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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것

by 동그란도나츠


몽상가적(MBTI도 마침 N이다.) 극사실주의 꿈은 대체로 꾸지 않는 편이건만 아기를 재운 뒤 꾼 끔이 꽤나 사실적이면서 여운을 남겨 글을 몇 자 적는다.



어떤 꿈이었는지 먼저 풀자면, 나이가 들어 노환으로 내가 병원에 입원을 하였고 그 모습을 3자의 입장에서 보며 감정이입을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무언가 대사가 있거나 오래 지속된 것은 아니었는데도 꿈에서 깨자 최근 남편과 내 쪽 친척 중 두 분이 길지 않은 시간차를 두고 돌아가셨던 일이 연달아 생각이 나며 꿈의 끄트머리를 잡고 이어졌다.






다들 장수하는 세상이 되었다 보니 참 오래 아프신 분도 계시고, 몇 주 갑자기 아프다가 돌아가시는 분도 있고 죽음의 다양한 방법을 볼 수 있었다. 워낙 직업이 험하다 보니 침상이 아닌 곳에서 돌아가시는 경우를 접하는 경우도 잦다. 이런 죽음이든 저런 죽음이든 죽음의 순간을 혼자만이 견뎌내야 한다는 것은 같은 것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죽음으로 인한 이별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가까운 이와 영영 이별하여야 한다는 것,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개념 그 자체를 특히 겁내한다고 보면 맞겠다. 비단 사람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키우는 고양이, 강아지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내가 애정을 가진 대상과의 상호작용이 어느 순간 끊어져 버린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뿐더러 더 나아가 마음이 찢어지고 비참한 감정까지도 미리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남편은 가까운 지인 중 누가 세상을 떠난 일이 있는 줄로 짐작했었다고 한다.(실제로 이런 감정을 느낄만한 일은 없었다.)




지인들 중 내가 가장 오래 살게 되면 어느 순간이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세상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는 때가 올 것인데 그때 느낄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도 하나가 있다. 그야말로 고독사가 아닐까. 그런 세상은 얼마나 공허할 것인가. 잊힌 삶은 얼마나 나에게 매정하게 느껴질까. (이것은 우울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므로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생각이다.)




종합하자면 실체 없는 외로움에 대한 기대와 죽음에 대한 생물학적 공포가 결합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감정들이 종교에 기대어보면 나아질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도 생각을 자제하다 보면 나아질 것인가, 실제로 그 죽음이란 것을 맞닥뜨렸을 때 '아, 너 사실은 별 거 아니었구나.'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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