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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 소여 Aug 25. 2024

3代가 함께하는 제주 동쪽 여행기

[제주살이 중 손님 초대하는 흔한 이야기_2편]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그 인원이 많아질수록 연령대가 다양해질수록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머리가 아파진다. 이번 여행이 그렇다. 3대로 이루어진 대가족이고, 그중에서도 실패해도 부담이 덜한 친정과 달리 시댁 식구들 여행이기 때문에 여행 주최자인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은 부담감이 최고조이다. 그 와중에 2년 전 시아버님과 제주 동쪽을 이미 여행온 적이 있었어서 또 고건 피해서 가야 한다. 이번 글은 지난 [17화. 제주 아이와 가볼만한 곳 (명절편)]처럼 정보 전달 중심의 여행지 추천글을 써볼까 한다. 부담 없이 읽어 주시길 바라며

자~ 미션을 시작해 볼까~!





●첫째 날_야식: 고등어 회

첫째 날

밤 10시가 넘어 집에 도착한 식구들에게 간단한 야식을 차려주기 위해 메뉴를 심사숙고한 끝에 나의 제주 최애 음식 '고등어회'를 대접하기로 한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늦은 탓에 늘 먹던 유명한 맛집은 너무 멀고 영업 종료 시간이라 먹어보지 않은 집 근처 횟집에서 시켰는데, 그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고등어회는 기름기가 많아 같이 곁들여 먹는 양념장이 매우 중요한데, 고등어 전문점이 아니다 보니 양념장이 성의 없었다. 항상 맛집 고등어회만 먹다 일반 횟집의 고등어회는 처음 먹어본 나도, 고등어회 자체를 처음 먹어본 식구들도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애매한 밤이 지났다.


    → 고등어회: 실패 ;;


TIP. 고등어회는 무조건 고등어회만 취급하는 전문점을 가시길! 가장 유명한 '미영이네' 또는 '만선식당' 강추.




둘째 날_조식: 해장국


눈을 뜨자 식구들이 가득한 게 신이 아이들의 기분은 아침부터 HIGH 하다. 고모부가 태워주는 비행기로 이미 마음은 하늘 위다. 엄마의 두 번째 미션! 아침 식사!! 아침 메뉴의 포인트는 맛은 있되, 너무 기름지고 자극적이면 안되면서, 국을 좋아하는 아버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게 포인트다. 제주에 흔히 볼 수 있는 향토음식 중 어딜 가도 맛이 중간은 하는 '해장국'을 선택했다. 다행히 아이들용 닭곰탕과 계란말이도 있고, 아버님이 좋아하는 선지 해장국이어서 모두 맛있다며 무난히 아침을 패스하였다.

 → 해장국: 성공 >_<~!

아가씨 내외의 설거지 찬스



 

● 둘째 날 코스①: 귤 따기 체험


지난번 [22화. 제주살이 중 흔한 손님 초대하는 흔한 이야기]에서 가보았던 귤 따기 체험장이 집에서 가깝고, 사진용 장식들이 인위적이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하게 예뻐 한번 더 방문하였다. 입구에는 귤 모자 같은 소품들을 무료로 어른, 아이용으로 다양하게 제공해 준다. 새파란 하늘, 싱그러운 초록의 귤 나뭇잎들 그리고 상큼한 주황색 귤들의 조합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방문객들의 카메라는 쉴 새 없다. 다양한 소품들과 놀이기구들에 아이들은 신이 났고, 귤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어른들의 입도 즐겁다. 추가 금액을 지불하면 포장 또는 택배도 가능. 너무 많이 먹어 점심시간이 뒤로 늦춰야만 한 것 빼곤 모든 것이 좋았던 귤체험.

→ 귤 따기 체험: 성공~!




