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백 길을 달리다.

by 은동 누나

2017. 2. 7 (화요일)


마음이 급해서 아침 8시, 서둘러 숙소에서 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서둘러도 오늘도 울룰루에 도착할 수 없다. 울룰루까지는 1,228km, 16시간 30분 남았다. 밤을 새워 달린다면 오늘 밤 자정에 도착할 수도 있겠지만 아웃백 길에서 밤 운전은 위험하다. 일몰 이전에 숙소를 찾아서 들어가야 한다.


1시간 20분을 달려 Laverton 마을의 아웃백 웨이 안내소 (Great Beyond Visitor Center)에 갔다. 아웃백 웨이의 서호주 구간(Laverton에서 울룰루까지)을 'Great Central Road'라고 하는데 이 길을 지나는 '통행허가증'을 발급받고 필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 길은 원주민 관할지역으로 꼭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아웃백 웨이 안내소 Great Beyong Visitor Center)

친절한 직원이 내미는 서류에 여행하는 사람의 이름, 차량정보, 도로를 이용하는 목적, 도로를 지나는 날짜 등을 적고 3일의 허가신청을 했다. 직원은 지도를 보며 현재 비가 많이 내려 위험한 도로상황을 알려주고 울룰루까지 로드하우스의 위치와 정보가 담긴 프린트를 챙겨주며 잘 다녀오라고 웃어주었다.


1000km 넘는 오프로드, 아웃백 웨이의 주의할 점:

1) 우리는 사륜구동 SUV 차량으로 주행했지만 여분의 기름 통과 물통을 실을 수 있는 캠핑카를 이용하는 것이 옳다. 아웃백 웨이의 휴게소인 로드하우스는 간격이 너무 멀고 대부분의 로드하우스는 5시에 문을 닫는다. 주유를 하지 못하고 기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길에 고립될 수 있다.

2) 우리는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차를 렌트했지만 아웃백 웨이에서는 전화나 인터넷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의 경우를 위해 GPS 장치가 있어야 한다. 무전 안전 송신기를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3) 스페어타이어와 스페어타이어를 위한 스페어타이어를 가지고 떠난다.


아웃백 웨이 안내소에서 나와 동네 가게에 음료수와 먹을 것을 사고 차에 기름을 가득 넣었다. 울룰루까지 로드하우스는 3곳이 전부다. 일단 303km 지나 첫 번째 Tjukayirla Roadhouse에 도착해 밥을 먹고 다시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한다. 우리는 여분의 기름통도 없다. 무조건 가야 한다. 303km 거리에 구글 지도로 5시간 30분이 찍혔다. 붉은 모래의 오프로드가 시작되었다.


(아웃백 길, 나와 남편, 열심히 달렸던 자동차)

붉은 모래의 끝없는 길이 다른 행성에 온 느낌이다. 딸은 어제도 오늘도 캥거루를 보지 못했다고 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비가 오고 무지개가 떴다. 그리고 두 마리의 낙타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천천히 지나갔다.

(딸이 찍은 아웃백 길, 낙타들의 행렬)


붉은 모래길은 미끄럽고 가끔 물 웅덩이가 있으며 속력을 내기 힘들었다. '아웃백'표지를 보고 차에서 내려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하루 종일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리는 작은 일에도 감동하고 흥분했다. 붉은 모래사막의 양들과 야생 소들,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달려가는 날지 못하는 새, '에뮤(emu)'를 보았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차들을 보고 무서운 상상을 하기도 하고 한 시간에 한 번이나 마주오는 자동차를 보고 반가웠다.

(OUTBACK WAY)


구글의 예측보다 1시간 더 지나서 도착한 Tjukayirla 로드하우스, 정말 사막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하나뿐인 건물이다. 주유기도 철창 속에 있고 모든 문도 철창으로 된 이중문이다.


(Tjukayirla 로드하우스 와 로드하우스에서 먹은 귀중한 햄버거)

자동차에서 과자와 과일로 대충 때우던 딸은 로드하우스의 햄버거와 토마토 에그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었다고 지금도 이야기한다. 귀한 음식은 맛있다. 나는 토마토 에그 샌드위치를 정확히 기억한다. 로드하우스에서 먹기에는 쉽지 않은 음식이었다. 그래서 맛있었다.


아웃백 웨이의 로드하우스는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aborigine) 커뮤니티에 의해 운영된다. 음식과 연료를 구매하는 로드하우스는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 없는 얼굴을 통해 지루한 사막의 길처럼 고립된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해서 안쓰러웠다. 그들은 그저 한번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 특별히 마음을 줄 이유도, 여유도 없는 아웃백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불친절함이, 비싼 주유비가, 맛없는 음식이, 로드하우스 숙소의 한 번도 빨지 않은 듯한 침대 이불도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Tjukayrla 로드하우스를 떠나 다시 250km, 3시간 30분을 달려 두 번째 Warburton 로드하우스에 도착하고 이미 문을 닫은 로드하우스의 철창문을 열고 뒤편의 숙소에 들어갔을 때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 인내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둠이 내리고 철창문이 굳게 닫힌 로드하우스를 보고 처음에는 길에서 잠을 자야 하는가 하고 걱정했지만 철창문 위의 벨을 울리자 귀찮은 얼굴의 직원이 나왔다. 로드하우스 뒤 캠프장에 빈 방은 있으나 우리가 3명이어서 방을 두 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어둠이 내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캠핑장, 가건물의 방을 열고 보니 침대 하나와 테이블이 전부였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따로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날 밤 씻지도 못하고 작은 방에서 딸과 부둥켜안고 밤을 새웠다. 옆방에 남편이 있었지만 익숙지 않은 어둠과 고요함이 너무나 무서웠다. 잠든 딸을 지켜보며 작은 소리에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어둠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다.



에필로그


긴 밤이 지나고 새벽이 왔다. 창에 햇살이 비추고 방문을 열었다. 문 앞에 공작새가 꼬리를 활짝 펴고 나를 바라보았다. 가느다란 나무 가지 위에도 공작새들이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려는 듯 날아올랐다. 무서운 밤이 지나고 경이로운 아침이 밝았다.


(Warburton 로드하우스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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