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실무자의 중용: 열정과 겸손 사이 (2효의 지혜)
9장. 실무자의 중용: 열정과 겸손 사이 (2효의 지혜)
리더십만큼 중요한 것이 실무자의 역할입니다. 조직의 허리인 실무자가 흔들리면 조직 전체가 위태로워집니다. 주역의 '2효'는 주로 신하나 실무자의 자리를 상징하며, 이 자리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 가르쳐줍니다.
- 진괘(震卦)의 육이효(六二): 우레를 상징하는 진괘의 2효는 '두려워하면 크게 길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실무자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고, 겸손하게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행동할 때 인정받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지나친 열정으로 혼자 앞서나가기보다, 겸손과 신중함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용입니다. 진괘(震卦) 육이효(六二)의 뜻을 풀어보면 '진래려 억상패 제우구릉 물축 칠일득(震來厲, 億喪貝, 躋于九陵, 勿逐, 七日得): 우레가 오니 위태롭다. 재물을 잃을까 두려워, 아홉 언덕 위로 올라가지만, 뒤쫓지 마라. 칠 일이면 되찾을 것이다."입니다. 육이(六二)는 음효(陰爻)로서 부드럽고 유약한 존재입니다. 아래로부터 갑작스럽게 닥쳐온 우레(震)라는 위험에 놀라 불안해하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억상패(億喪貝)'는 '재물을 잃을까 두려워하다'는 뜻으로, 공포와 놀람으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동요를 나타냅니다. '제우구릉(躋于九陵)'은 '아홉 언덕 위로 올라가다'는 의미로, 위험을 피해 높은 곳으로 도망가는 행위를 묘사합니다. 여기서 '아홉(九)'은 양(陽)의 극수를 상징하며, 안전하지만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한 자리를 의미합니다. '물축(勿逐)'은 '뒤쫓지 마라'는 뜻으로, 잃어버린 것을 억지로 되찾으려 애쓰거나, 위험에 맞서려 하지 말고 상황을 관망하며 기다려야 함을 조언합니다. '칠일득(七日得)'은 '칠 일이면 되찾는다'는 뜻으로, 괘의 변화 주기를 상징하는 숫자 '칠(七)'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평온과 안정을 되찾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서 살펴보면, 진괘 육이효는 갑작스러운 위기나 충격에 직면했을 때, 당황하여 섣불리 행동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강조합니다. 과도한 불안과 공포를 경계하여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오는 본능적인 불안감에 휩싸여 중요한 것을 잃을까 두려워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두려움은 실체보다 과장된 것일 수 있습니다. 섣부른 대응보다는 기다림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성급하게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잃어버린 것을 억지로 되찾으려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잠시 멈추어 서서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자연스러운 회복의 시간이 돌아옵니다. 모든 위기에는 그 끝이 있습니다. '칠 일'이라는 상징적인 시간처럼, 스스로 힘을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진괘 육이효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서두르지 않고 관망하며 내면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용의 태도임을 가르칩니다. 이는 섣부른 행동과 무기력한 포기라는 양극단을 벗어나,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며 때를 기다리는 실천적 지혜입니다.
