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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영 Jul 17. 2024

작은 나의 스승

아이에게 배운 용기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게 많았었지만

1남 3녀의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표현하지 못했고 원하는 게 있어도 요구하지 않았었다.


20대 30대에는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갔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어떤 걸 배우거나

낯선 장소에 가서도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영어냐 문학이냐 귀로에서 영어를 선택했다.

영어전공을 선택한 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30대에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고

내 삶은 안정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지킬 게 있다면 무서운 게 많다고 했던가!

내가 마흔 살에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면서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50살이 다 된 나이인데도 하고 싶은 게 참 많다.

용기는 사라져서 시작하기가 참 힘들지만

단 한 가지 내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은 일이 있다.


어린 시절, 아마 4살쯤이었을까.

70년 80년대에는

매일 씻지 못하는 시대여서 일주일에 한 번 목욕탕을 다니던 시절이다.

엄마는 때를 불리라고 온탕에 나를 혼자 두고선

엄마 먼저 때를 미셨다.

엄마는 때를 면서 나를 힐끗힐끗 뒤돌아 보셨다.

한순간 나는 물에서 허우적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어푸어푸 살려주세요." 나에게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근처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나를 빨래 건지듯이 건져 올리셨다.

엄마는 놀라서 달려왔고

나도 놀라서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그 이후 나는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서 물을 멀리했고,

자고 일어나면 내가 물속에 갇히는 상상을 자주 하게 됐다.

홍수가 나고 해일이 나는 뉴스를 볼 때마다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물을 피하기만 했지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싶었다.

죽기 전에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고자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최소한 수영을 못해서 죽고 싶지는 않았다.


용기가 나질 않아 몇 년을 미루고 미루었다.


50년을 사는 동안 두려움에서 살아서 인지

내 딸은 수영을 잘하게 하고 싶어서

작년 10월에 수영을 시켰다.

딸이 수영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할 수 있겠지?

어디 한번 해보자!' 결심하게 돼서

딸과 같은 수영장에 6월 중순에 등록을 해버렸다.

7월에 첫 수업인데 가기 전날까지도 취소할까 망설이고 망설였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10살인 딸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서

모든 게 처음 하는 경험이었을 텐데

새로운 모든 것을 이렇게 잘 해내며 자랐다는 생각에

아이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생각하며 나 자신을 독려했다.


그날밤 잠자리에 누워 딸에게 물어봤다.


"엄마 내일 수영 가는데 너무 걱정돼.

우리 딸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어?

가령 학교에 입학했을 때나 피아노, 태권도, 수영 새로운 걸 배울 때 걱정 없었어?"


딸은 대답한다.


"엄마 처음에는 나도 떨리고 걱정되지. 하지만 시작하고 나면 걱정이 사라지고 재미있기만 해.

그러니까 엄마도 용기를 가지고 해 봐. 재미있을 거야."


10살인 딸은 인생 살아봐야 알 만한 것을

벌써 터득해서 자기만에 사회생활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기특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그동안 잊고 있던 걸 깨우쳐 준

너는 나의 작은 스승이다.



에필로그 1.


수영 수업을 3번 하고 연습을 하고 싶어서 자유수영을 딸과 함께 갔다.

수영선배인 아이에게 기초 자세가 맞는지 봐달라고 했다.

"다빈아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아니~ 엄마,  발차기는 다리를 쭉 펴고

허벅지를 움직이며 발은 살랑살랑 힘 빼고 움직여야지.

잘 안 움직이면 머리를 물속에 넣어봐."


딸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선생님이었다.

어린 선생님 살살 가르쳐 주세요.


에필로그 2.

한편으로 문학을 전공했다면

어떤 인생으로 살고 있을까?

작가가 되었을까?

궁금증이 생겨 또 한 번 노력해 보기로 한다.

사진 https://www.pexels.com/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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