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치지 않는 삶의 지혜

4장. 진실함의 지혜: 중부괘(中孚卦)

by 최동철

4장. 진실함의 지혜: 중부괘(中孚卦)


중부괘(中孚卦)는 주역의 61번째 괘로, ‘마음속의 참된 믿음’을 뜻합니다. 괘상은 위에 바람(巽), 아래에 연못(兌)이 있어, 바람이 연못 위를 스치며 잔물결을 일으키는 형상입니다. 바람은 스며들듯 은근히 퍼지고, 연못은 기쁨과 수용성을 상징하므로, 부드럽지만 깊게 스며드는 진실한 마음을 나타냅니다. ‘孚’는 본래 어미새가 알을 품는 형상을 본뜬 글자입니다. 알을 품을 때의 마음은 계산이나 가식이 없습니다. 오직 정성과 믿음만이 가득합니다. 주역에서 말하는 ‘중부’란 마음 한가운데에 변치 않는 성실함이 자리 잡은 상태를 뜻합니다. 텅 빈 듯 비워져 있으면서도, 그 빈 자리를 온전히 진실로 채운 상태이기도 합니다. 어미 새의 마음으로 텅 빈 마음에 오히려 모든 것이 담길 수 있듯이, 마음을 비워야 진정한 믿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삶의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정보의 과잉 시대입니다. 수많은 메시지가 쏟아지고, 사람들은 화려한 말과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진정한 소통은 줄어들고,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관계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런 피상적인 관계는 결코 오래가지 못합니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마는 것이죠.

중부괘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소통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제시합니다. 괘사(卦辭)는 "중부 돈어 길 이섭대천리정(中孚 豚魚 吉 利涉大川 利貞)" 풀어서 설명하면, "돼지와 물고기에게도 믿음이 통하니 길하다. 큰 강을 건너는 것도 이롭다. 바름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돼지와 물고기’는 세상에서 가장 교화하기 어려운 존재를 비유한 말입니다. 하물며 그런 존재에게도 진실함이 통한다면, 사람에게 통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진정한 소통은 논리나 화려한 말재주가 아니라, 꾸밈없는 성실함에서 비롯됩니다.에게도 진실함은 통하는데, 어찌 사람에게 통하지 않겠느냐는 의미입니다. 이는 진정한 소통이 화려한 언변이나 논리적인 설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孚)’에서 비롯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중부괘의 지혜는 리더십과 파트너십의 핵심 원리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 리더의 진실함: 리더가 말과 행동으로 진실함을 보일 때, 조직원들은 겉으로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신뢰하고 따르게 됩니다. 텅 빈 마음에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포용할 때, 비로소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됩니다.

- 파트너십의 진실함: 겉으로 드러나는 계약서나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파트너 간의 진정한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만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함께 극복하고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함: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질 때 비로소 내면의 평화와 단단한 중심을 얻게 됩니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내 안의 텅 빈 공간에 진실함을 채워나가는 과정이 바로 중부괘의 가르침입니다.

중부괘는 진정한 소통과 신뢰의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겉을 채우는 데 급급하기보다, 내면의 진실함을 굳건히 다지는 것이야말로 흔들리지 않는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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