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치지 않는 삶의 지혜

5장. 겸손의 지혜: 겸괘(謙卦)

by 최동철

5장. 겸손의 지혜: 겸괘(謙卦)


겸괘(謙卦)는 주역 64괘 중 15번째 괘로, '겸손(謙)'을 의미합니다. 위에는 땅(坤)이 있고 아래에는 산(艮)이 있는 형상입니다. 일반적으로 산은 높고 땅은 낮지만, 겸괘에서는 오히려 높은 산이 땅 아래로 들어가 자신을 낮추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모든 것을 얻게 되는 역설의 미학을 상징합니다. 현대 사회는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SNS에는 성공과 행복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압박이 존재하며, 사람들은 자신을 포장하기에 바쁩니다. 이런 사회에서 겸손은 종종 나약함이나 자신감 부족으로 오해받곤 합니다. 또한, 자신의 능력을 낮춰 평가하는 '임포스터 신드롬(Impostor Syndrome)'을 겪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여 진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죠.

겸괘는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괘사(卦辭)는 "겸(謙), 형통하니 군자는 마칠 바가 있다(君子有終)"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겸괘는 64괘 중 모든 효가 길(吉)한 유일한 괘입니다. 겸손의 가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왜 겸괘만이 모든 효가 길할까요?

포용과 조화의 힘: 자신을 낮추면 타인의 의견을 더 잘 수용하게 됩니다. 이는 조직 내에서 상하 관계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신뢰를 얻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핵심 원리가 됩니다. 리더가 먼저 자신을 낮출 때 구성원들은 더 큰 자율성과 책임감을 느끼고 협력하게 됩니다.

- 성장의 기반: 겸손은 배우려는 자세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는 태도는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발전의 기회가 열리는 것이죠.

- 안정적인 관계: 자신을 낮추는 겸손은 오만과 시기를 불러일으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여 더 깊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돕습니다.


겸괘가 말하는 겸손은 단순히 '자신을 낮추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감과 자만을 혼동하지 않고, 내면의 단단함을 바탕으로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입니다. 진정한 자신감은 과시하지 않아도 드러나며, 자신을 낮출 때 오히려 더 많은 사람과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을 겸괘는 가르쳐줍니다. 삶의 모든 국면에서 겸손의 지혜를 발휘할 때, 우리는 흔들리더라도 비로소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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