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추타
(바람의 계곡으로 들어가다.)

by 은동 누나

지금도 일부 원주민들은 바위를 지키며 제사를 지낸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거대하게 버티고 선 붉은 바위, 주술사만이 올랐다는 신성한 땅, 울룰루!

1964년, 숨 쉬는 생명의 바위에 쇠말뚝을 박고 등산로를 만들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 땅의 주인, 아난구(Anangu) 원주민들은 등반을 포기해 달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10월 울룰루의 소유권은 아난구족에게 반환되고 울룰루의 등반이 영구 금지되었다. 등반 금지를 앞두고 하루에 수백 명이 줄지어 울룰루에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2017년 2월 9일 울룰루에 오르지 못해 아쉬웠던 그날이 떠올랐다. 자발적으로 포기하지는 못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2017. 2. 9 (목요일)


Mala Walk 주차장에 울룰루 정상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해가 뜨기 시작하고 직원이 와서 오늘은 어제 내린 비 때문에 길이 미끄러워 울룰루의 등반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을 세워두고 입구를 막았다. 울룰루 정상에 오르려던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너무 아쉬워하는 내게 남편은 신성한 바위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나를 달랬다. 정상에 오르지 못하지만 울룰루를 돌아보기로 했다.


가장 짧은 Mala Walk를 시작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 울룰루를 한 바퀴 도는 가장 긴 Uluru Base Walk 10.6km 걸었다. 열기와 체력 손상 때문에 11시 이전에 끝내야 한다. 해가 뜨고 엄청난 더위와 싸우며 3시간 30분 트래킹을 2시간 30분 만에 끝냈다. 울룰루의 붉은 돌에는 구멍이 있고 구멍 사이로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다. 끝없는 붉은 모래와 바위가 화성과 가장 닮은 모습이라고 한다. 바위 동굴 안에 고대 벽화도 볼 수 있었다. 30,000년전 동굴에서 거주한 원주민들이 도구를 사용해서 남긴 암각화이다.


20170209_065920.jpg (울룰루 Uluru)

울룰루를 한 바퀴 돌 무렵 '메기스프링스'라는 연못에 도착했다. 원주민들은 이 연못을 무티출루 워터홀(Mutitjulu Water Hole)라고 부른다. 일 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신비한 연못에 원주민들은 그들의 수호자 물뱀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이 물은 원주민에게 성수처럼 여기는 소중한 식수였는데 울룰루를 등반하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빗물에 실려와 오염되어 생명의 빛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기적의 푸른 물과 물뱀이 되살아나기를 바란다.


20170209_072034.jpg (무티출루 워터홀 Mutitjulu Water Hole )


트래킹을 끝내고 리조트로 돌아와 다시 현실의 세계에서 점심을 먹고 아이스크림과 아이스커피로 충전하고 울룰루에서 30분 거리의 또 다른 국립공원, 36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카타추타(Kata Tjuta)'로 떠났다. '카타추타'란 '많은 머리'라는 뜻이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배경이다. 우리는 긴 협곡으로 들어갔다. 붉은 바위의 협곡과 파란 하늘이 전부인 세상이다. 단조로운 울룰루의 모습보다 이곳이 진짜 화성의 모습으로 보였다.


DSC00256 (000).JPG (카타추타 Kata Tjuta National Park )


오후 4시가 지나고 호주의 여름, 사막은 혹독한 더위를 만끽하게 해 주었다. 열기구안에 들어간 느낌이랄까! 어디선가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붉은 모래바람도, 얼굴로 달려드는 파리떼와의 전쟁도 힘들지 않았다. 6억 5천만 년 역사의 바람의 계곡에서 나는 찰나의 작고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그 느낌이 좋았다.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 불타는 노을이 협곡을 감쌌다.


(카타추타에서 돌아오는 길, 일몰)


울룰루의 마지막 밤이다. 에어즈락 리조트의 5개 숙소 중 가장 화려하고 이름이 멋진 'Sails In The Desert' 를 둘러보았다. 화려한 조명이 반짝이는 호텔 입구가 인상적이다.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때문인지 일본어가 들렸다. 다시 소박한 숙소로 돌아와 젊은이들이 가득한 Pioneer Bar에서 피자를 먹었다.


(에어즈락 리조트의 Pioneer Bar 홈페이지 사진)


별을 보고 싶어 새벽을 기다렸지만 리조트의 불빛 때문인지 밤새 별이 보이지 않았다. 어둠이 깊어야 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리조트의 밤은 너무 밝았다. 아쉬움을 남기고 울룰루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에필로그


내일 먼 길을 떠나기 전, 남편은 리조트 근방 자동차 A/S 센터에 나뭇가지가 박힌 타이어를 수리하러 갔다. 작은 나뭇가지였지만 조금 더 운행했더라면 타이어가 펑크 나서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고 하며 타이어는 회생불가라고 해서 결국 새 타이어를 구입했다. 여행이 끝나고 공항에서 차를 반납하면서 타이어 구입 영수증을 내밀었지만 렌터카 직원은 타이어는 풀 커버 보험에서 제외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아웃백 길에서 확률이 높은 타이어 사고는 그 길을 선택한 사람의 몫이다. 결국 331달러 타이어 비용을 부담했다. 할 수 있다면, 새 타이어를 가지고 돌아오고 싶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