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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 소여 Aug 17. 2024

내가 바라던 색깔, 표선색


하늘이 쾌청한 목요일 아침.

첫 번째 조천의 숙소보다 지금 표선 숙소의 가장 좋은 점은 주변 인프라가 많다는 것이다.


오늘은 집 근처 브런치 가게 중 저장해 둔 곳에 가본다. 표선 바다 근처로 주택들에 가려 바다가 잘 보이진 않지만 쾌청한 가을 하늘을 담기엔 부족함이 없다. 주문한 브런치 메뉴가 나온다. 남편은 양식을 좋아하지 않고, 특히 가격까지 36000원으로 너무 사악해 남편은 오늘의 아침 메뉴가 못마땅하다. 솔직히... 나도 재료가 고퀄임은 알겠지만 금액대비 막 엄청난 맛은 아님에도 자존심에 맛있는 척을 한다.^^;


남편은 언제나 브런치를 허세라고 한다.

일반 정식집을 두세번은 갈 수 있는 금액에 양도 많지 않고, 그나마도 샐러드로 양만 부풀린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조금의 허세와 떨어지는 가성비는 아예 아니라고 할 순 없다. 브런치를 구매하는 주타겟층은 구매력과 시간이 있는 3-40대 여성이고, 그들은 '감성'을 중시하는 여성이며, 그것도 '평생 다이어트 중'인 대한민국 여성이다. 그래서 샐러드 느낌에 빵과 고기가 추가되 좀 더 음식 같은 메뉴인 브런치는 허세 낀 여성들의 전유물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브런치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빵과 야채의 신선함이 은은한 소스와 조화된 저자극적 건강한 기분 좋음이 맛있고, 밥과 디저트의 어중간한 여유로움이 좋다. 예전 글 중 [인생을 디저트처럼]에서 처럼 단순히 근무 시간 도중 먹고 또 빨리 일하기 위해 배를 채우는 목표의 점식특선이나 정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배를 채우지 않고 삶을 채우는 느낌이 좋은 것은 디저트를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아무튼 난 브런치가 너무 좋고(물론 브런치스토리도^^ㅎㅎ), 근데 오늘 식당은 내 기준에서도 so so한 맛 대비 금액이 너무 비싸 조금 남편에게 할 말이 없는 날이다.






표선 해변에 온 김에 커피 한잔을 테이크아웃해 바다로 간다. 배가 불러 커피는 한잔만 시키는 와중에 바스크 케익 하나를 포장한다. 디저트는 죽어도 포기 못한는 지독한 나란 녀석 - -;;


자연은 같은 곳이어도 매일 매시간 매계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같이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 만조의 표선은 표선 바다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최소한 내가 본모습 중에선)

종아리 정도 높이의 수면이 몇 킬로미터를 잔잔히 펼쳐져있다. 투명한 생수에 하늘색 물감 한 방울만 떨어뜨린 듯 은은하고 맑고 끝없이 펼쳐지는 푸르름을 보고 있으면 이것이 현실인지 믿기지 않아 발을 담가보게 된다. 그러면 잘게 밀려와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옅은 물결의 촉감에 꿈이 아님을 자각한다. 

잠깐 식후 산책으로 나왔다 한참을 바다에 넋을 잃은 우리는 제주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은 '표선'이라고 다시 한번 정의 내린다.

다른 명소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순수함. 고요함. 맑음. 은은함.

대중성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의 순수한 색깔을 망성임 없이 끝없이 펼치는 단단함.

표선색은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바라던 색깔'이다.






표선바다 산책 후 집에 돌아가기 전 다이소에 들러 장을 본다. 바로바로 ~ 아이들에게 '비밀의 방'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인데, 이 숙소 1층 침실에 목적을 알 수 없는 어른 한 명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창고 같은 공간이 숨어있다. 처음엔 캐리어 따위의 짐을 숨겨두기 좋아 창고로 사용하였는데, 나의 상상력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입구를 막아서 아이들만의 동굴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한 달만 머물고 갈 곳이라 최소한의 비용과 짐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꾸미기 위해 다이소를 이용하였다. 커튼, 가랜드, 알전구, 종 등등을 사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기 전에 서프라이즈로 준비해 두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 차에서 낮잠에 빠져든 아이들이 잠에서 깬다.

"얘들아~~~ 엄마가 선물을 준비했단다. 이리 와보렴~~~~???"

두구두구

두구~~~


개봉 박두 ~~!!


짜잔 ~~~~~

ㅋㅎㅎㅎㅎㅎㅎ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아이들의 비밀 공간 ~


다행히 예상보다 아이들은 더욱 좋아하였고, 자꾸 커튼을 열지 말라며 꼬옥 닫고는 보기, 색칠놀이, 아끼는 인형들을 초대하는 등 자기들끼리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잠도 저기서 잔다고 고집부려 잠든 아이를 들어 침대로 옮긴다. 아동심리나 교육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아이만의 작은 공간은 나만의 공간이라는 독립심과 자궁 속 같은 본능적 편안함으로 인해 창의성을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너희가 좋아해 줘서 이 엄마가 너무 뿌듯하다.

너희만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길 바래~

물론,

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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