- 태괘(兌卦)의 구이효(九二): 연못을 상징하는 태괘의 2효는 '진실함으로 길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상사에게 아첨하거나 동료를 시기하는 대신,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의 업무에 몰두하고 신뢰를 쌓을 때 실무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화려한 말보다 진정성 있는 행동이 더 큰 힘이 있습니다. 태괘(兌卦) 구이효(九二)를 풀어보면 "부태, 길, 회망(孚兌, 吉, 悔亡): 믿음으로 기뻐하면 길하고, 후회가 없을 것이다."의 의미입니다. 구이(九二)는 양효(陽爻)로서 강건하고 확고한 존재입니다. 태괘는 기쁨(兌)을 상징하지만, 구이효는 이 기쁨의 본질을 '믿음(孚)'에서 찾고 있습니다. '부태(孚兌)'는 '진실함과 믿음(孚)'에서 비롯된 '기쁨(兌)'을 의미합니다. 겉으로만 웃는 가식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만족감을 뜻합니다. '길(吉), 회망(悔亡)'은 이러한 진정한 기쁨이 결국 좋은 결과(吉)를 낳고, 후회할 일이 사라질 것(悔亡)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현대적 의미로 풀어보면 태괘 구이효는 삶의 기쁨을 쫓을 때, 그 근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지혜를 제공합니다. 가식적인 기쁨을 경계하라고 합니다. 사회적 관계나 피상적인 만족을 위해 억지로 웃고 기뻐하는 것은 순간적인 위안만 줄 뿐, 결국 공허함과 후회를 남길 수 있습니다. 이 효는 그러한 가짜 기쁨이 아닌, 진실한 마음과 믿음에서 나오는 기쁨을 추구하라고 조언합니다. 내면의 만족이 진정한 행복임을 말합니다. 즉, 진정한 기쁨은 외부의 조건(재물, 명예 등)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확고한 믿음, 또는 소중한 사람과의 깊은 신뢰에서 오는 내면의 충만함이야말로 진정으로 길(吉)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믿음과 기쁨의 선순환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이 효는 믿음이 있으면 기쁨이 따르고, 그 기쁨이 다시 믿음을 굳건하게 한다는 선순환의 원리를 보여줍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잡고 자신과 타인을 신뢰할 때, 삶은 자연스럽게 기쁨과 만족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따라서 태괘 구이효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진실한 기쁨'이 중용의 삶으로 이어지는 핵심적인 태도임을 가르칩니다. 이는 쾌락과 고행이라는 양극단을 벗어나, 내면의 충실함에서 행복을 찾는 지혜입니다.
- 수괘(隨卦)의 육이효(六二): 따름을 상징하는 수괘는 조직의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보다, 때로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맹목적인 순종과 불필요한 반항 사이에서, 원칙을 지키며 유연하게 행동하는 것이 바로 실무자의 중용입니다. 수괘(隨卦) 육이효(六二)는 "계소자, 실장부(係小子, 失丈夫): 어리석은 자에게 매여 있어, 훌륭한 대장부(구오효)를 놓친다." 입니다. 수괘(隨卦)는 '따름' 또는 '추종'을 뜻합니다. 다른 사람을 따르는 행위의 지혜와 원칙을 다루는 괘입니다. 육이(六二)는 음효(陰爻)로 온순한 자질을 가졌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태를 상징합니다. 또한 음효(陰爻)인 육삼(六三)과 서로 가까이 있어 그에게 매이는 관계를 형성합니다. '계소자(係小子)'는 '어리석은 사람(小子)에게 매여있다(係)'는 뜻입니다. 여기서 '어리석은 사람'은 미숙한 존재를 상징하며, 가까이에 있는 육삼효를 가리킵니다. '실장부(失丈夫)'는 '대장부(丈夫)를 놓치다(失)'는 뜻입니다. 여기서 '대장부'는 수괘의 주체이자 올바른 리더인 상괘(上卦)의 구오효를 상징합니다. 육이효는 구오효와 '정응(正應)'의 관계(음양의 짝)에 있지만, 가까이에 있는 육삼효에 현혹되어 진정으로 따라야 할 리더를 외면하는 상황입니다. 수괘 육이효는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따라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던집니다. 눈앞의 이익이나 감정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어리석은 사람(小子)'으로 상징되는 존재는 단기적인 쾌락, 손쉬운 이익, 혹은 감정적인 충동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당장 만족감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해가 되는 대상을 좇는 태도를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진정한 가치와 원칙을 따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대장부(丈夫)'로 상징되는 존재는 원칙, 비전, 올바른 스승이나 멘토를 의미합니다. 구이효는 훌륭한 길을 제시하는 리더를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숙한 것에 현혹되어 스스로의 가치를 잃고 있음을 경고합니다. 선택의 순간에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효는 우리가 매 순간 어떤 대상을 따를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따름'이라는 행위 자체는 수동적이지만, 무엇을 따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능동적인 행위입니다. 올바른 선택을 통해 스스로의 중심을 잡아야 진정한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괘 육이효는 '무엇을 따를 것인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중용의 핵심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맹목적인 추종과 고집스러운 독선이라는 양극단을 벗어나, 스스로의 중심을 잡고 올바른 가치를 따르는 지혜를 가르칩니다.
조직 내에서 인정받으면서도 시기받지 않는 길은 무엇일까요? 주역은 지나친 야망이나 불필요한 자기 과시를 경계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열정과 겸손 사이, 행동과 성찰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낼 때, 우리는 흔들림 없는 실무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