이스팩으로 가라앉을게 아닐 것 같았다.

가자, 응급실로.


(고오의 음식알레르기 발견기 2편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전 03화 한국은 음식알레르기 안전지대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