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치지 않는 삶의 지혜

7장. 유연함의 미학: 소과괘(小過卦)

by 최동철

7장. 유연함의 미학: 소과괘(小過卦)


소과괘(小過卦)는 주역 64괘 중 62번째 괘로, '조금 지나침(小過)'을 의미합니다. 위와 아래에 천둥(震)과 간(艮)이 있고, 그 가운데에 양효가 두 개 놓여 있습니다. 음효는 바깥으로 밀려나고 양효가 안쪽에 있어, 작은 음이 지나치게 많게된 형상입니다. 이 괘는 중용이 기계적인 산술 평균이 아님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때로는 조금 지나치는 것이 오히려 옳을 수 있다는 역설적인 지혜를 담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흔히 중용을 모든 것의 정확한 중간점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0의 중간을 원하면 50만 하는 식의 산술적인 균형이죠. 하지만 삶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조금 더 희생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밤을 새워 노력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자신의 것을 조금 더 내어주는 ‘지나침’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소과괘는 이러한 지나침이 무조건 잘못된 것이 아님을 가르쳐줍니다. 중요한 것은 그 ‘지나침의 방향’입니다. 괘사(卦辭)는 "소과(小過), 형통하다. 이롭게 올바르다. 작은 일은 할 수 있고, 큰일은 할 수 없다(可小事 不可大事). 나는 새가 남긴 소리가 있으니, 위로 나아가는 것은 이롭지 않고 아래로 나아가는 것은 크게 길하다(飛鳥遺之音不宜上宜下大吉)"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살펴 두 가지 중요한 것을 알게 됩니다.

- 지나침의 허용 범위: 소과괘는 '작은 일'에서는 지나침이 용납될 수 있지만, '큰일'에서는 지나치면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여기서 '작은 일'은 우리의 선의나 덕(德)과 관련된 행위를 의미하며, '큰일'은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의미합니다. 남을 돕기 위해 약간의 지나침은 괜찮지만, 큰 원칙을 깨뜨리면서까지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 겸손과 하향의 미덕: '위로 나아가는 것은 이롭지 않고 아래로 나아가는 것은 크게 길하다'는 구절은, 지나침이 오만이나 욕심으로 표출되는 것을 경계하고,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임할 때 더 큰 길함이 찾아옴을 강조합니다.


소과괘는 중용이 기계적인 중간이 아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덕(德)을 향한 지나침'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남을 위해 조금 더 베풀고, 목표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하는 것. 이러한 '작은 지나침'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해주는 진정한 유연함의 미덕입니다. 중용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예술과도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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