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엄마가 요리를 좋아하시는 줄 알았다.마늘과 양파를 까고, 파를 다듬고 하는 그런 행위들 말이다. 그래서 그런 보살핌 하나하나 들을 다 당연하게 여겨 아빠께 혼난 적도 있다. 엄마는 너네 밥 해주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서.
이제 어엿한 성인으로 제 밥벌이도 할 나이가 되었다. 밥 차려 먹을 방법도 알고, 밖에서 곧잘 사 먹기도 하게 되었다. 다만, 남이 차려주는 음식은 맛 평가가 왜 이리 박해지지만. 회사 구내식당은 짬밥이라고 투덜대고,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딱히 먹고 싶은 게 없다며 투덜댄다. 누군가에게 요리라는 노동을 떠맡기면서도 말이다.
집밥을 좋아하지만, 아직 유튜브나 블로그 없이 할 줄 아는 음식은 손에 꼽는다. 우리 엄마는 요리책 없이도 척척 밥반찬을 매일 만들어내고 국도 끓여내셨는데 말이다. 뭘 하겠다 치면 검색이 일상이다.
요리는 이런 고민과 노동과 돈이 함께 버무려진 삶의 총체가 묻어있는 예술인 것이다. 직접 해보면 보통 노동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만 얼마 정도에 바깥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연어 샌드위치는 내가 만들 때에도 두세 배 값을 치러 재료를 두세 배씩 살 수 있다. 곧잘 썩어 버리기 일쑤다. 만드는 게 어렵지 않지만도 않지만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너저분하게 가득 쌓이는 쓰레기와 싱크대도 골치다.
한식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김치찌개는 김치를 슥슥 볶아 육수에 보글보글 끓이면 되지만, 그냥 먹어도 맛있는 묵은지를 찌개에 쓴다는 생각에 아까워 잘 못해 먹는다. 생선 구이는 집 안에 온통 냄새와 연기가 배는 데다 들러붙기 일쑤다.그것뿐인가 미리 냉장고에 재료를 보관해둬야 하니(냉장고를 산 값은 머리 아프니 여기선 계산하지 말도록 하자) 전기료가 들고, 가스비(우리 집은 하이라이트라 전기료가 든다)도 걱정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어머니가 집에 놀러 오신단다. 문득 엄마께 언젠가 부자가 되면 뭘 하고 싶느냐고 물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삼시세끼 외식을 하고 싶으시다던가. 그 생각이 나서 얼른 외식을 하자고 했다. 굳이 돈을 쓰냐며 집에서 해 먹자고 말이 바뀐다. 불 앞에서 솥밥을 보글보글 끓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