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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페 Jan 24. 2022

재즈는 우울한 맛이 있어야 한다고

1. Brad Mehldau - Waltz for J. B.

오늘은 이 음악 어때요?


이전에 한번 글을 쓴 적이 있듯이, 오늘도 주말의 마지막 의식처럼 맥주 한 캔과, 재즈를 골라 보았어요.

저는 어렸을 때 부터, 음악 듣는걸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 때 들었던 음악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음악들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마음이 복잡하고, 고민이 많을 때 희망찬 음악을 들으면서 기분을 전환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저는 오히려 더 우울한 노래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희망찬 노래를 들으면 되려 기분이 나빠진달까요?

'나는 이렇게 우울하고 힘든데, 신났네 신났어!' 같은 생각을 하면서, 우울의 바닥을 찍고 나와야 후련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저를 어떻게 평가할 지 모르겠지만, 저는 꽤나 우울한 사람이고, 그런 우울함을 즐기는 편인 것 같아요. 물론 스스로도 '가짜 우울함' 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무튼 그런 우울함 속에서 오는 진지함과 무게감을 좋아한달까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를 수록 재즈라는 음악, 특히 피아노 재즈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재즈가 기본적으로 우울한 음악은 아니지만, 피아노 솔로 재즈곡을 듣다 보면 특유의 쓸쓸함이 느껴지곤 하거든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일 수 있지만, 영화 위플래시에 잠시 나왔던 곡인 'fletcher's song in club' 와 같이, 세션의 서포트가 절제된-피아노 재즈 곡을 들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쓸쓸한 감성 말이에요.


오늘 맥주 한 캔과 무한 반복 하고 있는 재즈곡은, 이러한 재즈 피아노 곡 만의 감성을 물씬, 흠뻑 느낄 수 있는 Brad Mehldau - Waltz for J. B. 라는 곡이에요.
1970년생의 재즈 아티스트,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거장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이 시대의 재즈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는 뮤지션이에요.


2019년 제 13회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도 내한해서 실제로 보고, 음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의 분위기를 아직도 잊지 못해요. 브레다 멜다우 트리오 연주의 시작과 함께 이어지던 침묵,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봤기에 얼굴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그 넓은 공간을 보이스 없이 악기 연주만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경이로웠어요.


Waltz for J. B. 는 그의 대표곡은 아니지만, 브레다 멜다우의 수 많은 곡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비록 너무나도 유명한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 라는 재즈곡 때문에, 유튜브에 검색도 잘 되지 않지만, 저처럼 피아노 재즈곡을, 그리고 특유의 우울한 감성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곡이에요.


늦은 밤, 창문을 열지 않아도 추운 날씨임이 느껴지는 이런 날,

이유는 모르겠는데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면, 우울한 맛 재즈에 담겨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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