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가 좋다고 해서 과연 좋은 콘텐츠일까?
콘텐츠를 업으로 삼는 첫 시작은 ‘청년들을 위한 강연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아는 형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청년단체에서 콘텐츠 기획 및 제작자로 일하게 되었죠.
문학이 우리 삶을 반영한다면, 단체에서 만드는 콘텐츠는 개인의 삶을 콘텐츠화하는 일이었어요. 우리의 콘텐츠 키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이야기를 어떻게 가공하고 보여주느냐에 따라 비범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죠.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 본 경험 자체가 부족한 시대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더군다나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타깃이 ‘대학생’인 데다 저 또한 대학생이라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프로젝트를 기획할 당시, 제가 느끼고 찾았던 대학생들의 문제점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취업 문제, 진로 문제, 대인관계, 연애 등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고,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참 많았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런 문제점을 어디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조차 없다는 게 문제였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독특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태여 나의 마음을 알리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서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거나, 이심전심, 염화미소와 같은 용어들만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런 과정에서 남들로부터 고립되어 혼자가 되었다는 고독이나 외로움을 크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19의 영향도 컸죠. 이런 프로젝트의 필요성과 목적은 다음과 같이 정했습니다.
경쟁 사회에서 지친 청년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자.
자신을 진정으로 마주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돕자!
다시 정리해 보자면,
청년들의 이야기가 사회에 환원되고 공유될 수 있도록 하자!
개인의 진정성, 재미와 감동을 다 잡고 싶었습니다. 특별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대학생이 하는 이야기니,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겠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찾다 보니 가장 좋은 건 그 사람에게 직접 듣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의 형태에서는 이 사람의 캐릭터성이나 현장감을 제공하기에 어렵다는 판단을 했죠. 그래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들을 모두 강연자로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강연자를 모집하기 전에, 강연자가 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만들고, 교육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콘텐츠는 유튜브와 카드뉴스로 배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장감을 담기에는 동영상이 최적이었으며, 이를 홍보하는 다른 채널로는 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이제 다 준비가 되었고, 문제는 어디서 강연자를 모집할 것인가? 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생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어서 오프라인 홍보는 큰 힘을 주지 않았습니다. 오프라인의 홍보 방식이 인지도 확산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 명확한 홍보 효과 측정이 어렵다고 판단되었어요. 측정할 수 없는 방식에 괜히 돈을 쓰기보다는, 측정할 수 있는 온라인 광고 방식을 택했습니다. 또한, 인스타그램 채널도 홍보할 수 있으면서, 예산에 따른 광고 효율도 알 수 있으니 최적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시 광고 소재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프로젝트 설명이 직관적으로 와닿는가?
프로젝트 참여 혜택이 매력적인가?
모집 광고를 집행해 보면서, 광고에서 중요한 건 핵심 메시지라는 걸 느꼈습니다. 너무 많은 텍스트가 들어갔을 경우에는 메시지 전달이 정확하게 되지 않았고, 디자인이 화려하다고 해서 높은 클릭률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었죠.
단순하고 직관적인 소재를 만들면서, 여러 가지 소재로 테스트를 해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광고 집행을 해보면서 느꼈습니다.
테스트를 통해 그렇게 당초 모집하고자 했던 인원보다 많은 인원이 지원을 해주셨어요. 딱 맞춰 지원을 하겠다고 예측한 것과 달리, 더 많은 분들이 지원할 것을 예상 못해 당황스러웠습니다. 물론 지원자 모두를 다 강연자로 만들자!라는 생각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아니었던 만큼, 강연자로 성장시켜 드릴 분들의 기준이 내부적으로 정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참가자를 모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꼭 두 가지는 명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참여자가 미달되었을 경우 어떻게 인원을 충원할 것인가? 또는 인원 충원이 되지 않을 시 그대로 진행할 것인가?
참여자가 예상보다 많이 지원되었을 경우 어떤 기준으로 가지고 선발을 할 것인가?
내부 기준만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다면 선발의 과정도 큰 무리가 없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미달되는 상황보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이 있는 게 훨씬 좋습니다.
장장 4개월에 걸친 프로젝트 기간을 마치고 총 11명의 이야기를 강연 콘텐츠로 담았습니다. 좀처럼 꺼내기 어려운 개인사를 꺼낸 경우도 있었고, 자신의 벅찬 도전 경험을 말하는 강연자도 있었습니다. 강연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찾고 알아가는데 큰 도움을 얻었다는 강연자도 있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한 사람으로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개인의 이야기를 콘텐츠화했기에,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이런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이라면 이 강연을 보면 좋겠다’는 식으로 콘텐츠 확산에 힘을 주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들어온 시청자 분들은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었어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콘텐츠는 소비재입니다. SNS나 다른 미디어를 통해 소비하죠. 소비하는 데 있어 만족감이 들어야만 다음 콘텐츠를 소비할 의향이 생깁니다. 콘텐츠를 소비할 사람들과 플랫폼의 특성을 생각하다 보니 재미, 감동, 진정성 이 세 가지 포인트를 잡는 데 주력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이 세 가지 포인트를 다 잡으려고 하다 보니 균형점을 찾지 못해 사람들에게 확산되지 못한 콘텐츠도 더러 있었습니다.
가치에 집중하니까 우린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고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해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더 중요한 건 가치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얼마만큼 보여줄 수 있느냐였죠.
매력도가 떨어진 강연들은 교육의 문제도, 편집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이 이후로 만들어진 청년들의 강연 콘텐츠는 대회와 같은 이벤트성을 제외하고는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콘텐츠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꾸준함을 잃은 것이죠.
보통 관공서나 기관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가 대부분 그렇습니다. 엄청난 가치를 담고 있다고 선전하거나, 아니면 너무 정보만 담고 있는 경우가 있죠. 해당 플랫폼에서 이 콘텐츠를 볼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만든 경우죠. 전자의 경우는 자기 자랑이기에 소비할 매력이 없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재미가 없죠.
콘텐츠가 너무 가벼워서도, 너무 무거워서도 안되지만 확실한 건 내가 좋은 가치를 가지고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도 그 콘텐츠의 가치를 좋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또 관심을 받는 건 별개의 문제죠. 콘텐츠를 만든다면 아래와 같은 고민을 꼭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타깃의 문제 - 어떤 사람이 내 콘텐츠를 봐주면 좋겠는지?
메시지의 문제 - 해당 콘텐츠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지?
공감의 문제 - 해당 콘텐츠를 통해 무엇을 느끼면 좋겠는지?
마지막으로, 자신이 만들어가는 콘텐츠의 무기가 진정성이라면, 진정성을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꾸준함이라는 걸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