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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란도나츠 Aug 14. 2024

주차비 천오백 원 더 낸 사연

억울해서 잠 못 자는





얼마 전, 늦은 시간에 근처 아웃렛을 들렀다. 간단하게 휙 물건을 사고 나오니 주차장에 차를 넣은 지 25분쯤 되었다. 회차 시간이 있나 보고 주차 등록을 하려 했더니 납부할 게 없이 그냥 가란다. 그래서 서둘러 차를 몰아 우당탕탕 출구로 나왔는데, 세상에 앞차가 주차 정산을 안 하고 나왔는지 석 대가 서 있었다. (다행히 무인단말기는 아니었다. 직원이 있었다.) 카드만 주면 될 것을 5분 넘게 꾸물대었다. 그 사이 내 뒤로 차가 무려 5대나 더 길게 늘어섰다. 멈춰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뒤 차도 참지 못했는지 조금씩 내 쪽으로 붙었다. 그 가파른 경사에 혹시나 차가 밀릴까 진땀을 흘렸다.


한참 아웅다웅하던 앞차가 결국 돈을 내고 차를 빼줬는데, (앞 차량도 회차 차량이었던가 보다.) 그 차 때문에 줄줄이 사탕처럼 돈을 내고 나가게 되었다. 나는 1분이 딱 넘은 시점으로 천 오백 원을 내야 했다.(10분 주차비가 천 오백 원이라니! 여기가 명동 바닥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아니, 회차 정산이 되었다고 해서 나왔는데 저 앞차 때문에 시간을 넘긴 걸 내가 돈을 내야 하느냐고 따졌다. 사실 천 오백 원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정산을 했는데 또 해야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직원이 한숨을 내쉬며 "저는 일개 직원일 뿐이라서요." 그 한마디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뒤에 늘어선 차량들도 나를 또 다른 빌런쯤으로 생각하겠지 싶어 얼른 카드를 내고 나왔다.


길가에 차를 잘 안 대고 주차비를 물고서라도 공영 주차장이나 사설 주차장을 찾아 주차하는 편이지만, 이런 경우는 좀 억울하다는 말이다. 그게 고작 천 오백 원 짜리였다 해도 말이다.


무려 행동경제학은 이 상황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다. (SWOT 분석의 뜻만이 가물가물 기억나는 경영학과 졸업생이지만) 백만 원짜리 만족을 주더라도 천 원짜리 손해를 보는 게 심리적 타격감도 크게 느껴진다는 '손실 회피'다.


나는 이미 소비를 마쳐 낸 돈만큼의 만족은 받아낸 상황이다. 하지만, 집에 가기 위해 출구 앞에서 굳이 더 기다려야 한 데다, 천 오백 원어치의 추가 지출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쇼핑의 마무리에 남은 것은 억울하게 낼 천오백 원뿐이다.


업주는 천 오백 원을 벌었으니 다행 아니겠느냐고? 그날 내가 뭘 샀는지는 기억도 안 나고 주차비 낸 생각만 주야장천 난다. 그리고 나는 다시는 그 매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누가 그랬더라, 재벌도 주차비는 아깝다고. 서민은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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