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대신 욕망> , 김원영 (2019), 푸른숲.
"저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중증 장애인입니다. 그 때문에 여러분들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순 없지만, 대신 창 밖으로 저의 눈을 돌려 바깥의 풍경과 마주할 수는 있습니다. 봄이면 창밖으로 보이는 봄꽃들, 한겨울 눈이 오는 날이면 하늘을 채우는 하얀 눈송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아름답고 또 즐겁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한 달에 한번 나를 찾아와 주는 봉사자 분들의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그들이 가져다주는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비록 저의 몸은 이 곳에 있지만, 마음만은 마치 바깥세상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느끼게 해 주니까요. 저는 여러분과 다르지만 제 스스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금욕하는 성자나 초연한 철인(哲人)은 완성된 인간이 되는 데 실패한 사람들이다. 그들 가운데 소수는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세상이 그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아마도 지겨워서 죽을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제3장 「나는 그렇게 믿는다」 중에서.
"저는 소규모 장애인 시설에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장애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곳에서 지내는 것은 매우 무료할 뿐만 아니라 또한 욕구불만의 연속입니다.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침대에 누워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이고, 가끔씩 눈을 깜빡이는 것뿐입니다.
이상한 생각 같기도 하지만, 저도 제 또래의 대학생들처럼 학교에 가고 싶고, 직장에서 내가 바라는 일을 하며 온전히 저의 힘으로 돈을 벌어 보고도 싶으며,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름답고 매력 있는 이성과 연애, 아니 섹스도 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