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의 비행, 드골공항에서 숙소까지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Chatelet 역은 평범한 일상의 오후였다. 딸과 나는 투명인간이 되어 바쁜 파리지앵들을 지나쳐 걸었다. 1시간을 기다려 숙소의 열쇠를 얻고 짐을 던져놓고 바토무슈 유람선을 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Pont de l'Alma역에서 나와 거대한 에펠탑을 지나가며 파리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운 좋게 마지막 유람선에 올랐다. 센강의 차가운 바람이 피곤한 정신을 깨운다. 시테섬과 화재로 타버린 슬픈 노트르담 성당을 지나고 퐁네프 다리를 지나 오르세 미술관이 영화처럼 나의 앞에 지나간다. 꿈인가 싶다. 심장이 뛴다.
바토무슈 (Bateaux Mouches)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저녁
(여행의 둘째날)
2019년 6월 4일
파리의 첫 미술관으로 오르세 미술관을 선택했다. 커피로 이른 아침의 정신을 깨우고 오르세 미술관의 개관시간에 맞추어 일찍 미술관으로 들어섰다. G층에서 5층으로 다시 2층으로 내려와 고갱과 고흐의 전시실을 보고 다시 5층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그림 순례가 시작되었다. 오랜 시간 마음에 담고 있던 그림들을 만나는 벅찬 감동이 감사할 따름이다.
로트렉 (침대) 쿠르베 (오르낭의 매장)
오르세 미술관의 감동을 마음에 담고 로댕미술관으로 향했다. 날씨는 덥고 멋지게 니트를 차려입은 딸은 힘들었지만 로댕미술관의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다시 힘을 얻었다. 초록의 나무 사이로 로댕의 조각이 숨어있다. 미술관 내부에도 거장의 작품과 다른 화가의 회화작품 역시 만날 수 있었다.
(로댕미술관 정원)
(Jeune Femme au Chapeau Fleuri)
오래전 책에서 보았던 로댕의 작품을 드디어 찾았다. 소녀의 크고 깊은 눈망울을 들여다본다. 행복하다.
(여행의 짧은 기억, 하나)
베르동 협곡에서 내려와 생트 크루아 호수를 보고 니스로 돌아오는 길, 시골 작은 마을을 지나는데 배가 고팠다. 로터리에서 마을로 들어갔다. 차를 주차하고 작은 마을을 걸었다. 오후 4시쯤, 마을이 한산했다. 몇몇 가게를 지나 빵집에 들어가 바게트 샌드위치와 과일을 사서 밖으로 나왔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데 사람들이 가게 유리창 너머로 딸과 나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 보였다. 낯선 이방인이 궁금한 듯,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따라왔다,
프랑스 남부의 과일은 달다. 뜨거운 햇빛과 바람 때문일까.
차 안에서 과일과 샌드위치를 먹었다.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그 작은 마을의 빵집은 술과 음료수, 햄, 잡동사니를 파는 그저 작은 가게였지만 여행에서 돌아와 프랑스를 떠올리면 그날의 투박한 빵과 달콤한 복숭아가 떠오른다. 'Angelina'의 몽블랑도, 'Pierre Herme'의 오색 찬란한 마카롱도, 미슐랭 3 스타의 음식도 프랑스에서 바게트를 이길 수 없다.
(여행의 짧은 기억, 둘)
사람도 물건도 믿어서는 안 되는 세상이 왔다.
딸은 프랑스 여행을 떠나기 전, 프랑스 여행의 최악의 상황을 블로그에서 보고 내게 브리핑했다. 조심해야 한다고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니스로 가는 기차에서 캐리어를 자전거 도난방지 체인으로 묶었다. 렌터카 트렁크에 캐리어를 넣을 때도 자전거 체인으로 혹시의 상황에 대비했다. 차는 꼭 유료주차장에 주차했다. 그러나 사실, 나의 작은 기내용 캐리어와 딸의 캐리어 안에 값비싼 물건은 없었다. 딸이 미술관에서 구입한 몇 권의 책이 있을 뿐!
(여행의 짧은 기억, 셋)
장 앙투안 와토 (Jean-Antoine-Watteau)의 그림, 피에로 질 (Pierrot, dit autrefois Gil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