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주역의 눈으로 본 우주의 중심점
2장. 주역의 눈으로 본 우주의 중심점
이제 동양 철학의 정수인 주역(周易)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주역은 단순히 점을 치는 책이 아니라, 우주의 변화 원리와 인간 삶의 길흉화복을 담아낸 심오한 지혜의 보고입니다. 주역이 말하는 중용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괘(卦)의 구조와 효(爻)의 위치를 통해 시각적으로 드러납니다. 주역은 64개의 괘로 이루어지고, 각각의 괘는 여섯 개의 효(爻)로 구성됩니다. 이 효들은 아래로부터 1효, 2효, 3효, 4효, 5효, 6효로 올라갑니다. 이 여섯 효는 하나의 괘 안에서 각기 다른 의미와 역할을 가집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2효와 5효의 위치입니다. 주역에서 괘는 크게 내괘(內卦)와 외괘(外卦)로 나뉩니다. 아래 3개 효(1, 2, 3효)가 내괘를 이루고, 위 3개 효(4, 5, 6효)가 외괘를 이룹니다. 이 내괘와 외괘의 가운데 자리가 바로 2효와 5효입니다.
- 2효: 내괘의 중심이자, 아래로부터 두 번째에 위치합니다. 이 자리는 일반적으로 신하, 백성, 실무자와 같은 역할을 상징합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히 맡은 바를 다하며, 겸손하게 위를 보좌하는 위치입니다. 2효가 안정적이고 바르게 제 역할을 할 때 내괘의 흐름이 원활해집니다.
- 5효: 외괘의 중심이자, 위로부터 두 번째, 전체 괘에서는 다섯 번째에 위치합니다. 이 자리는 주로 군주, 리더, 최고 책임자의 위치를 상징합니다. 모든 괘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로 여겨지며, 이상적인 리더십과 덕목이 요구됩니다. 5효가 바르면 전체 괘가 길(吉)한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 두 효가 중요할까요? 바로 '가운데'라는 위치적인 '중(中)'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주역에서는 이 '중'의 위치에 더해 '바름'을 의미하는 '정(正)'의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중정(中正)이란, '중'의 위치에 있으면서 동시에 그 위치에 맞는 '바른' 성질을 가질 때를 말합니다. 주역에서 양효(ㅡ)는 강하고 바르며, 음효(--)는 부드럽고 유연하다고 봅니다.
- 짝수 효(2·4·6)는 음위(陰位)로, 음효가 오면 중정이 되어 바르고 유연한 성품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2효에 음효가 있으면 온화하고 바른 실무자 역할을 잘 수행합니다.
- 홀수 효(1·3·5)는 양위(陽位)로, 양효가 오면 중정이 되어 강하고 바른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5효에 양효가 있으면 강직하고 중심 잡힌 지도자상이라고 합니다.
- 만약 자리에 맞지 않는 효가 오면 중정이 아니며, 성질의 불균형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하늘을 상징하는 건괘(乾卦)의 다섯 번째 효인 구오(九五)는 양위(陽位)인 5효에 양효가 온 경우입니다. 이는 “비룡재천(飛龍在天)”, 즉 ‘하늘을 나는 용’과 같이 리더가 가장 이상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펼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바로 중정(中正)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반대로, 땅을 상징하는 곤괘(坤卦)의 두 번째 효인 육이(六二)는 음위(陰位)인 2효에 음효가 와서 중정을 이룹니다. 그 원문은 直方大,不習无不利로, “곧고 바르며 크게 하라. 배우지 않아도 이롭지 않음이 없다.”라는 뜻입니다. 이를 풀어 설명하면, 정직하고 정대한 태도 자체가 덕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진솔함과 공정함이 최고의 덕목이며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신뢰를 얻게 된다는 리더십의 원칙을 말합니다.
이처럼 주역은 괘의 각 효가 가지는 위치와 성질의 조합을 통해 '중'이 단순한 중간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최적의 상태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2효와 5효의 중정함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조직과 사회 전체의 안정과 번영에 필수적인 균형의 원리를 담고 있는 것이죠. 주역을 통해 우리는 우주와 삶의 모든 국면에서 '중심'을 잡는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