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으로 너무 급하게 이동해서일까? 밤새 남편이 기침을 하며 몸살을 앓았다. 혹시나 하고 준비한 비상약을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고.... 나는 어제 성모 성당 근처 병원을 떠올리고 아침에 병원에 들렀다 출발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틀 후 8일에는 울루루에 도착해야 한다며 남편은 서둘렀다.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약국에 들러 기침약을 한 다발 구입하고 출발했다.
퍼스에서 오늘의 목적지 레오노라(Leonora)까지 약 830km, 9시간 걸린다고 구글 지도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혹시 돌발상황을 대비해서 오늘의 숙소는 예약하지 않았다. 아침 8시 출발, '퍼스'를 떠나 이름도 멋진 Great Eastern Highway를 달렸다.
(Great Eastern Highway)
도로에 'Grass Tree'라는 나무가 보인다. 다양한 나무의 파노라마이다. 브로컬리 모양의 나무도 있다. 아직은 붉은 모래길이 아니고 포장도로를 달린다. 도로 옆으로 상수도관이 끝없이 이어진다. 작은 마을로 들어갔다. 한 때 금광 붐이 일면서 도로를 중심으로 마을이 생겨났지만 이제는 낙후되어 쓸쓸한 모습이다. 딸과 한적한 마을의 상점에 들어가 먹을 것과 진저에일을 샀다. 주인이 낯선 우리를 보고 'Have a Lovely Day! '라고 웃으며 큰 소리로 말해주었다.
다시 Eastern Highway를 달리고 도로에 야생 소와 캥거루를 주의하라는 사인이 나왔다.
노샘(Northam), 쿨가디(Coolgardie), 칼굴리(Kalgoorlie)를 지나 멘지스(Menzies)에 도착했다. 멘지스라는 마을은 1894년 금광의 발견으로 자리 잡았으며 1900년에 기찻길이 생겨나 인구 만 명의 큰 도시가 되었지만 골드러시가 끝난 후 이제는 인구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 되었다.
(멘지스 Menzies , 초기 정착민에 대한 스토리보드 중 하나 )
인구 만 명의 도시에서 백명의 작은 마을로, 숨결조차 느껴지지 않는 황량하고 쓸쓸한 모습이다.
도시의 운명도 이 세상 모든 것처럼 영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길을 떠났다.
멘지스를 출발하니 나무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렸다. 차창으로 끝없는 노을이 어둠으로 이어진다.
(어둠이 내리는 길에 야생 소 한 마리가 지나간다.)
레오노라에 도착해 마을 입구에 보이는 레오노라 모터 인(Leonora Motor Inn)으로 들어갔다. 빈 방이 있다고 하고 혹시 저녁식사가 가능한지 물었더니 식당에서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메뉴는 스테이크만 가능하다고 했다. 차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작은 마을의 평범한 숙소이지만 일단 쉬고 내일 일찍 출발해 울룰루 근처까지 가야 한다. 숙박요금을 계산하려고 사무실에 들어가니 사무실 구석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직원은 룸으로 가져다주겠다고 하고 조금 후에 스테이크 두 접시를 들고 왔다. 일박 요금에 스테이크 두 접시까지 호주달러로 145 달러를 지불했다. 시골마을의 작은 숙소 요금으로 착한 가격은 아니다. 15일의 호주 여행을 하면서 호주 물가가 비싸다고 느꼈다. 주유비용도 우리나라와 비슷했고 특히 아웃백 길에서나 울룰루의 물가는 상상 이상이었다.
퍼스를 출발하면서 마켓에서 물과 과자, 초콜릿 등 비상식량을 챙겼다. 이번 호주 여행 중 가장 많이 먹은 것은 과자와 초콜릿,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이었다. 아웃백 길에서 만나는 로드하우스의 음식은 샌드위치 정도면 훌륭한 것이고 그나마 있을 때 무조건 먹어야 했다. 로드하우스가 문을 닫거나 음식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오늘 레오노라까지 오는 길에 전날 프리맨틀 마켓에서 샀던 블랙 플럼과 망고는 무엇보다 훌륭한 식사였다. 숙소에서 일하는 청년이 열심히 만들어 가져온 스테이크는 남편과 딸이 그나마 조금 먹었을 뿐 미안하지만 호주의 훌륭한 아웃백 스테이크는 아니었다.