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시간 이상, 차에 앉아 하늘과 땅과 길을 보았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여행은 없다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더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운전하는 남편과 붉은 길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는 딸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마음이 불편하고 조급해졌다.
수용소 같은 로드하우스의 숙소에서 공작새와 아침 인사를 하고 새벽길을 떠났다. 울룰루까지 556km, 6시간 30분이 내비게이션에 선명하다. 세 번째 로드하우스, Warakurna Roadhouse를 향해 달렸다. Warakurna Roadhouse는 앞의 두 로드하우스에 비해 가장 깔끔하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딸과 나는 핫도그를 먹고 물과 진저에일을 샀다. 이제 울루루 까지 331km, 4시간 남았다. 빨리 도착해 세상에서 가장 큰 바위의 시시각각 변하는 일몰을 보고 차에서 내려 땅을 밟고 걷고 싶었다. 어제와 같은 길, 파란 하늘 아래 붉은 사막을 달린다. 그러나 미끄러운 모래길과 웅덩이를 피해 잘 달리던 우리의 자동차가 목적지를 1시간 남기고 갑자기 이상신호를 보냈다. 남편이 차를 세우고 내리더니 자동차 타이어에 나뭇가지가 박혔다고 했다. 길 위에 오는 차도 우리를 지나가는 차도 없다. 호주의 한여름, 사막의 열기가 느껴졌다. 정신이 아득했다.
나는 타이어에 박힌 작은 나뭇가지를 보고 그냥 속도를 줄여 출발하자고 졸랐다. 타이어를 교체하지 못한다면 사막에서 고립될 상황이 무서워 도망가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남편은 딸에게 카메라를 건네주었다. 사막에서 가족을 살리는 용감한 모습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짐을 내리고 스페어타이어를 꺼내고 도구함에 비치된 설명서를 따라 천천히 타이어를 교체했다. 1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뭇가지가 박힌 타이어를 다시 자동차에 넣었다.
한 여름의 호주, 사막의 열기는 40도를 넘기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남편과 영상을 남기는 딸의 얼굴에 붉은 모래와 땀이 가득했다. 다시 길을 떠났다.
'Northern Terrirory'의 표지판이 보이고 멀리 울룰루가 보였다. 퍼스에서 울룰루까지 2일 반의 시간, 2,040km를 달렸다.
울룰루의 숙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막 한가운데 에어즈락 리조트가 있다. 우리는 리조트 안의 5개의 숙소 중에서 가장 소박한 'Outback Pioneer Hotel'에 2일 동안 머문다. 리조트 안에 카페, 레스토랑, 슈퍼마켓 등이 고루 갖추어져 있고 숙소 간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할 수 있다. 3인실 숙소에 짐을 풀고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고 다시 울룰루의 일몰을 보기 위해 나섰다. 울룰루 카타추타 국립공원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공원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1인당 3일 입장권 25불을 지불하고 울룰루에 도착했다.
일몰이 멋지게 보이는 장소에는 이미 많은 캠핑카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캠핑카 위에 누워 일몰을 즐기는 젊은 남녀를 보고 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아들이 생각났다. 1월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들에게 혹시 원하면 취직을 미루고 여행에 합류해도 좋다고 말했었다. 캠핑카에서 음악을 들으며 행복한 젊은 연인들을 보면서 지구 반대편, 서울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을 나의 아들도 언젠가 그들처럼 활짝 웃으며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랐다.
(울룰루의 일몰)
(울룰루의 일몰)
(울룰루의 일몰 / 시간이 지나며 울룰루의 색이 변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바위도 어둠으로 사라지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리조트에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카페에도 수영장에도 갤러리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어 'Ilkari Restaurant'에서 저녁을 먹었다.'머시룸 소스 스테이크'와 'Yellow Grass Potato Soup'의 맛있는 한 끼, 저녁이었다.
리조트의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우리는 사막의 별을 기다렸다. 그러나 눈을 뜨자 새벽이 왔다!
에필로그
예상치 못한 불행과 마주했을 때, 특히 여행지에서,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울룰루를 1시간 앞두고 타이어에 나무가 박혔을 때, 나는 사막에 고립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비상전화도 없었고 지나는 차도 없었다. 혹시 몇 시간 기다려 지나는 차가 있어도 어둠이 내리면 붉은 길 위에서 위험한 하루 밤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휴대폰으로 음악을 틀고 모래를 뒤집어쓰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남편의 장난스러운 웃음은 어쨌든 나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