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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What’s up!
게스트 하우스에 왔을 때, 처음 보는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먼저 인사를 건넸던 친구들은 우연히도 모두 미국 친구들이었다. 3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부터 큰 소리로 Hey! What’s up! 을 외치며 먼저 다가와 처음 보는 나를 아는 사람처럼 대하는 친화력에 놀라웠고, 내성적인 인간에게 먼저 말 걸어줘서 고맙기도 했다.
심지어 두 번째 마주쳤을 때는 벌써 내 이름을 가지고 별명을 만들어 부르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미국 사람들은 영화에서 본 것처럼 대부분이 외향적이고 친근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내 옆방에는 뉴요커가 살았는데, 나에게 뉴요커란, 왠지 사교적이고 적극적이고 시니컬한, 기기 센 사람들의 이미지가 있었다.
게스트 하우스의 모든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얼굴이 익숙해져 갈 때까지도 유독 옆방 뉴요커는 매일 마주침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하지 않았다. 집 근처 마트에서 마주칠 때도 혹시나 나를 알아볼까 기다려봐도 여전히 모른 척했다.
혹시 내가 옆방 사람에게 나도 모르는 실수를 했었나? 아니면 저 뉴요커는 아시아인 혐오자인가 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하이!라고 인사하니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곤니치와!라고 인사했다.
옆방 뉴요커 지안은 내가 일본어만 할 줄 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심지어 그는 일본어가 아주 유창했다. 너무나 반가웠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본어 회화가 가능한 사람이라는 뜻은 바로 나와 자주 대화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렇다 보니 일본어 대화가 가능한 친구들하고 더 깊이 친해졌다.
그는 내성적이며 지적이고 예민한 사람이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처음 보는 캐릭터였다. 그는 내가 먼저 말 걸어주기만을 기다린 눈치다. 바로 옆방에 살면서 서로가 말 걸어주기를 바라며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그는 일본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그가 구사하는 고급 한자는 내가 잘 모르는 한자가 많아서 사전을 찾아보기도 했다. 내가 1급 일본어 능력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하고 있을 때도 이미 일본어 1급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던 지안은 1급 자격증을 가진 자의 여유로움을 자랑하며 나를 응원하고 갔다.
그는 뉴요커답게 시니컬한 농담을 좋아했다.
그런데, 그의 시니컬한 농담을 오해한 어떤 친구가 심각한 얼굴로 나에게 전달했다. 그 말은 들은 나는 지안이 사이코 패스라고 생각했다. 결국 또 다른 친구의 자세한 설명으로 오해를 풀었지만 수준 높은 시니컬한 농담을 사람들이 이해 못 해서 생긴 오해에 절교당할뻔한 그는 한숨을 쉬며 푸념했다.
그리고 또 다른 옆방의 일본인 마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복도에 나와서 플리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건들을 정리할 때마다 인사를 하기도 했는데 같은 내성적인 성향의 사람이라서 긴 대화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물론 거의 내 쪽에서 먼저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마키와는 일본 축제를 같이 다니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테라스 쪽 끝방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성적인 사람들을 모아 놓은 구역인 것 같았다.
내성적인 사람들과 친해지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