● 둘째 날 코스②: 아쿠아 플라넷


무언갈 살 때 실패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돈질!;;' 이번 여행을 확실히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아쿠아 플라넷은 인당 4만 원가량의 사악한 금액이지만, 우리 가족도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어서 이번 기회에 방문키로 한다. 당연히 아쿠아리움은 아이들을 겨냥한 곳이어서 아이들은 물고기에 정신을 잃고 흥미 가득하였고, 아버님은 긴 동선에 오래 걷는 것이 힘드시고 크게 흥미 있어 보이진 않으셨는데, 마지막에 반전으로 워터쇼 공연에 외국 미녀들이 춤을 추며 쇼를  펼치는데, 음악과 춤을 좋아하시는 아버님의 취향을 저격하여 여행 중에 가장 재밌었다고 손꼽으셨다. (뿌듯 뿌듯~)

기념품 샵에서 할아버지 찬스로 구매한 상어 인형과 사랑하게 된 찬이.
공식 홈페이지 사진

→ 아쿠아 플라넷: 성공~!




● 둘째 날 코스③: 섭지코지


제주 여행을 올 때마다 거의 매번 찾은 곳임에도 언제 와도 실패 없는 섭지코지. 2년 전 아버님과의 제주 여행 때도 왔던 곳이었지만, 오늘은 마침 아쿠아플라넷 바로 앞이어서 역시나 지나치지 못한다. 이제까지 와본 날 중 가장 바람이 센 날이었다. 바람이 몸을 밀어줘 쉽게 오르막길을 오르며 휘날리는 머리카락에 정신없는 것조차 재밌는 아이들. 점심때가 한참 지났음에도 꺼지지 않는 (뽕 뽑으려고 너무 먹었다;;)를 꺼뜨리며 이제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본다.


→ 섭지코지: 성공!




● 둘째 날_ 중식: 고기 국수


면은 다 좋아하시는 아버님을 위해 점심은 고기국수를 먹기로 하였다. 우리가 좋아하는 고기국수 맛집들이 이번 여행 코스들 동선에 맞는 곳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아쿠아리움 근처로 검색한 맛집을 가보았다. 후기 수도 엄청나고 방송에도 나온 실로 대단한 맛집인 것 같아 많은 검색 끝에 최종 선택하였다. 웨이팅도 너무 길어 미리 예약 어플로 예약하고 방문하였다. 먼저 나온 수육을 맛있게 먹으며 기다리던 고기국수와 비빔국수가 나왔다. 사실 국수는 실패 확률이 낮은 음식이다. 그런데 그걸 내가 해냈다. ㅎㅎㅎ 매력 없이 짜기만 한 비빔국수와 곰탕 라면 같은 인공적 육수에 공장스러운 중면의 고기국수. 왕년에 중식당을 크게 하신 아버님께선 절대 음식을 남기지 않으시는 분이시라 남기시진 않으셨지만, 아버님 빼고는 모두가 남겼다.

 →고기국수: 실패 ;;




● 둘째 날_ 석식: 흑돼지 → 아귀찜


다들 빡빡한 일정으로 피곤하였는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낮잠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저녁메뉴로 계획한 집 근처 '흑돼지' 맛집이 휴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한다. 제주는 보통 식당들이 8시면 문을 닫는 특성상, 뒤늦게 부랴부랴 찾은 대안으로 아귀찜을 포장하였다. 그냥 먹을 만은 했지만, 이중 택일을 한다면 실패에 쪼꼼 더 가까워 냉혹히..

 → 아귀찜: 실패




● 셋째 날_조식: 보말 칼국수


전날 일정이 어지간히도 피곤했는지 다들 외출할 생각을 안 한다. 아침에 근처 보말칼국수집에서 비조리로 포장해 와 끓여 먹는다. '보말'은 '바다 고둥'의 제주 방언으로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향토음식이다. 진한 미역국 느낌의 국물에 전복과 보말이 가득해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꼭 먹어볼 만하다. 보통 아이들도 미역국은 다 잘 먹는 편이라, 모두가 무난히 만족한 아침 식사를 하였다.

→ 보말 칼국수: 성공~!




● 셋째 날 코스① : 오전 내내 집 콕


햇살 좋은 가을 아침. 칼국수로 부른 배를 이끌고 아이들은 나비가 춤을 추고 새가 지저귀듯 자연스럽게 마당에서 뛰어논다. 햇빛에 부서지는 비눗방울들과 까르르 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마당이 반짝인다. 뒷마당에 텐트에 과일을 들고 가 꽁냥꽁냥 나눠 먹기도 하고 무슨 대화를 하길래 저리도 행복에 겨운 표정들을 하는지 아이들에게 최고의 친구는 역시나 또래 아이들인 것 같다. 부모의 사랑으로 대신할 수 없는 순수한 즐거움이 있다. 그렇게 특별히 한 것 없이 보낸 오전 시간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집은 어떤 여행지보다 더 멋지다'는 걸 발견한다.

집이 어떤 여행지보다 더 멋지다는 걸 발견.

→ 집콕: 성공~!




● 셋째 날_중식, 코스②: 흑돼지 & 표선 바다


점심은 전날 못 간 흑돼지 집에 가서 모두 맛있게 먹었다. 무료로 제공해 주는 양은냄비 라면이 또 다른 별미이다. 그리고 바로 앞 표선 바다로 나가 늦가을의 성숙한 바다를 만끽한다. 오늘도 다행히 만조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표선 바다는 따듯한 햇살을 수면에 비치며 여행객들을 어머니처럼 안아준다. 아빠가 된 아들과 그의 아버지는 물이 주는 따스함을 빌어 오랜만에 나란히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물과 친구인 아이들은 들어가고 싶은 본능을 달래며 최대한 물가 가까이 다가가 운동화 끝에나마 물을 적셔본다. 아직 또래와의 관계보다 상어가 좋은 찬이만 혼자만의 세상에서 상어 인형과 데이트하느라 바쁘다.;;

혼자 상어와 데이트 중인 딴 세상 찬이.

→흑돼지 & 표선 바다: 성공♡




● 셋째 날 코스③: 정원 카페


이제 비행기 시간을 4시간 정도 남겨두고 마지막 코스를 정해야 한다. 나는 산굼부리를 가야 한다고 하고 남편은 그건 니 취향이라고 하고 의견이 분분하다가 시댁 식구들이 그냥 공항 쪽에 일찍 가 있겠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공항 쪽으로 데려다주러 다 같이 가는 도중에 갑자기 아가씨가 지나가던 중 본 핑크뮬리 군락지에 차를 멈추어 달라고 한다. 그렇게 급으로 가게 된 곳은 내가 매우 싫어하는 상업상업한 인위적인 관광지인 초대형 정원 카페였다. 넓은 주차장은 이미 만차고 바깥 대로까지 차들이 즐비하였다. 입장료 격인 커피는 역시나 비싸고 맛이 없다. 그렇게 불만 가득한 채 앉아있는 나를 제외하곤 카페에 있는 수많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인위적으로 심어둔 넓은 핑크뮬리 밭도 어설프고 우스꽝스러운 조형물들도 모두가 행복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서 또 한 번 깨달음을 얻는다. '나에게 정답을 강요할 수 없듯이, 나도 남에게 정답을 줄 수 없구나.' 그러면서 새삼 이번 여행 모든 코스를 되돌아보게 된다. 모두를 위한다는 나의 선의가 혹여 오히려 불편하진 않았을지.. 문득 마지막 여행지에서 많은 생각을 남기며 복잡해진 나를 제외하곤 모두가 행복했던 정원 카페.

→정원 카페: (나 빼곤) 성공!




<결과 분석>

'Fail : Success = 3:9'으로 결과는 성공~~~!!!

하지만 음식만 보았을 땐 '3:3'으로 좀 더 분발이 필요하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주에 예정된 친정 식구 모시기는 좀 더 잘해보아야겠다~

아이고.. 재밌는데 왜 힘들지 - -;;;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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